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하드웨어 스펙을 내세웠던 스마트폰 경쟁 체제에서 색다른 스마트폰이 출시돼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 마케팅에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 바로 사용자경험(UX)일터다.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은 요소는 아니다. 예를 든다면 사람들이 신경쓰지는 않지만 매일 마주봐야 하고, 없으면 생명이 위험한 ‘공기’같은 존재가 스마트폰에서는 ‘UX’라 말할 수 있다.

스마트폰 초창기에는 사용자경험(UX)이 중요치 않았다. 얇고 가벼운 디자인, 빠른속도를 지원하는 모바일AP와 네트워크 지원 여부, 더 밝고 선명한 디스플레이, 오래가는 배터리 사용량이 주된 고려 요소였고, 제조업체도 이를 염두해 마케팅 방향을 하드웨어 위주로 꾸렸다.

이러한 발전 과정에서 LG전자가 내놓은 ‘아카(AKA)’는 꽤 독특한 의미의 스마트폰이다. 사용자경험을 앞세우돼 그 요소를 캐릭터라는 메타포로 풀어냈다. 기존의 케이스와는 다르게 ‘마스크 케이스’와 결합돼 액세서리의 쓰임새도 UX로 녹여냈다.

LG전자 ‘아카’ 스마트폰을 사용해보며, 제품이 가진 잠재력을 따라가봤다.

▲ LG전자 아카

새로운 액세서리, ’마스크’ 케이스 탄생
LG전자 스마트폰 ‘아카’는 학생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기에 박싱 처리부터 다른 제품과 차이를 뒀다. 그냥 흘릴 수 있는 박스 디자인은 사실 제조업체가 자신들의 제품을 부각시키기 위해 많은 장치를 해두는 대표적인 마케팅 포인트다. 대표적으로 애플이 그렇다. 애플은 박스 전면 이미지를 통해 이번 아이폰에서 가장 강조하는 포인트를 부각시킨다.

▲ 크리스마스 카드를 연상케 하는 아카 박스 패키지

‘아카’도 마찬가지다. 아카 박스 표면은 4면을 감싸는 슬라이딩 형태로 제작됐다. 밀어서 꺼내는 방식이다. 상단에는 ‘아카’의 트레이트 마크인 두 개의 눈이 표시돼 있다. 리뷰 제품은 4가지 캐릭터 중 음악을 좋아하는 ‘소울(네이비)’의 눈이 그려져 있다.


 박스를 열면 마치 크리스마스 카드를 연상시키는 입체적인 ‘아카’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약간은 괴기스러운 배경앞에는 좌측부터 다이어트에 항상 실패하는 ‘요요’와 금사빠 ‘에기’, 음악을 즐겨듣는 ‘소울’, 전형적인 욱쟁이 ‘우기’가 사용자를 반긴다. 그 앞에 구덩이 밑에는 ‘아카’ 스마트폰이 숨겨져 있다.

꺼내본 ‘아카’ 스마트폰의 디자인은 사실 이전에 LG전자가 내놓았던 ‘G3’ 변종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화면 크기는 5인치, 두께 9.9mm로 최근 선보이는 패블릿과 비교해봤을 때는 작고 통통하다. 좌우 양측에 위치한 각종 외부버튼은 후면 상단으로 옮겨갔으며, 전면 하단 버튼없이 소프트키가 적용됐다.

▲ 후면에 몰려있는 다양한 외부버튼들

디자인 차별화는 마스크 케이스가 결합되면서부터다. 마스크 케이스를 씌우게 되면 기존과 다른 스마트폰으로 변모한다.

마스크 케이스는 스마트폰 본체의 4분의 3정도 높이로 한쪽면만을 가리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생소한 케이스 디자인이다. 기존에 비슷한 디자인의 액세서리로는 포켓 형식의 파우치 정도가 있었다. 스마트폰을 완전히 가리지 않은 채 수납되는 방식이었는데, 본체와 결합되는 형태는 아니었다.

측면을 감싸는 형태로 고정된다. 본체 측면 중앙은 톡 튀어나온 마름모 형태로 케이스가 본체를 꽉 물 수 있게 디자인됐다. 두께는 일부러 두껍게 제작한 듯하다. 고정되는 면이 크면 상하 슬라이딩 시에도 안정감을 높일 수 있고, 결합시에도 잘 떨어지지 않고 잘 붙을 수 있다.

마스크 케이스는 한쪽면이 열려 있기 때문에 전면을 가릴수도 있지만 후면으로 돌릴 수도 있다. 평소에는 전면 디스플레이를 보호하고, 사용 시에는 후면으로 돌려 놓고 활용할 수 있다.

▲ 마스크 케이스를 뒤로 돌리면 전면을 이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별도 무늬없이 밋밋하게 디자인된 마스크 케이스 전면을 이용해서 사용자가 임의로 꾸며볼 수 있다는 점을 제안했다. 이를테면 데코 스티커를 붙일 수도 있고, 그림을 그려 넣을 수도 있다. 스크래치 방식으로 조각도 가능한 듯하다.

눈을 보고 내게 말해요
아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노라니 갑자기 옛날 노래가 떠오른다. 보컬그룹 ‘VOS’의 ‘눈을 보고 내게 말해요’의 멜로디를 흥얼거린다. ‘소울’의 눈만 뚫어지게 쳐다보니 별 생각이 다든다.

사람의 표정에서 눈은 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눈 자체는 액션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희노애락을 모두 표현할 만큼 깊은 울림을 준다. 캐릭터의 눈을 이용한다는 점은 어찌보면 꽤 괜찮은 포인트를 찾은 게 아닌가 싶다. 가끔 드라마를 볼 떄도 연기자의 눈빛 연기에 매몰되는 일이 많은 걸 보면 그렇다.

▲ 소울의 눈이 내려가면 '알림'이 왔다는 증거다.

마스크 케이스에 가려지지 않은 화면 상단에는 각 캐릭터의 눈이 표시된다. 평소에는 똘똘한 눈을 하고 있다가 톡 하고 건드리면 바로 반응한다. 좌우측을 터치하거나 드래그하면 눈이 따라오기도 하고 눈을 깜빡이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흔들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눈을 볼 수 있다. 이어폰을 꽂으면 아카 캐릭터도 똑같이 헤드폰을 쓴다.

주요 알림이 오면 눈을 아래로 내린다. 마스크를 내려 알림을 확인하라는 뜻이다. 마스크 케이스를 살짝 내리면 앙증맞은 두 손으로 알림창을 들고 있는 아카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다.

▲ 마스크 케이스를 반쯤 내리면 알림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메인화면에 돌입하면, 두 눈이 사라진 대신 아카 캐릭터의 일상이 위젯형식으로 상단에 표시된다. 소울 캐릭터는 콜라 중독자인양 밤낮으로 음료를 마시기 바쁘다. 위젯을 터치하면 아카만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가장 상단에 표시되는 카테고리는 ‘아카 컴인&’으로 아카 사용자 커뮤니티다. 아카를 사용하는 다양한 온라인 친구들을 접할 수 있다. LG전자가 제안하는 다양한 캠페인이나 다른 사람들이 마스크 케이스를 어떻게 꾸몄는지 또는 아카와 관련된 배경화면이나 기능들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 아카 위젯을 누르면 접근 가능한 소통창구

아카의 기능 중 ‘스냅슛’는 아카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한다. 동봉된 아카 캐릭터를 비추면 3D형태의 캐릭터가 화면에 뜨게 된다. 캐릭터는 터치할 때마다 다양한 액션을 보여주기도 하고 핀치 제스처를 이용해 크기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전반적인 테마도 동글동글 귀엽게 디자인됐다. 애플리케이션 아이콘들도 캐릭터의 이미지에 걸맞게 구현됐다.

▲ 아트토이와 함께하는 스냅슛 촬영 장면

이 밖에 기본적인 G 시리즈의 기능도 그대로 적용돼 있다. 레이저 센서를 이용해 빠른 초점을 잡아주는 ‘레이저 오토 포커스’와 셀카 촬영 시 주먹을 쥐고 피면 3초후 자동촬영되는 ‘셀피 카미라’, 오타율을 낮춰주는 ‘스마트 키보드’, 화면을 4개로 분할해 잠금을 돕는 ‘노크코드’를 이용할 수 있다.



캐릭터 생태계 확보, 2세대 ‘아카’ 기대
개인적으로 LG전자가 생각보다 ‘아카’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판단된다. 출시 이전인 지난 9월 한국전자전(KES)에서 첫 공개되기도 했고, 모자 전문 브랜드 햇츠온과 협업해 아카 스냅백 모자를 내기도 했다. 이통3사를 통해 정품 케이스를 경품으로 집급하는가 하면 주요 도시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에서 아카 스마트폰 디지털 포스터 광고와 조명 포스터 광고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한 술 더 떠 최근에는 라바 제작사인 투바앤과 아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로 했다. 새로운 애니메이션 ‘로터리파크’에는 LG전자가 기획 단계부터 공동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공식 사이트를 통해 매월 약 5분 길이의 시리즈 영상을 한편씩 공개할 계획이다.

하드웨어 스펙으로는 이렇다할 게 없는 게 ‘아카’ 스마트폰이다. 퀄컴 스냅드래곤400 쿼드코어 프로세서, 1.5GB 메모리, 16GB 저장공간, 1280x720 HD 해상도의 5인치 IPS LCD 패널 등 스펙을 요모조모 살펴보면 보급형 모델 수준이다. LG전자가 올해 내놓은 보급형 모델들은 ‘F70’과 ‘G2 미니’ 등도 이정도 마케팅 공세는 없었다.

▲ LG전자 아카 캐릭터 '소울' 피규어

하지만 ‘아카’를 계속해서 쓰다보면 이 제품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캐릭터를 통해 구현되는 사용자경험(UX)이 낯설기는 하지만 현재 상황이 완성형이 아니기 때문에 미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또 다른 무엇을 접목시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별화했다는 점은 하드웨어의 제한이 없다면 사후 서비스 등을 통해 언제든지 모습을 달리할 수 있다. 이를테면 4개의 캐릭터로 ‘아카’가 끝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중간에 새로운 캐릭터가 난입할 수도 있고, 서드파티를 통해 또 다른 캐릭터가 창출될 수 있다. 게임 타이틀로 말한다면 ‘확장팩’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만약, 구입한 아카 스마트폰 속 하나의 캐릭터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었다면 ‘아카’는 재미없는 스마트폰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타 캐릭터의 케이스로 갈아끼우면 얼마든지 4개의 캐릭터 중 또 다른 캐릭터를 불러들일 수 있다. 본래 ‘소울’ 아카 스마트폰을 구입했더라도 ‘우기’ 케이스로 갈아끼우면 스마트폰 속에서 ‘소울’ 말고 ‘우기’를 만날 수 있다. 확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LG전자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아카’가 한 시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출시되는 2세대 ‘아카’ 시리즈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