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지난 28일 한국 정부가 국내 인터넷 이용환경 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중 '놀랍도록 당연한' 결과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모바일 인터넷 환경에서의 구글의 존재감이다. 구글의 독과점 양상은 산업적인 이슈를 떠나 우리나라 정보의 유통망을 쥐락펴락 할 정도로 성장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모바일 웹브라우저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브라우저가 76.47%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모바일 운영체제 역시 구글 안드로이드가 85.40%로 압도적이다.

인터넷 접속유형은 PC 웹브라우저(74.34%), 모바일 웹브라우저(12.85%), 모바일 앱(12.81%) 순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자 중 4명 중 1명은 PC가 아닌 모바일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지난 2009년. 불과 5년 만에 국내 인터넷 접속의 25% 이상이 모바일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것은 향후 정보 유통 채널이 모바일로 얼마나 빠르게 변환될 것인지 짐작케 한다.

특히 정보 습득 유형 및 서비스 이용형태 측면에서 동영상 스트리밍이나 파일 전송과 같은 서비스가 모바일 환경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이 40%에 육박했다는 일각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이 시점에서, 불과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해묵은 이야기기 돼버린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프리즘 사건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NSA가 프리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주요 IT기업의 서버에서 이메일, 채팅, 사진, 데이터 등 각종 정보를 감시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감시 대상 기업에는 구글, 야후,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이를테면 구글, 페이스북 등의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가 손쉽게 미국의 정보기관에 제공됐고, NSA는 이를 통해 해외 정보 수집을 해왔다. 이들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미국 내에 서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조사결과에서 구글이 국내 모바일 환경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기술적, 논리적 비약이 있겠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정보 주권이 보장된다는 보장은 못한다.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주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 모두 미국 회사다. 아이폰을 쓰거나 구글 위치정보에 입력된 개인정보를 비롯해 다양한 데이터/정보들이 미국에 위치한 서버에 저장돼 있다.

국민 개인의 정보가 합해진 우리나라의 각종 정보들이 스마트폰(구글과 애플)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생태계를 주도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정보를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정보 주권이 더이상 우리에게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를 배척하자는 말이 아니다. 마땅한 대안이 없고, 피처폰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는 개인 및 사회 발전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다만 정보 주권은 우리 스스로 지켜낼 필요가 있다. 구글 운영체제를 쓴다고 해서 정보 주권을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 구글 주소록, 메일, 지도, 검색, 동영상 서비스(유투브) 등 서비스를 통해 저장되는 정보에 대한 최소한의 경각심을 갖자는 것이다.

물론 선결조건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분발이다. 매력 있고 가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자국의 정보 자산을 스스로 생성하고 수집하고 관리하면 된다. 국제화에 맞는 기술표준과 서비스를 주도하고 이에 맞는 정책도 가져가야 한다.

카카오톡, 라인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정보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해외 시장을 정복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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