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영업정지가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100만원에 육박하던 스마트폰을 50~6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2009년 아이폰 도입 이후로 시작된 고가의 출고가 정책이 약 4년 만에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제조사를 포함한 통신업계는 통신비가 비싸다는 여론과 정부의 압박에도 출고가 고가 정책을 줄곧 고수해왔다. 출고가 인하는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이통사와 제조사간의 이해 관계도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단말기 가격 인하는 단순히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이번 출고가 인하 연쇄 현상이 국내 이동통신 유통 구조까지 뒤흔드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삼성전자는 갤럭시S5의 출고가를 기존 90만원대에서 80만원으로 낮췄다.

이통• 제조사 “안 팔리네...가격 내리자”
최근 이통사와 제조사는 잇따라 단말기 출고가 인하에 나섰다. 지난 18일 LG유플러스와 KT는 팬택의 ‘베가 시크릿업’ 단말의 출고가를 95만원에서 59만원대로 낮췄다. 앞서, 지난 5일에는 LG전자가 ‘GX’ 출고가를 89만원에서 63만원대로 인하했다. 그간 90만원대 출고가 정책을 취해온 삼성전자는 최신작 갤럭시S5를 80만원대에 내놨다.

업계는 해당 단말 외 GK, G2, 갤럭시S4 미니, 아이폰5S 등의 단말기 출고가도 최소 30% 내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갑작스럽게 단말기 출고가 인하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사상 최장의 영업정지 기간을 맞아 시장이 급격히 냉각됐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단행한 것.

일반적으로 단말기의 원래 공급가는 재료비와 부대비용, 수익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휴대폰 출고가는 여기에 제조사 장려금을 포함한 ‘정책비’와 이통사의 ‘보조금’이 포함돼 정해진다. 결국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출고가는 제조사와 이통사의 보조금이 더해져 부풀려진 금액인 셈.

▲ LGU+는 베가시크릿업의 출고가를 37% 인하했다. (사진제공 = LGU+)

양측이 이같은 출고가 부풀리기를 하는 이유는 소비자에게 더 강한 구매욕을 느끼게 하기 위한 전략이다. 100만원짜리 단말을 보조금을 지급해 60만원으로 할인해주면, 처음부터 60만원에 살 때보다 더 싸게 구매했다는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업정지를 맞아 관련 업계는 정부의 강력한 단속 의지로 대량의 보조금 투입을 할 수 없게 됐다. 할인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의 발길이 뚝 끊긴 상황. 특히, 이번 영업정지 기간은 업체당 45일로 과거와 달리 최장이다. 제조사는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고, 통신사는 마케팅 비용이 줄어 당장 영업이익에 호재이나 판매량이 계속해서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이 기간 중 삼성전자는 이통사의 이해관계로 최고 전략폰 갤럭시S5 글로벌 출시일을 지키지 못했다. LG전자의 플래그십 모델 G프로2의 판매 성적은 좋지 못했으며, 팬택은 두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통사는 가입자 방어를 위해 출고가 인하 요청, 기기변경 할인 혜택 등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영업정지, 사이드 이펙트 효과...통신비 싸질까?
결국, 정부의 영업정지가 의도하지 않은 출고가 인하 효과까지 일으킨 셈이다. 그동안 방통위와 미래부는 통신비 인하를 위해 출고가를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으나, 제조사는 ‘기업 고유 권한’이라며 버텨왔다. 더불어, 정부의 보조금 제재 때문에 단말기 가격이 비싸졌다는 비난도 잦아들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이번 출고가 인하 현상이 불러올 나비효과다. 특히, 출고가 인하가 일시적 현상을 넘어 가계통신비 절감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국내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취해온 제조사들의 단말기 가격 인하는 향후 출시될 단말기 출고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 LG 등에 있어서 국내 시장은 판매량만 놓고 보면 규모가 매우 작지만, 해외 시장 가격 책정시 기준이 된다. 해외 업체와 물량 협상을 할 때 자국 판매량이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단말기 출고가를 함부로 결정할 수 없는 이유다.

▲ 이통사 대리점의 모습.

업계 전문가는 “이번 출고가 인하로 소비자들은 고가의 스마트폰일지라도 기기값 자체가 내려갈 수 있음을 경험했다”며 “이는 보조금 할인 혜택과 개념이 다르다. 특히, 소비자들의 기대 심리로 향후 삼성과 LG의 국내 프리미엄 전략이 효과를 거두기 힘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말기 출고가 인하가 확대되면, 이통사의 요금제도 중저가로 낮춰질 수 있다. 이동통신사는 그간 의무가입 약정과 고가 요금제 선택시 더 많은 보조금 혜택을 제공했다. 고가의 단말기 출고가를 이용해 가입자를 묶어두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면 최소 3개월간 6만원 이상의 요금제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했다.

단말기 가격이 저렴하면, 소비자가 굳이 이통사에서 24개월 약정과 고가의 월정액 요금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가입자당 평균매출액(ARPU)이 떨어질 것이다. 반면, 보조금 위력이 약해지니 ‘반 값 요금’을 내세우는 알뜰폰 판매는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통시장은 해외와는 다른 왜곡된 유통구조를 가졌는데, 출고가 인하 확대는 이러한 점을 개선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며 “정부 또한 국회에 계류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추진에 탄력을 받아 유통 구조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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