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성상훈 기자] 직장인 김 모씨(43)은 최근 한 두달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대출 권유 전화 때문에 스트레스가 여간 심한게 아니다. 김 씨는 영업 일선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전화 업무 비중이 높다.

오는 전화는 거의 다 받아야 하는데 하루에 4~5통씩 걸려오는 대출 권유 전화는 모두 휴대폰 번호로 발신 표시가 되어 스팸 차단도 힘든 상황이다. 김 씨는 그동안 대출을 받은 적도 없고 관련 상담을 받은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대출 권유 전화가 오는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는 김 씨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최근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스트레스 요인 중의 하나지만 오히려 새롭게 등장한 이슈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무작위 콜센터(공장) 여전히 기승

익명을 요구한 국내 1금융권의 대출상담팀 박 모 팀장은 "금융사들의 대출권유 전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며 "1금융권에서 합법적으로 고객에게 제안하는 대출 권유와 3금융권을 포함한 기타 대부업체에서 제안하는 대출 권유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1금융권의 경우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카드론 등 형태로 사용하게 되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출이 필요한 사람'으로 자동 분류된다. 보통은 신용카드 발급시 마케팅 활용을 위한 위탁 등이 명시된 약관에 동의를 하기 때문에 이같은 고객들은 반드시 대출 권유 전화가 한 번 이상은 가게 된다. 여기까지는 국내 모든 은행권, 카드사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문제는 지난해 1월 KB국민, NH농협, 롯데카드에서 약 1억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불거졌다. 이중 8,000만건에 달하는 정보는 브로커들에게 넘어갔고 이후 대출 권유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가 필요한 수많은 스팸 확산용을 위해 파편화 되어 흩어졌다.

박 팀장은 "대부업체에서 보유한 고객 데이터는 계속 돌고 돌아왔기 때문에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며 "지난해 경우 6개월간 금감원 단속 때문에 뜸했다가 단속이 풀린 4분기 시점부터 다시 급증햇을 것으로 본다. 최근 대출권유 전화가 급증했다면 신용도에 어느정도 문제가 없는 '신용카드 사용 고객'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보안업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지란지교소프트 개인정보보호센터 조원희 이사는 "개인정보 유출은 시스템적인 헛점보다 인재로 인한 사고가 대부분"이라며 "유출될대로 유출된 터라 대부업체들은 이미 고객 정보를 차고 넘치도록 소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오랜 기간 쌓여온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신용카드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이미 유통되고 있는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딱히 손 쓸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사고 이후 '개인정보의 불법 유통·활용 차단조치'의 일환으로 대출 권유를 일체 금지시킨 바 있지만 지속적인 단속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대부업계에서는 무작위 콜센터를 흔히 '공장' 이라고 표현한다. 업계에서는 이 '공장'을 단속 기간동안에는 가동 하지 않았다가 7월 이후부터 다시 재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단속 이후에도 대출권유 전화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단속 발표 이후 일시적으로 잠잠했을 뿐이다.

■ 4월 이후 발신번호 조작 차단 조치 시행

실제로 KT CS 스팸차단앱 후후를 통해 집계된 지난 한해동안 신고된 대출 권유 신고 건수는 총 765만9,693건이다. 금감원 집중 단속이 시작된 2월에는 24만2,827건이었고 5월과 6월에는 각각 53만1,923건, 6월에는 61만6,482건으로 기록됐다. 연말 실적 강화가 시작된 12월에는 84만6,433건으로 무려 248% 증가했다.

2014년 KT CS 스팸차단 신고건수 추이

시기

신고건수

시기

신고건수

2014년 1월

517,555건

2014년 7월

837,104건

2014년 2월

242,827건

2014년 8월

748,203건

2014년 3월

418,582건

2014년 9월

667,291건

2014년 4월

595,265건

2014년 10월

786,643건

2014년 5월

531,923건

2014년 11월

851,385건

2014년 6월

616,482건

2014년 12월

846,433건

결국 지속적인 단속 등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다행히 기술적인 면은 부분적으로는 보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부터는 발신번호 변조나 조작이 전면 금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발신번호 변경을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통신사업자가 이를 허용할 수 있다. 따라서 '도용'이 아닌 스팸을 위한 번호를 사업자가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다면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때문에 미래부는 통신사업자와 연계해 스팸 신고를 위한 신고전화와 신고 사이트를 4월부터 개설해 '국민 신고 채널'을 구축할 계획이다. 당국은 제도가 정착되면 대출 권유와 같은 스팸 전화 피해도 어느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자원정책과 박시혜웅 사무관은 "스팸전화가 왔는데 다시 걸어보니 없는 번호로 뜬다면 기술적인 조치(차단)를 회피하는 것에 해당된다"며 "이는 신고를 통해 발신지 확보를 해서 변작으로 확인되면 발신자 서비스 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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