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27만원보다도 더 적어졌다. 휴대폰 가격만 더 올랐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첫 시행됐지만 예상보다 적은 휴대전화 보조금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의도치 않은 역풍에 정부는 물론 휴대폰 유통가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는 홈페이지에 단말기와 요금제에 따른 보조금을 모델별로 공시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보조금 상한선을 기존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높였지만, 실제 이통사들은 최신 스마트폰에 8~15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그쳤다.

해당 요금도 9만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할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가입하는 5~7만 요금제 이용시 지급받는 보조금 액수는 이보다 더 적어진다. 예상보다 적은 지원금에 갤럭시노트4 등 일부 최신 고가 단말은 지원금보다 요금할인을 받고 구매하는 것이 가격이 더 저렴해지는 역전 현상까지 일어났다.

▲ 용산 휴대폰 판매점을 둘러보고 있는 최성준 방통위원장

소비자가 체감하는 보조금 액수가 급감하면서, 단통법 시행 첫 날 번호이동 규모도 대폭 줄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통사간 번호이동건수는 452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통법 시행 직전인 9월 22일부터 26일까지의 일평균 번호이동건수 1만6178건의 3분의 1수준이며, 정부 시장 과열 기준 2만4000건의 5분의 1수준이다.

실제 일선 대리점 및 판매점도 평소보다 한산했다. 용산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한 휴대폰 판매점은 “단통법 시행 첫 날 휴대폰 보조금 정책이 전날보다 좋지 않았다”며 “소비자들도 예상보다 적은 보조금 액수에 발길을 돌리시는 분이 많았다”고 전했다.

단통법 시행 전날 휴대폰 판매 매장이 마감시간을 오후 8시에서 10시로 연장하며, 가입 개통을 진행했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휴대전화 전문 사이트 등에는 “보조금이 너무 적다” “이통사 배만 불리는 정책이냐” “외산폰 보조금 받고 사는게 더 낫겠다”는 등의 글들이 속속들이 올라왔다.

방통위 또한 이통사이 보조금이 예상치보다 낮게 책정됐다고 인정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단통법 시행 첫 날 현장 점검차 나온 용산 휴대폰 상가에서 “이통3사 홈페이지에서 나온 보조금 공시를 보고 액수가 기대보다 적어 좀 놀랐다”며 “아직 법 시행 초기라 장기적으로는 요금인하와 단말기 출고가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내심 걱정은 남아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통사측은 과거에 불특정 다수를 중심으로 대량의 보조금을 뿌렸지만, 지금은 전체 가입자에게 적정량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체감상 낮아보인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마케팅 비용은 과거와 비슷한 규모로 운영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단, 당분간은 법 시행 초기인만큼 시장 침체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체 관계자는 “보조금이 7일마다 바뀌기 때문에 이통사간에도 눈치 작전이 벌어지고, 소비자 또한 제도가 바뀐 만큼 휴대폰을 구매해도 되는지 탐색기를 거칠 것이다”며 “정부는 소비자에게 단통법이 믿을만한 제도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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