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2일 교보문고가 신규 전자책 단말기 ‘이리더(e-Reader)’를 내놨다. 이 단말은 퀄컴의 미라솔 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탑재된 제품이다. 아울러 교보문고가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 내놓은 첫 제품이다. 교보문고는 직접 단말기의 개발 및 생산을 맡았다.

두 업체에 모두 의미있는 전자책 단말인 셈이다. 실제 전자책을 읽고자 하는 사용자에게는 어떠한 의미를 줄 수 있을지 직접 일주일간 사용해봤다.

 

 교보문고-퀄컴, '이리더'

◇작은 크기지만....무겁다
‘이리더’는 일반 종이책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다. 세로 174mm, 가로 119mm, 두께는 12.9mm다. 화면을 둘러싼 테두리(베젤)가 넓어 화면은 크기에 비해 더 작은 편이다. 화면 크기는 5.7인치.

무게도 338g으로 좀 무거운 편이다. 갤럭시탭 7인치와 비교했을 때 40g정도 가벼운 정도다. 이 때문에 휴대성은 떨어진다. 두 손으로 쥐었을 때는 손끼리 겹쳐 안정된 그립감을 선사한다. 단, 한 손으로 쥐었을 때는 미끄러운 후면 때문에 놓칠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1. 상단에 미라솔 로고가 눈에 띈다.
2. 각 단자 및 슬롯을 아랫면에 모두 위치시켰다.
3. 후면 하단 양쪽에 스피커가 내장됐다.
4. 후면은 별도 무늬없이 교보문고와 이리더 로고로 채웠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심플하다. 오디오와 USB 단자, 마이크로 SD 슬롯을 모두 아랫면에 배치해둬 깔끔하다. 세련미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후면이나 볼륨 버튼 등 다소 밋밋하다.

 

직접 한 손으로 들어봤다. 약간 무거운 편으로 여성 사용자에게는 다소 부담될 수 있다.

◇저전력 밝기 실현...가독성 떨어질 때도
이 전자책 단말기에는 퀄컴의 미라솔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퀄컴 MEMS 테크놀로지는 나비의 날개를 반짝이게 하는 색채 생성 과정을 응용해 이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단말 상단에도 나비모양의 아이콘과 함께 ‘mirasol’이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다.

이 디스플레이의 장점은 햇빛이 내리쬐는 야외에서도 밝고 깨끗하게 볼 수 있는 반사형 화면이라는 점이다. 또한 백라이트를 사용하지 않고 거의 0에 가까운 전력 소비량으로 이미지를 화면에 유지시킨다고 한다. 즉 적은 전력량으로 야외에서도 탁월한 밝기를 선사한다. 또한 실제 프린트된 책의 재질을 잘 살려낸 점도 강점이다.

 

ePUB 콘텐츠는 종이책을 읽는 것과 흡사하나 PDF형식의 만화책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선명도가 떨어졌다.

실제로 야외에서 단말을 통해 전자책을 읽을 때 보는 각도가 달라도, 햇빛과 그늘을 오가도 불편없이 콘텐츠를 읽을 수 있었다. 시야각이 넓고 밝기도 적당하다. 배터리도 오래 가는 편이다. 4일간 1시간 정도 전자책을 읽었을 때 배터리가 절반 정도 소모됐다. 밝기는 최상으로 설정해뒀다.

전자책 기능을 활용할 때는 가독성이 좋은데 비해, 다른 기능들을 구현했을 때는 가독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종이책과 비슷한 재질을 구현해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해상도가 좋은 도트프린터를 이용해 칼라 문서를 출력한 모습과 흡사하다. 최대로 확대해 놓고 보면 잉크젯 프린터에서 막 출력한 글씨를 보는 것처럼 보인다. PDF파일로 내려 받은 만화책의 경우 글씨를 못 알아보는 경우도 발생한다.

◇독서 환경 위한 최적화 필요
전자책 단말기가 가질 수 있는 기본기는 모두 갖췄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편. 목차, 북마크, 검색, 글읽어주기(TTS Text To Speech), 사전 찾기 등 종이책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일일이 찾아야 할 것들을 전자책 단말기 안에서는 터치 한 두번으로 모두 해결된다. 전자책을 읽으면서 메뉴를 불러낼 때는 가볍게 화면을 한 번 터치하면 상단과 하단에 설정내용이 나타난다. 화면을 길게 누르고 있으면 임의로 위치를 지정해 사전 찾기나 TTS 기능을 지원받을 수 있다. TTS는 영문만 지원한다.

종이책을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나노록 책 넘김과 소리 효과를 제공하고 폰트 크기를 설정해 크기를 키우거나 줄일 수 있다. ePUB에서는 핀치 제스처를 이용해 화면이 확대 및 축소되지 않지만 PDF 파일에서는 확대 및 축소 기능이 지원된다. 교보문고를 통해 9만 5000여종의 전자책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전자책 단말기가 갖춰야할 기본기는 모두 적용됐다. 원하는 텍스트를 길게 누르면 사전 및 TTS 기능 등을 써볼 수 있다.

반면 속도 및 터치 반응은 느리다는 게 단점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독서 시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화면 전환이 부드럽지 않으며, 멈춤과 버벅임이 반복돼 전체적으로 화면 자체가 울렁거리는 인상을 받는다. 이러한 반응은 전자책이 아닌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서핑 시에도 나타난다. 화면을 드래그 하면 드래그하고 난 직후 움직이기 시작해 울렁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드래그한 자리에 위치하면 흐린 화면이 선명하게 바뀐다. 조금만 움직여도 이러한 현상이 반복된다.

◇가격 대비 성능은 아쉬워
이리더의 가격은 34만 9000원이다. 높은 성능의 PMP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는 스마트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플레이어’와 애플 ‘아이팟’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굳이 이 기기들과 비교하는 이유는 성능 대비 가격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이리더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2.3인 진저브레드를 적용했으며, 1㎓ 퀄컴 싱글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기본 사양은 ‘갤럭시S’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OS를 갖췄다고 해서 안드로이드 마켓을 이용할 수는 없다. 애플리케이션 설치도 물론 안된다. 기본 탑재된 앱만 사용할 수 있게 구성했다. 전자책에 집중하고자 하는 의도는 확실하게 전달되지만, 이를 상쇄시킬 수 있는 차별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본 탑재된 앱들도 모바일 웹에 접속하기 위한 기본적인 매개체 구실을 하는 앱이다. EBS강의, 트위터, 페이스북 등 모두 웹브라우저를 통해 모바일 웹으로 접속된다. 구동 속도도 느리다. 외부 콘텐츠는 대부분 마이크로 SD카드를 통해 전달 받을 수 있다. SD 카드가 없다면 메모장에 메모해둔 내용도 저장할 수 없다.

 

기본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은 대부분 모바일 웹으로 진입된다. 오른쪽은 트위터 앱을 구동시킨 장면.

전자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신경 쓴 모습은 확실히 부각되지만, 가격 대비 기능과 여타 비슷한 방식의 디바이스와의 차별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퀄컴의 미라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된 첫 제품이라는 점과 교보문고가 직접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을 들어 향후에는 더 업그레이드된 후속작을 위한 토대로써 의미가 있다 하겠다. 아마존 킨들파이어를 넘을 수 있는 단말이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