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엔비디아 에스프레소 발표회에 전시된 그래픽카드 제품들. 조텍코리아, 이엠텍, 제이씨현시스템, 갤럭시코리아 등 그래픽카드 업체들은 이날 PC방 점주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그래픽카드를 알리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아이티투데이 성상훈 기자] "이대로 지속되면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이 위기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제조업체들이 위기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철수하는 업체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대부분 업체들의 매출은 급감했으며 이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매출 급감의 원인으로 PC방 수 감소, PC방 업그레이드 부진 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지난 3일 열린 엔비디아 PC방 그래픽 드라이버 '에스프레소' 발표회장에는 이엠텍, 조택, 갤럭시코리아, 이노3D, 기가바이트, MSI 등 대표적인 그래픽카드 전문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업체들은 각자 세미나에 참여한 PC방 업주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그래픽카드를 소개하며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PC방의 경우 한 번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최소 100대 이상의 그래픽카드를 구입해야 하는 만큼 중요한 고객이기 때문이다.

제이씨현시스템이 에스프레소 세미나에 참여한 PC방 점주들에게 기가바이트 GTX 그래픽카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PC방 수 자체가 줄어들면서 매출에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PC방 리서치 서비스 게임트릭스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집계된 전국 PC방 수는 약 1만5817개. 그러나 올해 6월 집계된 수는 1만2000여개로 2년간 3800여개의 PC방이 폐업했다.

이는 곧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대부분 업체들은 평균 30% 매출이 하락했으며 전체 고객의 50%를 차지하는 PC방 비중도 20% 이상 줄어들었다.

굳이 고사양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게임이 유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주요 원인이다. PC방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이 사양이 높지 않아도 원할하게 게임을 즐기는데에 무리가 없다보니 점주들이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게임트릭스 6월 말 기준 PC방 점유율 순위를 살펴보면 1위는 40.92%인 리그오브레전드, 2위는 6.93%인 서든어택이 전체 게임 비중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2위부터 20위까지 점유율을 다 합쳐도 1위인 리그오브레전드를 따라가지 못한다.

2013년 6월 4주차 PC방 게임 점유율 순위

뚜렷한 고사양 흥행작이 없는 것도 이유중의 하나다.

지난해 5월 출시된 '디아블로3', 같은해 출시된 '블레이드&소울', 올해 초 출시된 '아키에이지' 등 고사양을 요구하는 온라인게임도 이렇다할만큼 뚜렷한 성적을 못내고 있다.

디아블로3는 1.36%(9위), 블레이드&소울은 4.50%(4위), 아키에이지는 0.97%(16위)로 간신히 순위권에 들어 있을 뿐이다. 

이로인해 국내 1위 그래픽카드 전문업체인 이엠텍(Emtek)의 경우 올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줄었다.

이엠텍 오병찬 홍보팀장은 "과거에는 고사양 게임이 히트할때마다 그래픽 카드 시장도 함께 탄력을 받았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과거의 전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고사양 패키지 게임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블레이드&소울, 아키에이지 등과 같은 고사양 온라인게임도 게임 자체로만 보면 나름의 흥행은 거두었지만 그래픽카드 판매 매출에 있어서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올해 말 출시될 'GTA5', '배틀필드4'와 같은 고사양 패키지게임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차세대 PC시장이 활성화될 수록 그래픽카드 불황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 팀장은 "차세대 PC시장의 경우 내장그래픽의 성능만으로도 리그오브레전드 등 히트 게임을 즐기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보니 게임을 위해서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는 고객층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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