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재구 기자] 몸무게 70kg의 남자가 고층유리건물을 척척 기어오를 수 있다. 도마뱀의 사촌 격인 도마뱀붙이(Gecko)의 발에서 착안한 이른바 스파이더맨 장갑 덕분이다. 

BBC는 22일 성인남자를 스파이더맨처럼 유리 건물벽으로 기어오르게 해 주는 장갑이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고 보도했다.

▲ 70kg몸무게의 남자가 스파이더맨 장갑을 끼고 미끄러운 유리벽을 3.6미터나 올라갈 수 있었다. (사진=영국왕립학회지 더 인터페이스)

실험에 참여한 70kg 몸무게의 남자는 두손에 각각 가로세로 12x12m크기의 실리콘패드로 된 이른바 스파이더맨 장갑을 끼고 3.6미터 높이의 수직 유리벽을 기어오르는 데 성공했다. 수백번의 실험에서 이 남자는 실패한 적이 없었다. 

연구팀은 어디든 잘 달라붙어 기어오르는 도마뱀붙이의 발바닥을 연구한 결과를 응용해 이 장갑을 만들었다.  이들은 도마뱀붙이의 발이 어디에서든 잘 달라붙는 이유가 '분자들 사이에는 똑같은 크기의 밀고 당기는 힘이 작용한다'는 이른바 반데르발스힘 원리에 의한 것임을 알아냈다.

▲ 유리창에 착 달라붙어 기어오르는 도마뱀붙이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두 중성 분자는 비교적 떨어져 있을 때도 서로 인력이 작용한다. 두 분자가 근접할 때 각 분자의 전자가 서로 반발하지만 어느 한 순간엔 분자와 분자의 전하를 띤 부분이 마주쳐 약한 전기적 인력을 만들어 내게 된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이용해 도마뱀붙이보다도 훨씬더 효율적인 마른 접착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또한 똑같은 원리를 적용해 마이크로모서리(microwedges)로 불리는 작은 타일도 만들었다. 

▲ 도마뱀붙이의 손바닥. (사진=위키피디아)

한편 올해 초 미고등국방기술연구소(DARPA)도 완전한 유리벽을 올라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기구를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자세한 내용은 기밀로 분류돼 있다. 

스탠포드대의 최신 연구 성과역시 DARPA와의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DARPA의 Z-맨 프로그램은 생물학에서 영감을 받아 병사들이 로프나 사다리없이 적의 건물 벽을 기어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스탠포드팀은 이들의 연구성과를 영국 왕립학회지 더 인터페이스지에 게재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