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아이폰 64GB는 물량이 없습니다. 16GB는 어떠세요?”

국내 휴대폰 유통가에 아이폰6 64GB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애플의 물량조절 정책에 따라 저용량인 아이폰6 16GB보다 64, 128GB 공급 물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리점과 판매점에서는 고객들로 하여금 16GB 모델 판매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통사 리베이트 액수 또한 16GB 모델에 더 많이 실리는 형국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이폰6 보조금 대란이 다시 한 번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 사진 속 매장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아이폰6, 16GB가 인기에요”...진짜?
26일 업계에 따르면 일선 휴대폰 매장에서는 아이폰6 64GB 모델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 곳곳 이통사 대리점에서는 64GB 모델을 요청하자 최소 3주 이상은 소요된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매장은 물량이 없다며 예약 가입을 거부하기조차 했다.

반면, 16GB 모델은 구하기 어렵지 않았다. 대리점 직원들은 64GB를 찾는 기자에게 “일반적인 수준에서 폰을 사용한다면 16GB 모델이 더 낫다”며 “다른 고객들도 16GB 제품을 훨씬 많이 찾는다”고 권유했다.

이는 국내 이통3사가 아이폰 16GB 모델을 64GB 모델보다 더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객 수요는 64GB 등에 몰리며 16GB 제품은 재고가 쌓이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애플은 각 업체별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상세한 점은 파악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아이폰6를 들여올 당시 16GB 제품을 함께 들여와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다”고 밝혔다.

마포구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현재 64GB 모델을 주문하면 2~3일 이상은 너끈히 걸린다”며 “16GB와 64GB 재고량 비율이 약 3:1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 용량보다 16GB에 리베이트 액수가 더 지급되기 때문에 매장 직원들도 16GB 모델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폰6 16GB, 재고떨이 경쟁 치열
아이폰6 16GB 단말 재고가 늘어나다 보니 이통사들의 마케팅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아이폰6 16GB에 실리는 리베이트 금액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전보다 더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6 대란 당시 만큼은 아니지만 16GB 리베이트 정책이 굉장히 좋은 편이다”며 “과거 16GB 리베이트 금액이 10만원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20만~25만원이 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아이폰6 대란 당시 리베이트 액수는 최대 60만원까지 치솟은바 있다.

이통사끼리의 가입자를 뺏기 위한 쟁탈전도 점입가경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올해 LG유플러스에서 아이폰6를 도입하면서 이통3사 모두 아이폰6 판매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전개됐다”며 “타사에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할인 혜택, 이벤트를 앞다퉈 진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입자 유치전이 격화되다 보니 번호이동과 기기변경에 대한 차별이 발생한다는 후문이다. 실제 강남 몇 몇 대리점에서는 아이폰 64GB 단말을 기기변경 구매시 대기 기간이 3주 이상이었으나, 번호이동으로 바꿔 말하는 순간 3일로 단축된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6 대란 관련 정부가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있는 만큼 선뜻 나서서 보조금 과열 경쟁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재고가 많이 몰려 있는 업체가 있다면 현 상황에서 아이폰6 대란이 재발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이폰6 대란에 대한 이통3사 제재를 내달 초 최종 결정한다. 방통위는 이번 주 중 불법 보조금에 대한 사실조사를 마무리하고 늦어도 다음주에 조사 결과를 통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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