‘스마트카’라고 하면 SF나 첩보 영화에 등장하는 첨단 자동차가 떠오른다. 이미 어떤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가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30대 이상의 세대들, 특히 남자들에겐 어려서 한번쯤 손목시계에 대고 ‘키트 이리와’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전격Z작전’, ‘키트’의 인기는 대단했다. 키트는 말하는 자동차를 앞세운 헐리우드식 SF첩보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다. ‘키트’는 우리가 지금부터 이야기할 스마트카의 대표적인 표본이다.
▲ 네트워크에 연결된 미래형 자동차의 앞유리 모습. 자칫 지저분해 보이고 복잡해 보이지만 여러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차량은 안전하게 주행하도록 다양한 IT기술이 뒷받침하고 있어 위험 걱정은 하지않아도 된다.

전면유리에 팝업(pop-up)되는 운행정보와 네비게이션 △음성으로 접속하는 인터넷과 정보 검색 △차안에서 인터넷을 활용하고 실시간 콘텐츠를 소비하는 등의 첨단 정보통신 IT 기술뿐만 아니라 △자동으로 속도와 차간 거리를 조절해 자동 조절해주는 자동항법장치 △엔진과 변속기, 차량내 모든 전자장치들의 제어 △서스펜션과 ABS 등 구동장치의 제어, 그리고 에어백, 공조기, 잠금장치, 보안 등 드라마 ‘전격Z작전’이 보여줬던 ‘키트’의 기능들은 상당부분 이미 현실화됐거나 머지않아 양산형 차량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운행중인 차량의 관리에서부터 비디오와 오디오,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정보 수집과 소비, 스마트디바이스들과의 연동 등 스마트카가 지향하고 있는 ‘커넥티비티’의 중심에는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차량용 AV시스템이다. 화면과 소리가 없는 IVI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AV시스템은 기능적 측면에서 크게 오디오와 비디오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의 트랜드는 이 두기능이 모두 내비게이션으로 통합되고 고급 엠프와 스피커, 우퍼 등을 장착하는 음향시스템의 완성으로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이동하는 차에서 3G나 LTE망을 이용해 집과 연결고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스마트한 자동차의 시대가 도래했다

아직까지 내비게이션은 차량의 기본사항이 아닌 옵션으로 제공된다. 아이나비, 파인드라이브 등 애프터마켓 내비게이션 브랜드들이 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내비게이션은 기본적으로 지도정보 외에도 라디오, MP3P, DMB, 사진뷰어 등의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양산 자동차에 기본 장착되는 CD/라디오 기능의 오디오 유닛(Unit)에 대한 대체가 가능하다. 기본적인 AV시스템이 진화한 것이다.

여기에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차세대 통신망과 와이파이 등 무선통신을 이용해 원하는 정보나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가능해진 차량용 AV는 종합 IVI로 진화하고 있다.
이렇듯 무선통신과 GPS기술, 텔레메틱스, 지능화된 차량용 정보시스템 등 IT와 자동차산업의 융합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서비스와 플랫폼 확장의 가속화로 자동차는 움직이는 문화소비의 공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IT시장조사기관인 아틀라스(Atlas)는 2015년 약 1억대의 자동차에 네트워크 접속 기능이 탑재되고 오는 2020년에는 북미,유럽,아시아의 모든 자동차가 커넥티드 단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 스마트카로 대변되는 네트워크 '커넥티드 카' 개념도

똑똑한 OS는 필수
엔터테인먼트와 종합 정보 시스템이 하나로 묶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는 기본적으로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어야 가능하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면서 모바일 운영체제가 주목을 받았듯이, 똑똑한 운영체제는 ‘스마트카’에서도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수십 억대 규모의 휴대폰 시장과 수 억 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는 TV 시장에 비하면 스마트카 시장은 이제 막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머지않아 스마트폰 시장과 같이 자동차 시장에서도 여러 운영체제가 성능과 에코시스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차량용 운영체제가 마주한 현실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우선 여러 모바일 운영체제들이 직면한 공통의 과제는 멀티미디어 네트워크 시스템(MOST : Media Oriented System Transport)과 CAN(Control Area Network) 등 그동안 자동차에서 사용해온 차량용 인터페이스와의 호환이 가장 큰 문제다. 네트워크 기능이 뛰어나고 여러 앱을 사용할 수 있지만 주행속도, 차량의 상태나 정보 등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다면 차량용으로써 의미가 없어진다. 운영체제로써 역할의 한계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자동차에서 사용한다고 해서 ‘스마트카’라고 부를 수 없는 것과 같은 얘기다.

또한 상시 전원을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부팅속도 역시 중요한 문제가 된다. 시동은 걸렸는데 오랜 부팅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운영체제 중요성은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과도 직결된다. 이미 포드와 BMW는 차량용 앱스토어의 출시를 공식화했다. 스마트폰에서 이루어진 그간의 양상을 본다면 운영체제와 디바이스간의 최적화, 플랫폼의 저변성 등은 앱스토어의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친다.

전문가들은 스마트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성공여부는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에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차량관리만을 놓고 제조사별로 독립성이 일정부분 인정받을 수 있지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특히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이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 스마트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OS체제가 될 것이다. 기존의 자동차에서 사용하는 네트워크와 정보 시스템과의 호환성과 속도 등이 중요한 성공 포인트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분주한 ‘밀·당’ 중
자동차업체와 OS업체간의 주도권 밀고 당기기도 만만치 않다. 폭넓은 운영체제의 개발 경험이 모자란 자동차 업체는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OS업체들은 더 많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서로 견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카의 운영체제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역시 구글의 안드로이드다. 오픈마켓의 에코시스템이 갖춰져있고, 이미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인터페이스와 수많은 HW/SW 업체들이 안드로이드를 지원하고 있는 점, 구글지도나 검색서비스 등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최적화 문제와 잦은 업데이트, 단일 기업 의존가 높아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자동차 업체들은 안드로이드뿐만 아니라 리눅스 등 다른 오픈소스 기반의 운영체제를 함께 테스트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가 하나로 모여 공동의 플랫폼을 만들기 시작했다. BMW와 윈드리버, 인텔, GM, 푸조 등은 ‘제니비’(GENIVI alliance)라는 연합체를 만들었다. 핵심 플랫폼은 공동으로 개발하고, 사용자들에게 보여지는 인터페이스와 애플리케이션은 각자 개발해 비용을 줄이면서도 차별화 요소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제니비는 2010년 100여 개의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글로벌 표준연합체로 성장했다.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제니비에 가입을 했으며 현대모비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LG전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자동차 OS에 안드로이드나 제니비와 같은 오픈소스 진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QNX를 꼽을 수 있다. QNX는 현재까지 가장 많이 보급된 자동차 OS플랫폼이다. 최근 RIM에 인수된 이후 블랙베리 태블릿 OS로 변화했지만 여전히 아우디, 토요타 등 자동차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MS의 경우에도 2009년 ‘마이크로소프트 오토(Microsoft Auto)’를 출시하면서 자동차 시장 진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10년에는 차량용 임베디드 제품군의 명칭을 ‘윈도우 임베디드 오토모티브7’로 이름을 바꾸고 포드(Sync), 기아자동차(UVO) 등의 인포시스템을 공동개발했다. 최근에는 토요타와 토요타의 전기자동차에 MS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를 탑재하기도 했다.

내비도 스마트가 대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은 바로 내비게이션이다. 디스플레이 장치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다양한 기능들이 융합되고 있고, 최근에는 자동차의 오디오 시스템과 내비게이션이 융합해 오디오와 비디오뿐만 아니라 차량관리 등의 역할도 하고 있다.

모바일 운영체제를 탑재한 제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은 앱 형태로 제공되는 맵을 사용자의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처럼 다양한 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SK텔레콤과 제휴해 T맵, 멜론 서비스 등이 가능한 신개념 내비게이션을 선보였다. 빠르면 내년부터 국내 출시되는 모든 차량에 탑재될 예정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4월 SK텔레콤과 제휴해 P2C(Phone to Car) 콘셉트의 신개념 내비게이션을 개발하고 내년부터 전 모델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개념 내비게이션은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차량용 내비게이션 단말기에서 실시간으로 사용 가능토록 했다. 최첨단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블루투스와 와이파이(WiFi) 기능을 가진 휴대폰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특히 휴대폰과 내비게이션으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심플싱크'(Simple Sync) 기능을 통해 차 안에서도 무선통신으로 다운받은 사진과 음악, 동영상 등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T맵의 즐겨찾기 리스트를 단말기와 공유할 수 있는 'T 데스티네이션', 음악과 동영상 등을 제공하는 '차량용 멜론'(Melon: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음악과 동영상 음원 서비스) 등의 서비스도 제공된다.  또한 차량 내 네트워크(CAN)로부터 얻은 정보를 스마트폰 및 휴대기기를 통해 원격으로 진단·제어하는 솔루션인 MIV(Movile In Vehicle) 서비스도 내비게이션 개발과 함께 추진 중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올초 CES2011에서 선보인 차세대 텔레매틱스 브랜드인 '블루링크'를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 하반기 북미시장에 출시되는 소나타에 탑재된 뒤 가능한 빨리 국내 시장에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께 국내에도 '블루링크'가 도입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텔레메틱스 시스템인 '블루링크'가 탑재된 그랜져HG 데시보드의 모습 
블루링크는 운전 중 실시간으로 날씨 등 각종 정보를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받을 수 있고 음성으로 문자메시지 전송도 가능하다. 차량 상태를 진단하고 주유소를 안내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특히 블루링크의 신기술 가운데 '스마트 커넥티비티 시스템'에 주목해볼만 하다. 이 시스템은 차량 내 구축된 무선랜과 이동통신망을 활용해 스마트폰과 PC 등 모바일 기기와 다양한 콘텐츠를 실시간 공유케 하는 기술이다.

기아차도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유보(UVO, Your Voice)를 수출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에 국내 차량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 기아차는 '유보'라는 이름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을 출시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국내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다
기아차의 유보는 MS의 음성인식 제어 엔진과 오토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사용해 음성으로 오디오와 미디어 기기를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화는  물론 문자 송수신, CD, 라디오, DMB 등의 미디어 플레이도 가능하다.

특히 다양한 최신 기능들을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형태로 쉽게 추가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으며 윈도우 기반의 모바일 폰과의 연동에서도 단연 높은 연결성 및 확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래패드로 유명한 엔스퍼트도 ‘스마트 내비게이션’ 시장에 진출한다 ‘S&T 대우’와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 내비게이션 태블릿(Smart Navigation Tablet)’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공동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엔스퍼트는 자사가 보유한 태블릿 기술 및 제품을 적용해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 내비게이션 태블릿(Smart Navigation Tablet)’을 상품화할 계획이다.

S&T 대우는 내비게이션 단말기 시장이 태블릿(Tablet)과 결합된 스마트 내비(Smart Navi 혹은 Navi Tab)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위한 전략적 사업 파트너로 안드로이드 태블릿 제품에 대한 기술력을 보유한 엔스퍼트와 손을 잡았다.

고급 오디오는 기본
차량용 엔터테인먼트는 음향시스템에서 완성된다. 엠프와 우퍼, 스피커 등 음향출력시스템의 고급화는 자동차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 위한 기본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해외 고급 브랜드 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들도 양산차량에 전문 오디오 브랜드의 명품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 규모는 약 3조9000억원으로 하만그룹이 45%, 보스(BOSE)가 2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약 2000억원)의 경우 현대.기아차는 하만을, 르노삼성은 보스를 주로 채택하고 있다.

음향기기 전문 그룹인 보스의 사운드 시스템을 국내 전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사진은 새롭게 출시한 '올 뉴SM7' 에 장착된 12개의 보스 스피커/우퍼 및 사운드 시스템

르노삼성자동차는 세계적 오디오·음향기기 전문 그룹인 보스(BOSE)의 사운드 시스템을 모든 차량에 탑재하고 있다. 준중형 차량인 SM3에도 보스사운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 고급 음향 시스템의 대중화를 실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을 뉴 에쿠스 차량에 탑재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쌍용자동차의 뉴 체어맨 W도 하만카돈의 음향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뒷자석의 안락한 의자에 앉아서 17개의 스피커가 들려주는 7.1채널의 웅장한 사운드는 고급 공연장의 VIP좌석을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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