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우체국 최준갑 집배원

"벽지가 뜯어지고 장판이 찢어졌는데도 생활이 어려워 그냥 주무시는 걸 지나치지 못하겠더라고요. 동료 집배원들과 도배도 해주고 장판도 교체해주면 정말 좋아하십니다. 새 집으로 이사 온 것 같다고요"

최준갑 집배원(54·강릉우체국)이 어려운 이웃을 찾아 도배와 장판을 교체해주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이전에도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강릉우체국 '한마음봉사단'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나눔을 실천했다.

최 집배원과 한마음 봉사단은 매달 한 차례씩 어려운 이웃을 찾는다. 강릉시 옥계면과 구정면 등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찾아 도배를 해주고 장판을 교체해준다. 무너진 지붕이나 담장도 수리해준다.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들에게는 연탄과 기름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비용은 집배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충당한다.

최 집배원은 이 같은 봉사활동으로 오는 21일 '2013년도 올해의 집배원 대상'을 수상한다. 집배원 대상은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 우편서비스 향상과 사회봉사활동에 기여한 집배원을 선정해 격려하는 상이다.

올해에는 대상에 최준갑 집배원을 비롯해 △금상에 황경두(서귀포), 김문규(구미) 등 2명 △은상에 안병준(안양), 박준혁(서울도봉), 박성용(대전) 등 3명 △동상에 간정길(동전주), 장 기(서광주), 권이현(여의도), 장승렬(부산진) 4명 등 총 10명의 집배원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최 집배원은 노래밴드 활동으로 자선공연도 하고 있다. 복지시설을 찾아 노래를 부르고 연주를 하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옛날 가요를 부르며 아들 노릇을 톡톡히 한다. 최 집배원은 업무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챔피언이다. 관할 구역인 관공서에 배달을 갈 때에는 단순히 우편물을 배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행정민원도 대신 배달해주고 있다.

최 집배원은 "몸이 불편해 거동이 어려우신 어르신들을 위해 서류를 대신 갖다주고 있다"며 "작은 도움이지만 업무를 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이어서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동료 집배원들의 오토바이가 고장나면 이를 고치는 것도 최 집배원의 몫이다. 고장 난 오토바이를 고치는 날에는 퇴근이 늦어질 수 밖에 없지만, 남의 어려움을 보고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에 정비기술을 맘껏 발휘한다고 동료들은 말한다.

지난해 강릉 경포대해수욕장에 느린우체통이 설치된 것도 최 집배원의 아이디어이다. 관광객들에게 편지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느린우체통은 지역의 마스코트가 됐다.

지난 1985년 집배원이었던 형의 모습을 보고 집배원이 됐다는 최 집배원은 "남들 모르게 좋은 일을 많이 하시고 저보다 훨씬 더 훌륭하신 집배원이 많은데 부족한 제가 상을 받아 송구스럽다"며 "이웃들과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집배원인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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