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월 6만9000원 요금제를 6개월간 사용하면 요금제 변경해도 위약금이 없습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3사가 일제히 요금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했으나, 기존 고가 요금제 사용을 교묘히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약속이나 한 듯 동일한 프로그램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U+ 등 이통사는 최근 가입자의 위약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새로운 요금제도를 내놓았다. 각각 SK텔레콤은 ‘프리미엄 패스’, KT는 ‘심플코스’, LGU+는 ‘식스플랜’이다.

해당 요금제를 살펴보면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모두 동일하다. 월 6만원 이상 요금제로 약정 가입해 단말기를 구매한 뒤 180일 동안 처음 요금제를 유지하면, 이후에는 요금제를 하향하더라도 발생하는 차액(위약금)을 낼 필요가 없다. 대신, 요금제를 상향하더라도 추가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월 6만9000원 이상, KT는 월 6만7000원 이상 요금제 가입자만 해당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표면상으로 보면 6개월간 요금제를 유지하면 향후 요금제 변경시 위약금을 면제해주는 정책이지만, 속내는 고가 요금제를 6개월간 유지하도록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단통법에 따르면 고가 요금제 가입 강요를 미끼로 지원금(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다.

과거 유통점들은 이통사 정책에 따라 단말 구매시 지원금 지급 조건으로 6~7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 가입 3개월 이상을 내걸은 바 있다. 고가 요금제 가입자 증가로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이다.

소비자는 물론 실제 휴대폰을 판매하는 유통점 종사자들도 이번 프로그램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지난 1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의 서울 용산 휴대폰전자상가 방문 간담회에서는 아이파크몰 이동통신상인연합회 방영훈 판매점 대표는 KT심플코스에 대해 “과거 스마트폰 구매시 고가 요금제 3개월 사용을 오히려 6개월로 늘린 것 아니냐”며 “과거와 뭐가 달라진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구분
SKT
KT
LGU+
이름
프리미엄 패스
심플코스
식스플랜
내용
신규가입/기기변경 이후
180일간 동일 요금제 유지시
요금제 자유롭게 변경 가능
(하향 : 위약금 無
상향 : 추가 정산 無)
신규가입/기기변경 이후 180일간 동일 요금제 유지시 요금제 자유롭게 변경 가능
(하향 : 위약금 無
상향 : 추가 정산 無)
신규가입/기기변경이후 180일간 동일 요금제 유지시 요금제 자유롭게 변경 가능
(하향 : 위약금 無
상향 : 추가 정산 無)
가입
조건
LTE 전국민 무한 69 이상
LTE 완전무한 67 이상
LTE 음성무한자유 69 이상


소비자, 기회 비용 잘 따져봐야

소비자로선 이통3사의 고가요금제 6개월 유지 프로그램을 선택할지 잘 고민해야 한다. 일단, 해당 프로그램은 최소 월 6만9000원(KT는 6만7000원) 이상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입자에게 알맞다.

가장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야 지원금 전액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는 단말 구매시 최고가 요금제를 선택해 지원금을 전액 다 받고 6개월 후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원래 사용하던 요금제로 변경할지, 처음부터 원래 요금제에 맞는 지원금을 받을지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SK텔레콤 LTE전국민 무한 69(월 6만9000원)요금제 가입자가 '갤럭시노트4' 단말을 구매한다고 하자. 프리미엄 패스를 통해 일단 LTE전국민 무한 100(월 10만원) 요금제에 가입해 지원금 전액 22만원을 받는다. 이후 6개월 후 무한69 요금제로 다시 변경한다.

이럴 경우 요금제 하향 변경에 따른 차액은 물어낼 필요가 없다. 손익을 따져보면 전국민 무한69 요금제와 전국민 무한 100 요금제 실제 차액은 2만4500원으로, 소비자는 6개월간 14만7000원([51500원(전국민 무한69의 약정 할인 후 요금)-7만6000원(전국민 무한 100의 약정 할인 후 요금)] x 6개월)의 불필요한 돈을 낸 셈이다. 다만, 갤럭시노트4 보조금으로 22만원을 받았으므로 실제 7만3000원의 이득을 보았다.

프리미엄 패스를 이용하지 않고 기존 소비 패턴대로 LTE 전국민 무한 69 요금제에 따른 지원금을 받는다고 하자. 이 경우 갤럭시노트4의 지원금은 15만1000원이다. 결국, 이 소비자는 프리미엄 패스를 사용하지 않고 전국민 무한69 요금제를 선택해 요금제를 변경하지 않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6개월 유지 프로그램은 통신사 입장에서 지원금은 지원금대로 아끼고, 부가서비스나 요금제가 아니어서 정부 처벌도 피할 수 있다”며 “지원금 액수가 많아지면 단통법 취지를 무색하게하는 편법이 나올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