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직장인 이 모씨(29 여)는 3개월전 구입한 ‘갤럭시S5 광대역 LTE-A' 단말을 떠올리면 분통이 터진다. 이 씨는 출고가 94만500원 단말을 24개월 약정에 실구매가 31만원으로 주겠다는 판매점 직원의 말만 믿고 스마트폰을 덥썩 구매했다.

그러나 1개월 후 요금 고지서를 본 이 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할부기간이 24개월이 아닌 36개월로 나타나있으며, 실제 단말 할부원금은 계산해보니 94만500원이었다. 판매점 직원이 월별 할부금액을 적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요금 할인분을 포함해 설명한 것이었다.

일명 ‘호갱(호구+고객) 탈출법’이라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위와 같은 피해를 입는 소비자들이 많다. 미리 시세를 알고 단말을 구매하러 가도 판매점 직원의 화려한 입담에 속아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고객들도 부지기수다. 고가인 스마트폰은 한 번 개통하면 취소시키기는 더욱 어렵다. 어수룩한 호갱에서 벗어나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을 짚어본다.

 

할부원금 VS 실구매가
단말 구매시 소비자를 가장 햇갈리게 하는 것이 실구매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판매점 직원이 페이백(편법 보조금 방식)이나 보조금 액수를 붙이지 않고 “단말 실구매가, 단말기 실구입가, 단말기 실부담금, 단말기 월부담금” 등의 용어를 말한다면 사기를 치고 있는 확률이 높다.

우선 기본 용어부터 알아보자. 출고가는 제조사가 책정한 스마트폰의 가격이다. 할부원금(할원)은 출고가에 보조금을 제외한 가격이다. 즉,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단말기 가격이다. 실구매가는 할부원금에 요금할인액을 뺀 금액이다. 여기서 함정이 생긴다.

요금할인액은 소비자가 단말기 가격과 상관없이 이동통신사 요금제 가입자라면 누구나 당연히 받는 할인혜택이다. 이 할인혜택을 마치 단말기 할인인양 속여서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단말 가격(할부원금)은 실구매가에 요금할인액을 더한 금액이 된다.

예를 들어, 판매점에서 75요금제 기준(24개월 약정)으로 갤럭시S5의 실구매가가 30만원이라고 하자. 실제 할부원금은 실구매가 30만원에 75요금제에 따른 24개월간의 요금할인액 45만원(24개월 x 요금할인액 1만8750원)을 더한 75만원이다.

갤럭시S5의 출고가가 86만6000원이므로, 실제 소비자가 받는 보조금은 11만6000원이 되는 것이다. 반면, 판매점에서 갤럭시S5의 할부원금이 30만원이라고 하자. 단말 구매시 30만원만 내면 된다. 이 경우 소비자가 지원 받는 보조금은 56만6000원이다.

일선 판매점에서는 먼저 할부원금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또한 고객이 물어봐도 “고객님, 한 달에 내는 총 요금은 9만원이세요”라며 단말기 가격과 요금할인을 뭉뚱그려 교묘히 대답한다.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래서 요금할인을 제외한 할부원금이 얼마에요?”라고 물어본 뒤 “할부원금은 00원 입니다”라는 답변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24개월 단말 할부...맞죠?”
호갱들이 가장 어이없이 당하는 경우는 단말 할부 기간 부분이다. 분명 판매점 직원의 말을 듣고 24개월 단말 할부, 24개월 요금 약정으로 단말을 개통했는데 한 달 뒤 요금 고지서에 할부기간이 36개월로 찍혀 있는 것을 확인할 때이다. 직원이 나에게 거짓말을 한 경우인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판매업자와 주고받은 대화를 계약서상에 명시해야 한다.

간혹 판매점 중에는 은근슬쩍 계약서를 소비자에게 주지 않고 본인들이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 자리에서 계약서 사본을 요청해야 한다. 계약서 대신 할부기간이나 보조금 액수 등을 메모해놓은 종이라도 갖고 있어야 하며, 시일이 좀 늦었더라도 사본은 요청하면 된다. 증빙자료가 있어야 문제가 생겼을 때 소비자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일단 신형 스마트폰을 구입한 후 계약서를 지참한 뒤, 고객센터 앱이나 모바일을 통해 단말기 할부원금을 즉시 확인해야 한다. 고객센터 앱을 설치하고 메뉴에 있는 ‘요금납부 명세서’의 ‘남은 단말 대금 항목’을 확인하면 된다. 여기에 등록된 금액이 실제 단말기 구매 가격(할부원금)인데, 계산해보고 판매점 직원의 말과 다르면 곧바로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

잘못된 계약 관계임을 알면 스마트폰 개통을 신청한 날부터 14일 이내 계약 철회가 가능하다.

 

“페이백 00만원, 위약금 완납”
소비자가 혼란을 겪는 이통사의 대표적인 꼼수 영업방식 중 하나가 ‘페이백’이다. ‘페이백’은 휴대전화 할부원금 기기값을 높여 전산망에 입력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조금을 현금으로 통장에 지급해주는 편법 보조금 방식이다. 정부 단속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구두계약으로 이뤄진다.

예정대로 페이백을 받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선 판매점에서는 점주가 페이백을 해주지 않고 튀어버리거나, 문을 닫거나 모른척 하는 일도 빈번해 소비자의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가입 당시 페이백 조건이 적힌 종이라도 있으면 입증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피해를 보상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한 대리점이나 판매점을 지나가다보면 “위약금 완납”이라는 문구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업체들이 번호이동을 하면 약정 위약금을 내주겠다고 하는데, 소비자는 이와 별개로 ‘할인반환금’을 내야 한다.

약정 위약금은 소비자가 통신상품을 구입한 후 중도 해지를 했을 시 약정 미준수에 따른 남은 기간의 추가비를 가리킨다. 할인 반환금은 약정 기간 이통사로부터 받은 요금 할인액을 가리킨다. 따라서 일선 판매점에서 홍보는 “위약금 완납”은 엄밀히 말하면 온전한 혜택이라 할 수 없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중고폰도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번이가 더 싸다고? 무슨 말이야?
휴대폰을 구매하다 보면 신규, 번이, 기변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용어부터 살펴보자. 신규가입은 통신사에 아예 새로 가입하는 방식이다. 줄여서 ‘신규’라고 표현한다. 번호이동은 줄어서 ‘번이’라고 가리키며, 기존 휴대폰 번호는 그대로 한 채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타 업체의 가입자를 빼앗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 보조금이나 약정 할인 조건이 가장 좋다. 일선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가장 많이 권유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다만, 요즘은 정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신규 가입에 더 많은 보조금을 싣는 추세이다.

‘기변’이라고 표현하는 기기변경은 기존 통신사는 그대로 유지한 채 단말기만 새로 변경하는 방식이다. 기존 가입자가 기기만 바꾸기 때문에 이통사 입장에서는 혜택을 많이 줄 필요가 없다. 보조금이나 약정 할인 조건이 가장 좋지 않다.

한편, 온라인이나 폐쇄몰에서 단말 구매시 신분증 사본 파일을 공공연히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업체는 휴대폰 개통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 스캔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라고 하는데 이는 명백한 약관 위반이다.

현행법에서는 온라인 휴대폰 개통시 본인인증 방식을 신용카드와 공인인증서로 제한하고 있다. 이통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공식 대리점에서는 신용카드, 공인인증서를 통해 온라인에서 바로 인증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있다. 신분증을 스캔 파일로 넘기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내 개인정보가 잘 폐기됐는지 확인할 수 없고, 중요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단통법 이후 바뀌어지는 것들...
오는 10월 단통법이 시행되면 휴대폰 구매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기존 단말 보조금의 법적 상한선은 27만원이지만 단통법 시행 시 보조금은 최소 6개월마다 25만원~35만원(15% 증감 허용)사이로 바뀐다.

특히, 알게 모르게 행해지던 보조금 지급과 달리 홈페이지 등을 통해 단말에 대한 보조금이 투명하게 공시되므로 소비자들이 가격 비교를 하기 훨씬 수월해진다. 이렇게 되면 요금할인과 단말 보조금을 합쳐 할인혜택인 양 속여 파는 행위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에서 휴대폰을 개통하지 않고, 기존 중고 단말이나 자급제 폰을 구해 요금제 가입만 해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요금제에 비례해 단말기 보조금에 상응하는 할인 혜택을 소비자는 받을 수 있다. 00요금제 3개월 유지 조건도 요구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일선 판매점에서는 보조금을 주는 대신 고가 요금제 가입 3개월을 요구한다. 단통법에 따르면 고가 요금제 의무 가입 조장은 불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휴대폰 판매가 이뤄질 것이다”며 “소비자는 이를 꼼꼼히 확인해 합리적인 단말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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