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성상훈 기자]"데스크톱PC 사용에 주로 쓰는 키보드 자판은 모두 중국산이라는 것을 대부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순수 국내 기술로 승부를 하고 싶었다."

태블릿PC용 국산 초슬림키보드를 개발한 우린의 서재홍대표 말이다. 2010년 수퍼슬림노트북이 유행을 타면서 노트북은 점점 얇아졌다. 그러나 키보드 만큼은 얇아지지 않았다. 서 대표는 이때 문득 의문을 던졌다고 한다. 키보드가 얇아진다면 어떨까?

우린의 초슬림키보드는 이 한가지 의문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러나 키보드를 얇게 만든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당시 얇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정전식 터치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 전부였다. 이것도 시도는 했지만 키보드에 손을 올렸을때 반응한다는 점을 해결하기 힘들었다. 여러 키를 동시에 입력하는 것을 구현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고민 끝에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키보드에 적용된 압전 방식이다. 손을 올리는 것과 치는 것을 구분할 뿐더러 손가락으로 키를 입력했을때 속도와 손을 올렸을때 속도를 인지한다. 결국 2012년 특허를 내고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제품이 나왔다.

▲ 우린의 키보드 제품들

올해는 창조경제타운에 등록하면서 우수아이디어로 채택돼 적극적으로 지원도 받았다. 서 대표는 대기업 PC사업부, 영업, 마케팅 업무를 맡아오면서 22년간 회사 생활을 했다. 현재 나이 54세.

늦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을 동반해야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슬림 키보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제품을 만들어냈다.

직접 들어보니 손에 느껴지는 무게감은 거의 없다. 160그램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태블릿에 연결해 타이핑해보니 느낌은 키를 누르기보다는 '친다'에 가까웠다.

키를 '치는' 강도는 3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사용자의 취향과 강도에 따라 조절 가능하게끔 배려했다. 인상적인 것은 책받침 처럼 얇은 두께임에도 백라이트 기능을 내장했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 이정도 두께에 라이트 기능이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었다. 유사한 디자인의 MS 서피스 키보드도 두께때문에 라이트 기능만큼은 포기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서피스 키보드보다 저렴하다.

기술적인 우위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런 우린의 기술력이 빛을 발한 것일까? 최근에는 모 대기업에 핵심 부품의 공급 계약까지 체결했다.

10월중에는 본격적으로 초슬림키보드가 양산을 시작한다. 원래 양산 단계에 돌입하기까지 좀더 시일이 걸릴 예정이었지만 투자처를 빨리 찾기 위해서라도 제품을 론칭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10월 중순에 열리는 월드IT쇼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하루빨리 제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서 대표의 눈빛에는 늦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다는 불안감보다는 기술력과 제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차있다.

◇우린 서재홍 대표와 일문일답

자사의 초슬림키보드 기술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서재홍 우린 대표
제품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다. 개발 초점을 어디에 맞춘 것인가?
중소기업청 창업맞춤형 지원센터에서 시장조사를 지원해줬다. 조사 결과 62% 소비자층이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10대에서 20대 수요층으로부터 반응이 좋았다. 초슬림키보드는 태블릿PC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태블릿PC는 보통 '휴대성'을 위해서 구매한다. 하드한 업무는 노트북으로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위해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볍게 문서 작성을 하거나, 터치키보드보다 조금 더 디테일한 업무를 위해서라면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태블릿PC와 마찬가지로 '가볍고 휴대하기 좋은' 초슬림 키보드를 개발하게 됐다.

경쟁 제품 현황은 어떤가?
현재 국내에서는 경쟁 제품이 없다. 펜타그래프 방식으로 키보드를 생산하는 업체는 5군데 정도 있지만 디자인만 국산이고 기술은 모두 중국산이다. 국내기술로 양산하는 키보드는 우리 뿐이다. 그리고 초슬림 키보드 역시 전례가 없다.

서피스 키보드와 매우 비슷하다. 모티브를 딴 것인가?
아니다. 서피스 키보드는 본적도 없다. 그리고 서피스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개발이 계속 진행돼왔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서피스 키보드에 없는 라이트 기능이 내장돼있다. EL램프를 필름에 올려 삽입하는 원리인데 키감을 균일하게 유지하면서 삽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서피스 키보드도 그게 안되서 구현이 안된것으로 알고 있다.

늦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었을텐데?
나이도 나이지만 사실 아이디어만 갖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개선' 정도의 아이디어는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지만 '혁신'에 가까운 아이디어는 많은 리스크가 따른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직접 겪어보니 벤처기업 사장들에 존경스러울 정도다.

성남산업진흥재단에서도 지원을 받았다고 들었다.
그렇다. 창조경제가 살아나려면 아이디어가 있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남산업진흥재단에 매우 감사하다. 멘토링에서부터 전시회 참가에 이르기까지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제품 금형을 만드는 것도 매우 비싸다. 시금형비만해도 5,000만원이 넘지만 중기청에서 이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성남산업진흥재단에서 많은 정보도 받았다.

목표가 있다면?
사실 아이디어가 활성화 되고 창업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보편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게 부족하다. 우린이 성공사례로 남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남은 올해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제품을 알리고 싶다. 최근에는 기술이 있어도 영원히 남지 않는다. 항상 앞서가기 위한 준비를 하기에 바쁘다. 내년에는 커버 일체형 초슬림 키보드 출시도 생각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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