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은 더 이상 정보기술(IT) 기업이 아니다. IBM은 비전이 없다."

지난 50년간 글로벌 정보기술서비스의 강자로 군림해 오던 IBM의 미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IBM은 컴퓨터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IT서비스로의 고부가 사업으로 주력 사업을 성공적으로 바꾼 기업으로서 국내기업에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어 왔다.

▲ 이영로 NIA 연구위원
그러던 IBM이 이제는 더 이상 투자자들의 시선을 모으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IBM의 대표적인 사업인 메인프레임 사업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 지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9% 줄어든 가장 큰 원인으로 하드웨어 분야의 급속한 퇴조가 직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메인프레임 매출은 35%나 줄어들었다.

필자는 이미 수년전부터 전통적인 IT서비스 기업의 퇴조를 예견해 왔다. 공유경제의 부상, 클라우드 컴퓨팅서비스의 확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전면화에 따라 기존의 대형컴퓨터에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강점으로 한 전통적인 IT서비스 산업은 얼마가지 않아서 위기가 올 것이라고 보았다.

패키지 소프트웨어 라이센스를 기반으로한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글로벌 IT솔루션 기업 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시스템통합(SI) 기업까지 곧 위기에 처해 질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한 예상이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다.

지니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는 IBM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업계가 전례 없는 스피드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BM의 경쟁업체도 아마존닷컴, 구글 등 클라우드 기반의 신흥세력으로 변화했다. 애플, MS와 모바일 및 클라우드 부문에서 잇따라 제휴함으로써 클라우드와 모바일 시장에서 IBM이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하는 분야이긴 하지만, 이미 이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기에는 많이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공유경제에 발 맞춰 가는 MS, 우리나라 IT에 시사하는 점은?

한편 MS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시장의 변화에 매우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올해 2월 새 수장으로 부임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개별 소프트웨어 판매에 의존했던 기존의 수익 모델을 버려야 한다"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리고 최근 모바일용 오피스 프로그램을 무료화했다. 문서 작성용 소프트웨어(오피스 프로그램)를 공짜로 쓰게 된 것이다. 다만 쓰는 방식이 바뀐다. 지금까지는 워드나 엑셀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자가 구입한 후 컴퓨터에 설치해 써야 했지만 이제는 가입만 하면 된다. MS의 이런 무료화 정책은 향후 PC용 클라우드 서비스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글과 애플은 클라우드 오피스 출시에 이어 한발 더 나아갔다. 2013년 구글은 '구글 드라이브'의 문서 편집 기능을, 애플은 '아이웍스'를 무료화했다. 오피스 프로그램에 수익 대신 사용자를 플랫폼 안에 묶어두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클라우드 사업 측면에서는 MS가 영리한 행보를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윈도 서버라는 강력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SAP와 오라클 등을 '애저' 생태계로 흡수하고 확장하고 있다. 델과 손잡고 하드웨어 어플라이언스까지 내놨다. 특히 전문가들은 MS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 자체가 다른 클라우드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보기술서비스 시장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는 두 거대 IT서비스 기업의 최근 행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SI 사업은 주로 이들 글로벌 기업의 솔루션을 도입하여 고객의 니즈(수요)에 맞게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검증된 하드웨어, 패키지 소프트웨어(SW) 의존성이 높다.

앞으로 개인은 물론 기업 시장까지 클라우드 기반의 빌려쓰는 시대에 대비하여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 위에 고객을 묶어두는 형태로의 사업방식 변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경쟁사와 차별화되어야 고객을 지속적으로 묶어둘 수 있다.

대부분의 클라우드서비스 강자들은 상용 패키지 SW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사용한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클라우드서비스 강자들은 대체적으로 라이센스 기반의 상용SW 및 상용서버 대신 범용(화이트박스) 서버를 활용하고, 개인이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주요 SW에 대한 기술의 내재화가 완료된 기업들이다.

즉 오픈소스를 활용해 완성도를 높이고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다. 이것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IBM와 MS의 최근의 행보는 우리나라 IT서비스 산업이 지향해야할 방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10년후 이들 두 회사가 어떤 식으로 살아 남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