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성상훈 기자] 애플의 1차 공급망에 해당하는 일본의 한 중소기업이 애플을 제소했다. 삼성전자 등과 같은 경쟁사가 아닌 자사의 파트너인 1차 공급업체라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25일 일본 경제전문지 다이아몬드온라인에 따르면 애플을 상대로 제소에 나선 기업은 맥북 프로, 맥북 에어의 전원 어댑터에에 사용되는 '맥세이프(MagSafe)'기술을 갖고 있는 일본 시마노제작소다.

일본에서는 비상장 중소기업이지만 애플의 그 유명한 맥세이프 기술의 원천지다. 애플외에도 인텔, 삼성전자와도 거래를 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시마노제작소는 지난 8월 애플을 상대로 제소에 나섰다. 시마노는 전원 어댑터 커넥터 부분에 사용되는 '포고핀(POGO PIN)'을 전문으로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애플로부터 신제품의 핀 개발을 요구 받고 이를 양산하기 위한 체제를 구축했지만, 의뢰를 받은지 반년만에 갑자기 핀 발주량이 급감했다.

시마노제작소가 생산하는 스프링핀(왼쪽)과 맥북에 탑재되는 맥세이프 커넥터
애플은 시마노가 아닌 다른 공급 업체를 통해 핀을 공급받고 있었고, 이것이 시마노의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었다.

시마노가 거래 재개를 요구했지만 애플은 오히려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애플은 기존에 구입했던 핀의 차액에 해당하는 약 159만달러의 리베이트를 추가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결제가 이미 끝난 제품의 사후 가격 인하를 강요당하는 것이 정상일리는 없다. 시마노 역시 이것이 부당하다고 나선 것. 애플 전용 생산라인이 중단되면서 개발비, 설비 투자, 부당한 리베이트에 대한 손해 배상을 애플에게 청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자사의 특허권이 침해된 애플의 전원 어댑터, 맥북프로, 맥북에어의 일본내 판매금지까지 청구했다.

기술유출로 가격 경쟁 유발
애플은 자체 생산 라인을 갖고 있지 않지만 거래처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기른 지적재산권을 공유하면서 독자적인 기술을 장악해왔다.

전통적으로 전자제품 부품 생산에 강했던 일본의 일부 제조기업은 기술적인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솔루션을 자발적으로 애플에 제공해 온 곳도 있다.

그러나 애플은 그 기술과 노하우를 다른 공급 업체에게도 유출시키면서 수주 단계에서 가격 승부로 질질 끌려다니게끔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본의 또 다른 공급업체에게 애플이 잘못 전송한 자료에 자사의 민감한 기술 정보가 적혀 있었던 사례도 있다.

수면 아래에서는 이미 이같은 사건들이 계속 반복되어 온 듯 보인다.  시마노 제작소는 이를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시마노 경영진들은 이번 소송으로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시 사임할 각오도 되어 있다는 뜻을 밝혔을 만큼 일체의 양보없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시마노의 행보는 업계의 모든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다른 애플 공급업체들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애플 공급업체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마노는 인텔, 삼성전자 등 애플 이외의 거래처가 있지만 다른 공급업체들은 애플을 빼면 마땅히 거래를 이어나갈 곳이 없는 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최근 기업용 모바일 메신저 기업 인포존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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