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재구 기자]지난 달 19일 아이폰6와 함께 애플페이서비스가 발표됐다. 애플은 이를 소개하며 은행, 신용카드 회사와 제휴했다고 강조했지만 당연시 됐던 지불결제업체 선두주자 페이팔은 빠졌다. 페이팔이 이미 삼성과 모바일결제사업에서 제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30일(현지시간) 이베이가 페이팔 분사를 발표하면서 상황이 미묘해지고 있다. 특히 삼성에겐 악재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왜 그럴까?

뱅크이노베이션, 애플인사이더의 1일 보도는 삼성이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페이팔 분사,상장(IPO)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몇가지 배경과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삼성-페이팔 제휴를 지원했던 강력한 삼성의 지원군 존 도나호우 이베이 CEO가 퇴진하게 된다. 게다가 페이팔은 더 이상 모기업 이베이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페이팔이 삼성 이외의 다른 업체와도 제휴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여기에 분사 후 성장동력확보를 위해 애플과 제휴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이어지면서 애플-페이팔 제휴 당위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삼성으로선 삼성-페이팔 단독제휴가 공동제휴로 바뀔 수도 있는 묘한 기류를 맞게 된 셈이다.

▲ 존 도나호우 이베이 CEO가 페이팔 분사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CNBC에 출연해 당초 입장과 달리 분사계획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사진 = CNBC 방송 캡쳐)

■삼성-페이팔 제휴의 막후 지원군 도나호우 CEO의 퇴진 예고

뱅크이노베이션은 사안에 밝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지난 1월 페이팔-삼성간 파트너십이 성사된 반면 함께 진행 중이던 애플-페이팔 제휴협상이 무산된 배경에 도나호우 CEO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도나호우 CEO는 지난 1월 데이비스 마커스 페이팔(사업부) 사장에게 삼성과 제휴하라고 강력히 요구한 삼성의 지원군이었다. 결국 페이팔은 결국 삼성과 모바일지불결제사업 제휴 동맹을 맺었다.

도나호우 CEO는 페이팔-삼성 간 제휴를 적극적으로 만류한 데이비드 마커스 전 페이팔 사장의 반대 속에서도 삼성을 밀었다.

마커스 사장은 “삼성과 제휴하면 앞으로 애플과 미래사업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도나호우 CEO와 마찰을 빚은 끝에 결국 지난 6월 페이스북으로 이직해 버렸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페이팔과 협상 중이던 애플이 페이팔-삼성 제휴 성사 소식을 듣고는 매우 언짢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애플이 그들을 문밖으로 차 버렸다"고 전했다.

애플은 이 제휴협상 결렬에 따라 지불결제분야의 신생기업 스트라이프와 제휴해 페이팔의 빈자리를 메울 수 밖에 없었다.

■페이팔, 분사후 성장동력 확보위해 애플과 제휴?

삼성에게 페이팔 분사 후폭풍은 이것 뿐이 아니다 .애플-페이팔 제휴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삼성으로선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도나호우 CEO 후임으로 페이팔을 총괄할 책임자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수석임원 출신인 대니얼 슐먼이다. 그가 도나호우 CEO처럼 애플과 거리를 둔 채 삼성과만 제휴하는 노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특히 페이팔 분사 이후 성장동력 부재론, 위기론이 이어지는 점도 페이팔-애플 제휴 당위론에 불을 댕기고 있다.

뱅크이노베이션은 보도는 2분기 말 보고서를 인용, 이베이와 페이팔의 연간 고객성장률, 시장 점유율 하락이 하락했으며 결제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결제건수 성장률이 줄었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데이비드 마커스 사장같은 두뇌의 유출, 우버 결제계정을 따내지 못한 것, 혁신의 부재 등도 지적했다.

이어 페이팔 상장후 성장을 위한 타개책은 애플과의 제휴라고 진단했다. 페이팔의 강점은 경영진이나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전세계 1억5,200만명에 이르는 사용자 네트워크 효과이며, 애플은 이를 위한 가장 강력한 파트너라는 게 그 이유다.

▲ 페이팔이 아이클라우드 누드사진 해킹 사건이 발생하자 뉴욕타임즈에 게재한 광고. 안전한 결제를 위해 페이팔을 사용하라고 권유하는 내용이다. (사진 = 뉴욕타임즈)

■페이팔, 애플에 도발했나, 유인했나?

이런 가운데 애플인사이더는 아이클라우드 해킹사건에 따른 유명여배우 누드사진 해킹 유출사건이 발생한 이후 나온 페이팔의 광고에도 주목했다.

애플이 지난 달 초 아이클라우드를 해킹당해 유명여배우의 개인사진까지 유출됐는데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불결제 보안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광고에는 “우리는 (유출된 여배우들의)셀카 사진보다 우리의 돈이 훨씬더 안전하길 원하는 사람들이다”라는 문구 등이 담겨있다.

애플에 도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애플과의 협력을 원한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다.

현재 페이팔은 삼성의 갤럭시 S5 지문인식센서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미국 등 25개 국가에서 제공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앱 개발자들은 통해 사용자들에게 여러 가지 다양한 결제 플랫폼을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오쏘라이즈닷넷(Authorize.Net),체이스페이멘테크(Chase Paymentech),사이버소스(CyberSource),퍼스트데이터(First Data),스트라이프(Stripe),TSYS 등이 있지만 아직까지 페이팔은 빠져 있다.

하지만 이베이의 페이팔 분사는 스마트폰에 이어 모바일 지불결제시스템에서도 패권경쟁중인 삼성-애플 간의 역학구도에 미묘하고도 분명한 변동의 여지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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