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재구 기자] 애플이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중국 항저우시 애플스토어를 개점하면서 철저히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케팅을 펼쳐 주목을 끌고 있다.

팀 쿡 애플 CEO가 그동안 수 차례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개점한 항저우 애플스토어 서호점은 적어도 2가지 점에서 달랐다. 

애플이 개점 전에 보여준 것은 중국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 중 한명인 소동파의 시와 빨간색 애플로고였다. 흔히 흰바탕에는 검은색으로 기억돼 온 애플의 사과모양 로고 색깔은 시와 함께 전혀 새로운 빨간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동안 항상 파란색이었던 애플직원들의 티셔츠색깔은 처음으로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항저우는 마윈 온라인쇼핑 사이트 알리바바 창업자이자 회장의 고향이자, 중국인들에게는 명승지 서호(西湖)의 고장으로, 그리고 당송8대가로서 서호의 절경을 노래한 대시인 소동파(蘇東坡, 1037~1101)의 시로도 유명하다. 

▲ 24일 항저우 애플스토어 개장 직전의 모습.애플스토어 2층에는 상하이나 베이징 애플스토어와 달리 빨간색의 티셔츠를 입은 직원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조지 첸/웨이보)

■소동파의 시 중앙에 빨간색 애플 로고가 

우선 개점 전부터 애플스토어 가림막 벽에 쓰여진 시가 화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상하이나 베이징의 애플스토어를 개점할 때 이처럼 시로 가림막을 만들어 중국현지의 모든 고객들과 공감하려 시도한 전례가 없다.

하지만 항저우에서는 달랐다. 

애플스토어를 가린 거대한 가림막 벽면 글씨가 아시아 최대의 애플스토어 개점을 앞두고 항저우 시민들은 물론 전세계인의 관심을 끌었을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애플스토어 가림막 벽화에 사용한 소동파 시는 명필 왕동링 씨가 맡았다.  그 글씨의 중앙에는 흔히 파란색이나 검은색으로 각인돼 오던 애플로고의 색깔이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빨간색으로 박혀 밤에도 빛났다. 애플은 중국 최고의 명필중 한명인 왕동링의 붓글씨 작업 동영상까지 공개하는 등 공을 들였다. 

▲ 팀 쿡 애플 CEO가 트위터로 공유한 항저우시 애플스토어 서호점.

가림막에 쓰여있던 시는 송나라 시절 항저우 지사를 지낸 소동파(소식,苏轼)가 지은 ‘음호상초청우(飮上湖 初晴雨, 호수에서 술을 마시는데 처음에는 개다가 나중에는 비가 내리다)’라는 제목의 시다. 이 시는 서호지사를 지낸 소동파의 서호 사랑을 잘 보여준다.

소동파는 시에서 서호의 아름다움을 오나라를 무너뜨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월나라의 미녀 서시(西施)에 비견했을 정도로 사랑했다. 항저우 출신인 서시는 당시 뭇여인네들이 그녀의 찡그리는 그 모습마저도 닮고싶어 따라했다는 말이 전해져 올 정도의 경국지색으로 알려져 오고 있다.

▲ 아시아 최대 규모인 항저우 애플스토어 서호점의 개막에 앞서 점포를 가린 커다란 가림막 벽화에 쓰여진 당송8대가 소동파의 시와 빨간색 애플로고가 주목을 끈다.(사진=애플)

애플스토어 서호점을 가리고 있던 왕동링 명필이 쓴 가림막의 소동파의 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水光潋滟晴方好(수광염렴청방호, 햇빛맑은 날엔 물빛 반짝여 아름답고) 

山色空蒙雨亦奇(산색공몽우역기, 비오는 날엔 안개낀 산의 빛깔 기이하여라)

欲把西湖比西子(욕파서호비서자, 서호를 서시에 비교한다면)

淡妆浓抹总相宜(염장농말총상의, 짙은 화장도 옅은 분칠도 모두 어울리는구나)

애플스토어 서호지점의 개막전 소동파시 가림막에는 시 가운데 박힌 빨간색 애플로고는 보는 사람들에게 서호의 고장 항조우를 사랑하는 애플의 구애시로도 읽을 수 있게 했다. 

통상 파란색으로 박히는 애플로고가 빨간색이라는 점은 정말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애플스토어 직원의 티셔츠도 처음으로 빨간색이 됐다

애플스토어 항저우 서호지점에서 보여준 애플의 또다른 변화는 애플스토어 직원들, 이른바 지니어스들이 빨간색의 티셔츠를 입고 고객들을 맞았다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보여주었던 애플스토어의 개점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고객들을 맞이하는 항저우 애플스토어 서호점 애플직원들. (사진=애플)

지난 2010년 상하이 애플스토어, 2012년 베이징 애플스토어 개점식 때 애플직원들의 모습은 파란티를 입은 모습 일색이었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의 애플스토어 개점식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항저우에서는 달라졌다. 빨간색 바탕에 흰색 애플로고를 박은 티셔츠를 입은 직원들이 고객들을 맞았다.

애플이 애플스토어 직원들의 상징적인 작업복인 티셔츠 색깔까지 바꿔가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인들의 마음속으로 다가가려는 모습이 그대로 읽힌다. 

중국 시장에서 샤오미가 어느 새 1등에 올랐고, 애플이 이처럼 중국인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철저한 현지화로 세계 최대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은 삼성전자, LG전자를 더욱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애플이 항저우에서 보여준 빨간색 애플로고와 빨간색 직원티셔츠는 마치  삼성이 파란색 타원으로 된 ‘SAMSUNG’로고를 빨간색으로 바꿔 삼성매장 위에 내 건 격이다.  애플스토어 항저우 서호점 개점은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꾸려는 애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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