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재구 기자]이베이가 20년 가까운 역사 가운데 가장 큰 변화를 결정했다. 내년 하반기까지 자회사 페이팔 분사를 완료한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즈는 30일(현지시간) 이베이가 비트코인에서 애플페이에 이르는 산업의 변화 요인을 검토한 끝에 이같은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이베이 경영진과 이사회가 지난 1월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페이팔 분할 주장 이후 일관되게 반대해 왔지만 결국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존 도나호우 최고경영자(CEO)와 이사들은 공유택시서비스 우버에 대응한 지불결제시스템의 필요성 대두, 알리바바의 등장 등 급변한 시장상황에 맞춰 분사시 이점을 검토했고 결국 결정을 내렸다. 이베이는 중요한 협력관계를 유지시키면서 페이팔을 분사하겠다고 발표했다.

페이팔은 지난 2002년 이베이에 인수된 이후 별도 사업부에 속해 있었으며 지난 해 모기업인 이베이 전체 순매출의 41%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도나호우 CEO는 인터뷰에서 "우리의 의견은 칼 아이칸이 앞서 말했던 것과 일치했다"고 말했다.

페이팔 분사 발표이후 이베이의 주가는 7.5% 급등한 56.53달러에 마감됐다.

▲ 이베이의 페이팔 분할 소식이 전해지자 이베이 주식은 7.5% 급등했다. (사진 = CNBC 동영상 캡쳐)

■이베이, 결국 칼 아이칸 주장 수용한 셈

기업분할은 기업 주식을 산 후 분할을 요구하는 행동주의자 주주들의 대표적인 수법이다. 하지만 이번 이베이의 페이팔 분사 결정은 칼 아이칸으로부터 최악의 경영을 하고 있다는 독설에 맞서던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이베이의 발표에 대해 "기업분할을 주장했던 아이칸 조차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것 같았다"고 보도했다.

아이칸은 회사 블로그에 "우리는 이베이 이사진과 경영진들이 회사분할에 책임감 있게 행동한 데 대해, 다소 늦기는 했지만, 행복하게 생각한다. (이 결정은)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빨랐다"고 썼다.

칼 아이칸은 지난 1월 열렸던 이베이 이사회에서 "페이팔 분할은 경영진에게 핵심 비즈니스를 추구할 수 있는 유연성을 부여하며, 업 자체가 가진 힘을 부각시켜 줄 것"이라며 "별도의 페이팔 이사회 구성은 모기업(이베이)과의 분쟁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존 도나호우 CEO
하지만 그동안 도나호우 이베이 CEO는 지난 1월 아이칸의 분사요구이후 가진 애널리스트 컨퍼런스콜에서 "전자결제회사를 가짐으로써 이베이는 줄곧 이익을 냈으며 페이팔 역시 마찬가지였다"며 분사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 왔다.

그는 "(페이팔 분사에 따른)궤도이탈과 시너지효과 감소는 잘못된 타이밍에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전자상거래라는 기회의 창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이칸도 한 발 물러섰다.

이베이는 지난 4월 칼 아이칸과 페이팔 분사에 대한 분쟁을 매듭지은 후 가까운 시일내에 분사가 있을 가능성을 내비치지 않아왔다.

하지만 9월 들어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30일 도나호우 CEO가 "외부 압력이 없는 가운데 신중히 검토한 끝에 분사하기로 결론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페이팔의 분사는 결국 아이칸의 승리가 됐다.

도나호우 CEO와 이베이 경영진들은 이번 결정과 관련, "언젠가 페이팔을 분사할 것이라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페이팔과 이베이 붙어있으면 고객들 경쟁사 간다"

이베이 이사진이 페이팔을 분사하기로 결정한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무엇보다도 이베이가 페이팔을 인수한 이래 페이팔 사업부는 온라인 경매를 위한 지불결제 사업부 이상으로 몸집이 커졌다. 페이팔은 모기업 이베이 순매출의 41%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

실제로 지난 12개월 동안 페이팔은 2,030억달러(한화 약 215조8,000억원)에 달하는 거래금액을 결제했다. 또 페이팔 전자지갑 결제액은 약 1억5,300만달러(1,626억원)에 이르렀다.

반면 지난 해 페이팔 전체 결제액 가운데 이베이 경매 결제액은 3분의 1도 안된다. 도나호우 CEO에 따르면 이 수치는 3년 내 15%로 떨어질 전망이다.

▲ 이베이 본사. 도나호우 CEO가 페이팔 분사 이익을 검토한 결과 내년 하반기까지 사업부를 분사해 별도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 위키피디아)

두 번째 배경으로는 전자상거래 서비스 및 관련 지불결제시장 환경의 변화가 꼽힌다. 고객들이 이베이의 자회사 페이팔 대신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경쟁사로 거래처를 바꿀 가능성 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페이팔의 가장 유망한 신사업은 날로 뜨거워지는 전자상거래서비스 모델인 우버(택시공유서비스)나 에어비앤비(여행자 객실 렌탈사업) 등에 요구되는 모바일 지불결제사업이다. 이는 더작은 지불결제서비스공급자 브레인트리를 인수함에 따라 가능해졌다.

많은 분석가들은 페이팔과 이베이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그대로 두면 결국 페이팔이 퇴보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결국 급변하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환경변화, 그리고 이에따른 경쟁력 확보필요성이 페이팔을 분사시킨 셈이 됐다.

세스 샤퍼 SNL파이낸셜 분석가는 지난 달 "페이팔이 경쟁사인 이베이와 함께 있는 한 아마존닷컴이나 알리바바같은 회사들은 이 회사에서 결제서비스 받길 회피할 것"이라며 분사를 필요성을 지지했다.

■페이팔 분할 이후 새 CEO는 대니얼 슐먼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든 것은 지난 6월초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팔 사장이 사직하고 페이스북 메시징 서비스책임자로 간 사건이었다.

이베이는 30일 대니얼 H.슐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수석임원이 페이팔 사장으로 합류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비즈니스와이어를 거쳐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서 대체모바일 및 온라인결제서비스 전략을 이끌어 왔다. 슐먼은 내년에 페이팔이 분사돼 별개 회사로서 상장되면 CEO를 맡게 된다.

페이팔이 분사되면 이베이 마켓플레이스 사업은 데빈 웨닉이 CEO를 맡아 이끌게 된다. 도나호우 CEO는 페이팔 분사가 완료되면 물러난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이사회의 페이팔 분사관련 브리핑 관계자들은 "이베이 이사진들의 결정은 결국 아이칸의 마법에서 깨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도나호우 CEO는 당초 모습과 달리 이번 분사계획을 전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지난 10년간 매일 아침 이베이와 페이팔을 성공시키기 위해 불타는 의욕을 가지고 아침에 일어났다. 그것이 이번 결정과 내 반응의 배경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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