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업계가 간만에 기대감으로 들떠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블록체인 업계의 목소리를 사실상 외면해 온 정치권이 '블록체인·암호화폐 제도화'를 위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 또 한번 이슈화를 노린 것이든, 국감용 대정부 압박카드든,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정치권의 가세는 블록체인 업계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다.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과 노웅래 의원은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주무부처라 할 수 있는 금융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소관기관으로 둔 상임위가 주최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행사는 블록체인 업계에 핑크빛 기대감을 조성했다.

정무위와 과방위는 8일에도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회, 블록체인-ABC KOREA'를 주제로 두 번째 행사를 개최해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어 11일에는 정치권 주도의 첫 블록체인 정책 컨퍼런스가 국회에서 열린다. 지난해 9월 정부의 암호화폐공개(ICO) 금지 이후 사실상 꺼져버린 블록체인·암호화폐 제도화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국회에는 이미 다수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발의된 법안만 6건이다. 법안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고,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지향하고 있다. ICO를 허용하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합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제 정부가 응답할 차례다. 한국 블록체인 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 자체가 아니라 규제의 불확실성이다. 규제가 존재한다면 규제에 맞추면 되고 규제가 없으면 만들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규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ICO를 사칭한 다단계 사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보안이 부실하거나 모호한 이용약관을 내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난립하게 된 데는 정부 탓도 있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정부는 혹시라도 블록체인·암호화폐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싶은데 그간의 행보가 있어 눈치를 보고 있었다면 지금이 적기다. 업계가 그토록 원하고, 정부 정책이라면 반대부터 하고보는 정치권까지 나선 마당에 걸리는 게 대체 뭐란 말인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당장 제도화가 힘들다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만들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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