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팬택 스마트폰이 출고가 인하를 계기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실제로 24일 판매점에 들어섰을 때 10분만에 4대의 팬택폰이 팔리는 상황을 목격할 수 있었다. 팬택 스마트폰은 하이엔드 또는 중급형 이상의 스펙을 갖췄는데도 불구하고 보급형 스마트폰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당분간 프리미엄폰으로 피로해진 소비자들의 갈증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 팬택이 상반기 내놓은 베가아이언2

팬택은 지난주 21일 SK텔레콤을 통해 신제품 베가 팝업노트 공급을 시작했다. 자체 공급망을 통해 대리점과 교류, 오전만에 초도물량 3만 대 접수가 모두 마감될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대리점에 공급된 3만대의 베가 팝업노트가 모두 완판된 것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으나 늦은 오후 광화문과 종로 일대의 대리점을 수소문해본 결과 베가 팝업노트를 구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빠르게 물량이 소진되고 있다는 증거다.

한정된 물량만이 공급된 베가 팝업노트와는 함께 이통사의 재고로 잡혀있는 ‘베가아이언2’도 출고가가 인하되면서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지난주 KT가 베가아이언2 가격을 78만3200원에서 35만2000원으로 절반 가량 내리면서 일평균 판매량 2500대를 찍은데 이어, 19일 LG유플러스도 동일한 가격으로 출고가를 인하해 맞섰다. SK텔레콤은 뒤늦은 22일 베가 아이언2 출고가를 내리는 데 동참, 이통3사 모두 동일한 가격을 판매되고 있다.

베가아이언2 출고가 인하를 주도한 KT는 지난 24일 지난해 판매된 팬택 베가 시크릿노트를 29만7000원에, 베가 아이언을 27만5000원으로 내리면서 타 이통사 대비 한걸음 더 나아갔다.

팬택 스마트폰의 출고가 인하에 시장은 즉시 반응했다. 지난달 시행된 단통법으로 인해 제한적인 보조금 지급과 아이폰6로 촉발된 보조금 대란,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재편된 하반기 신제품 출시 라인업 등에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급격하게 증가한 상태였다.

팬택 스마트폰의 인기는 성능대비 가격대가 저렴한 스마트폰의 필요성이 확인된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가 상반기 영업정지 여파로 상당수 쌓여있는 재고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쓴 고육지책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번 출고가 인하는 단통법 시행의 성과라기 보다는 이통사에게 명분을 실어주고, 가성비 높은 스마트폰의 필요성을 알린 배경으로써의 부수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분석했다.

출고가가 인하된 팬택 스마트폰의 선전으로 이통사에 쌓여있던 재고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출고가 인하가 시작되면서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이 정도의 속도가 유지된다면 연말쯤이면 팬택 스마트폰 재고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이통3사가 보유한 팬택 스마트폰의 재고량은 약 50만 대 이하다. 지난해 소진하지 못한 물량과 올해 상반기 내놓은 제품들이 섞여 있다. 특히 베가아이언2 재고물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팬택이 베가아이언2를 내놨을 때는 방통위의 조치로 이통사가 순차적인 영업정지를 시행했을 때다. 베가아이언2 판매부진은 영업정지 여파가 컸다. 



이통사의 재고물량은 이후 팬택이 이통사에게 제품공급을 호소할 때마다 발목을 잡았다. 이통사가 팬택 스마트폰 구입을 거절한 이유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출고가 인하로 인해 재고는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통사가 향후 팬택으로 부터 추가 물량을 구입하더라도 예전 가격이 아닌 인하된 가격으로 매입이 가능하다. 이미 출고가가 인하된 제품을 팬택이 제가격에 팔리 만무하다.

업계에 따르면 팬택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 물량은 17만 대 정도로 추산된다. 베가 팝업노트 초도물량 3만대는 모두 나간 상태다. 특히 팝업노트의 경우 팬택으로써는 소비자가 원하도 더 이상 제조하기 힘든 위기 상황에 놓였다. 베가아이언2는 약 10만대 정도가 남아있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 나온 중급형 이하 스마트폰 중 가성비로 따지면 외산폰보다 더 높은 스펙을 갖추고 있는 제품이 베가아이언2다.

이통사에서도 팬택의 추가 물량 구입 가능성을 완전히 접어놓고 있지는 않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렇다고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닌 눈치다. 이통사 관계자는 “팬택 물량 추가 구입 여부는 아직 결정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다만, 팬택의 재고 물량이 일정 수준까지 내려가면 추가 구입을 고려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팬택은 지난 22일 기업회생절차 중 매각 본입찰이 유찰됐다. 지난 10월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중국 기업과 국내 대기업 2곳이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의 시간적 여유와 팬택의 1조원에 가까운 누적 부채, 청산가치보다 높은 기업존속가치, 기술 우출 우려 등을 이유로 청산보다는 매각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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