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이동통신시장의 침묵에 판매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1월 말부터 공시지원금(보조금)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상황에서 대목인 설 연휴 마저 번호이동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가운데 오는 첫 주말 전산개통이 시작되며 중소 판매점의 고충이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통사와 직접적인 계약을 맺는 대리점보다 소규모 판매점의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도입 전부터 예상되던 유통점 구조조정이 이미 시작됐다.

▲ 강남의 한 판매점에서 내건 휴대폰 판매 홍보문구

■ 총알 아끼는 이통사...왜?

지난 설 연휴 번호이동 시장은 반토막이 났다. 설 연휴를 포함한 18~23일 엿새간의 번호이동 건수는 6만2,350건(일평균 1만2,470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47.2% 하락한 것으로 2월 일평균 1만7,188건에도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여기에 2월들어 주요 단말 공시 지원금은 급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이통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요인으로 단통법 영향 아래 규제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고, 신제품의 부재로 움추러든 소비 심리를 꼽고 있다. 졸업, 입학 시즌이 있는 2월이 전통적인 성수기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국내 이통시장은 최신 단말기 출시에 따라 움직인다”며 “지원금은 축소되는데 신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어 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나마 최신 단말로 간주되는 갤럭시S4, 갤럭시S5, 아이폰6, 갤럭시노트4 등은 출시 시기가 상당히 지나 인기가 식었다는 설명이다. 이통사로선 지원금을 높여야 할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계속되는 통신비 인하 압박 기조와 향후 갤럭시S6 출시를 대비해 이통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아끼고 있다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휴대폰 유통점 전문가인 정 모씨는 “3월에는 가입비 면제부터 각종 이통사의 요금 및 상품이 쏟아질 예정이다”며 “여기에 4월 갤럭시S6까지 나올 것을 대비해 각 3사가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삼성 '갤럭시노트4'

■ 주말 개통에 부담...'단통법 후폭풍' 판매점 폐업 속출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새로운 단말이 나오기전까지는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미래부가 지난 25일 주말 개통을 허용하며 판매점들은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주말 개통시 추가로 부담되는 인건비는 차치하고서라도, 앞으로는 주말에 게릴라성 보조금 영업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 씨는 “과거 주말에는 개통이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정부의 단속이 평일보다 상대적으로 약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추가 지원금이나 심지어는 상한선을 넘는 웃돈을 얹어주는 일은 불가능해졌다. 판매점으로서는 소비자를 끌어들을 보조금이라는 최대 요인이 더 축소된 셈이다”고 말했다.

판매점 측에서는 인건비 부담도 토로하고 있다. 중소 유통점의 연합체인 전국이통유통협회에선 오는 28일 이후 주말 개통에 따라 1년에 부담되는 추가 인건비가 1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말 판매량이 급감하는 현 시점에서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설명이다.

판매점들의 3중고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 씨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이통사 단말을 비교하기가 용이한 판매점이 대리점보다 장사가 더 잘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상황이정반대”라며 “이는 소비자들이 그동안 판매점에 쌓인 불신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통사들도 판매점보다 대리점에 무게를 더 싣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시장의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라며 “단통법으로 인해 알뜰폰 시장, 중고폰 시장이 활성화된 것도 상대적으로 판매점들의 생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단통법이 안착화 될수록 이통시장 개편도 빨라질 수 밖에 없다. 업계서는 향후 전국 판매점 개수가 3만개에서 1만개까지 줄어들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오는 4월 갤럭시S6가 출시되면 시장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6가 이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 때 가서 봐야 한다”면서도 “신제품 출시로 시장이 활성화되는 경향은 있을 것이다. 국내 점유율 하락으로 삼성전자도 갤럭시S6에 판매장려금을 높여 지원금도 자연히 올라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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