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이호연 기자] 이동통신 3사가 팬택을 살린다며 ‘베가 시크릿업’ 출고가를 37% 인하하기로 했지만 정작 팬택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업정지 기간을 맞은 이통사가 갑의 입장에서 무리한 마케팅을 진행한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18일 이통3사는 팬택의 주력 LTE스마트폰 ‘베가 시크릿업’의 출고가를 기존 95만4800원에서 59만9500원으로 내렸다. 가장 먼저 LG유플러스가 인하 결정을 발표한 뒤, KT도 곧이어 같은 가격으로 시크릿업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팬택의 공식적인 인하 의지가 확인되면 협의해서 가격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경쟁사가 이미 베가 시크릿 업 가격을 내린 만큼 SK텔레콤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측은 “이번 팬택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로 고객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대폭 낮추는데 기여할 것이다”며 “특히 최근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팬택의 출고가 인하 비용 부담도 완화시킬 것이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 팬택 '베가 시크릿업'

팬택, 출고가 인하 차액은 제조사 부담...채무 부담 우려

그러나 팬택 측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팬택은 공식 성명을 통해 “출고가 인하가 판매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출고가를 인하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재고 보상 금액이 지출되야 하고, 선 구매 물량이 약속되어야 하므로 반대를 했었다”고 밝혔다.

팬택측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LG유플러스측이 지난 17일 단말기 출고가를 내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팬택 관계자는“휴대폰 유통 시장에서는 이통사가 갑이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통사의 결정을 선뜻 반대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출고가를 인하하면서 발생하는 차액은 제조사가 부담하는 것이 관행인데, 단말기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팬택 입장에서는 채무를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이통사의 시크릿업 재고 물량이 1만대가 남았다고 하면, 팬택은 재고 보상액 (출고 인하 차이 금액 35만원 X 재고 물량 1만대) 35억원을 토해내야 하는 셈이다. 현재 팬택이 이통3사에 공급한 베가시크릿업의 물량은 4만대이다.

하지만 현재 재고 보상금액에 대해서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고, 실제 팬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구매 물량 계약 건은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팬택 측은 “단말기 출고가는 통상 이통3사와 제조사가 협의해 결정한다”며“이통사이 성급한 출고가 인하보다 재고보상의 처리, 선구매 물량의 확정 등의 조치가 원만하게 진행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통사 가입자 확보 위한 마케팅인가 

이에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영업정지 기간에 있는 SK텔레콤이 베가 시크릿업 출고가 인하에 반대해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며 “향후 팬택의 출고가 인하 금액이 부담되지 않도록 지원할 방침이다”고 해명했다.

증권가 유통 담당 전문가는 “영업정지 기간을 맞아 시장이 급격히 냉각된만큼, 이번 베가 시크릿업 출고가 인하는 판매 활성화에 도움이 될것이다”며 “다만, 이통사가 팬택 제품 외 다른 제조사의 단말도 출고가 인하를 함께 한다면 팬택 살리기 효과는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출고가 인하는 이통사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영업정지를 일주일 앞둔 LG유플러스가 승부수를 무리하게 띄우는 과정에서 결국 잡음이 생겼다"며 "경쟁사도 뒤따라 베가시크릿업 출고가를 인하하게 됐는데, 과연 팬택에게 도움이 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베가 시크릿 업 출고가 인하에 앞서, 지난 5일 LG전자의 GX 출고가 인하를 단행했던 적이 있다. KT도 베가 시크릿 업 외에 갤럭시S4 미니, 아이폰5S 등의 단말기 가격을 절반가 이하로 인하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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