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스마트폰 가격인하를 도왔던 팬택이 회생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출고가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이 제기됐다. 팬택은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가격 인하의 선봉에 선 바 있다. 차세대 광대역LTE-A의 도입으로 인한 가격 상승과 단통법 초기 적응기간을 고려했을 때 단번에 스마트폰 출고가가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0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팬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스마트폰 가격 인하에 큰 영향을 행사해왔다”며, “팬택의 경졍력은 가격 대비 삼성과 LG전자에 뒤지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는 데 있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양강구도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재편된다면 당분간 출고가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가 중국업체의 저렴한 단말을 들여와 국내서 1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팬택의 빈자리를 매꿀 수는 있다”라며, “다만 국내 소비자의 브랜드 선호도를 따져봤을 때 중국의 저가형 스마트폰을 선듯 구매할 지는 지켜봐야 하는 대목이다. 한국이 괜히 외산폰 무덤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팬택 베가 아이언2

스마트폰 가격 인하를 이끌었던 팬택
팬택은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가격 인하 바람의 중심에 서왔다. 업계에서도 팬택의 이러한 역할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초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은 몇 차례 스마트폰 가격 인하로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었다. 그 중 팬택은 2012년 상반기 출시됐던 ‘베가레이서2’의 출고가를 91만3,000원에서 79만9,700원으로, 또 다시 49만9400원으로 내려가면서 타사 대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가격 인하를 실시했다. ‘베가 R3’의 경우에는 99만9900원에서 72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하반기 국내 첫 LTE-A 모델인 삼성전자 ‘갤럭시S4 LTE-A’에 맞선 팬택은 ‘베가 LTE-A’를 87만8900원으로 책정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4 LTE-A’의 출고가는 95만5,000원으로 하드웨어 스펙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89만9800원의 ‘갤럭시S4’보다 가격을 높여 책정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의 가격을 낮춰 86만6800원으로 맞췄다. 업계에서는 가격인하 바람에 영향을 받은 결과로 분석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팬택은 기존 하이엔드 스마트폰의 잠재적인 하한선이었던 80만원 선을 과감히 깼다. 타사와 비슷한 하드웨어 스펙을 갖췄던 플래그십 모델인 ‘베가 아이언2’의 가격을 78만3,200원으로 설정했다. 70만원대는 삼성전자 ‘갤럭시 메가’, ‘갤럭시노트3 네오’와 LG전자가 ‘옵티머스GK’ 등 중급형에 매겨지는 가격이었다. 팬택의 ‘베가 아이언2’ 가격은 그만큼 파격적이었다.

이통사로 팬택 제품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던 지난 6월부터 우연치 않게 다시 스마트폰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모양새다. 삼성 ‘갤럭시S5 광대역LTE-A’는 80만원 선이었던 가격을 넘어 94만500원에, LG전자 ‘G3 캣.6’도 89만9,800원이었던 ‘G3’보다 오른 92만4,000원에 판매됐다. 두 업체 모두 광대역 LTE-A를 지원하면서 제품 가격을 올렸다.

시장 판도 변화 ‘독과점 체제’ 우려
팬택의 회생이 불가능하다면 시장 판도 변화로 ‘독과점 체제’가 시작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견이 엇갈리지는 하지만 삼성전자의 독점 체제 또는 LG전자의 약진으로 풀이된다. 이통사의 경우 삼성전자의 독점에 대해 걱정하는 눈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64.3%로 우세하며, LG전자가 17.8%, 팬택이 11.6%를 기록했다. 나머지는 애플과 몇몇 외산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이 중 팬택의 11.6% 점유율이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가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한동안 점유율 변화가 없었던 삼성전자보다는 LG전자가 팬택의 점유율을 끌어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위 업체이기 때문에 제품 성능을 올리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팬택의 점유율을 가져오면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게 된다. 독점 논란에 빠지지 않기 위해 오히려 이전보다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지난해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서울YMCA로부터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스마트폰 출고가를 부당하게 올렸다는 조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뤄진 바 있다.

이통사가 팬택을 대신해 대만이나 중국의 저렴한 단말을 들여올 가능성도 높다. 상반기에는 KT가 에이서의 저가형 모델을 출시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도 화웨이 신제품을 국내 출시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법정관리 진행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팬택을 외국 업체가 인수할 수도 있고, 회생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시장 상황을 미리 재단하기에는 이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10월 단통법이 시작되면 또 다른 양상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재편될 수도 있긴 하지만 이도 단통법 안착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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