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정일주 기자] 비트코인의 매력에 빠진 두 청년이 설립한 클라우드월렛은 수익 보다 비트코인 구조 자체를 널리 퍼트리는데 주력하는 순수한 기술 스타트업이다. 올해 클라우드월렛은 투자 유치를 통해 직원을 확충하고 자사 비트코인 플랫폼인 코인스택의 신버전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비트코인 및 블록체인 응용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다. 

지난 2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클라우드월렛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은 업무공간이라기 보다는 친한 친구들이 모이는 깔끔한 '아지트'처럼 아늑했다. 현관에는 클라우드월렛 구성원들이 타고 다니는 각자의 자전거가 거치대에 놓여있었다. 사무실 문을 열어준 김종환 클라우드월렛 공동창업자겸 이사는 “다들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해서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며 “가끔씩 사무실에 오시는 분들이 자전거 파는 곳으로 오해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클라우드월렛은 총 구성원이 4명인 소규모 스타트업이다. 그 때문인지 서로 대화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오랫동안 사귄 친구들처럼 친근했다. 실제로 클라우드월렛을 같이 설립한 김원범 대표와 김종환 이사는 오래 알고지낸 친구 사이였다. 클라우드월렛에서는 김원범 대표가 리드 개발자로써 서비스 개발을, 법대를 졸업한 김종환 이사는 대외적 활동을 도맡고 있었다.
 
▲ 클라우드월렛 사무실 현관에는 구성원들의 자전거가 거치돼 있다
 
■ 클라우드월렛, 거래소 지갑 필요없는 쉬운 비트코인 지갑
 
클라우드월렛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동명의 비트코인 전자지갑 클라우드월렛 앱이다. 작년 10월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 출시했다. 클라우드월렛 앱은 기존에 비트코인을 사용하기 위해 거쳤던 번거로운 소프트웨어 설치, 신원증명 절차 등이 필요치 않다. 클라우드월렛은 이메일 주소만으로 가입이 가능하며 가입과 동시에 자신의 비트코인 지갑을 쓸 수 있게 된다. 실제 사용도 간단하다. 앱 내에서 수수료 없이 적정가로 비트코인 구매를 할 수 있고 QR코드 스캔을 통해 비트코인을 받거나 송금할 수 있다.
 
독특한 것은 결제를 요청하는 지불QR코드를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앱 내 지갑 메뉴에서 이용자 자신의 비트코인 주소 QR코드를 누르면 만들 수 있다. 지불QR코드를 생성할 때는 요청금액을 원화나 비트코인으로 적고 생성 후 결제가 완료되면 확인 표시도 뜬다.
 
김 이사는 “비트코인 전용 포스 결제 단말기가 없어 비트코인 결제를 받는 가맹업소에서도 모바일 포스나 전자지갑들을 사용하는데 클라우드월렛도 비트코인 결제 단말기로써 쓸 수 있다”며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니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조만간 디자인을 재설계해 대대적으로 공개할 예정이고 이후엔 비트코인 가맹점에서도 편리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클라우드월렛은 이를 위해 UX(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를 채용했다.
 
클라우드월렛 앱은 비트코인 전자지갑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텔레그램처럼 친구들과 사진과 메시지를 보내는 채팅도 가능하다. 친구로 등록된 이용자들에게는 비트코인 송금도 바로 보낼 수 있다. 다음카카오의 '뱅크월렛 카카오'와 흡사하다. 클라우드월렛의 채팅 기능은 텔레그램처럼 단대단 보안이 적용됐다. 다만 아직 친구로 등록하는 방법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 친구요청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클라우드월렛 앱의 사용자지갑은 암호화로 보호되지만 일회용 비밀번호(OTP)도 설정 가능해 추가 보호도 할 수 있다. 사용자의 비트코인 지갑은 두개 이상의 서버에 분산되어 저장된다. 게다가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에 추가적으로 백업돼 보관된다. 무엇보다 거래소가 관리하는 지갑이 아닌 사용자의 비트코인 지갑계좌를 직접 이용하기 때문에 해킹이나 내부 사정으로 인한 비트코인 분실의 염려가 적다.
 
■ 비트코인·블록체인의 매력에 빠져 창업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지갑 프로그램이 설치된 PC에 생성된다. 블록체인에는 공개된 비트코인의 모든 거래 내역 목록이 수집돼 보관된다. 블록체인은 각 비트코인 지갑에 얼마가 들어있는지 검증을 하며 실제 진행 중인 거래들은 블록체인에 6회 이상 인정받아야만 공식 거래로 성립된다. 즉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특정 거래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알게 돼야 공식 거래가 되는 것이다.
 
이 덕분에 비트코인을 해킹하거나 조작하는 것은 어렵다. 해커가 비트코인 잔액을 조작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블록체인이 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에 알려진 비트코인 해킹이나 횡령 등은 사실 비트코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비트코인 거래소의 문제였다.
▲ 김종환 클라우드월렛 이사가 모바일 앱 클라우드월렛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환 이사는 이런 비트코인을 2012년 쯤 접하고 네트워크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 판단했다. 김 이사는 ”은행의 경우 코드로 따지면 A4용지 한 장도 안 되는 정보임에도 보안이 중요한 결제 정보를 전송하다보니 많은 보안 비용이 들어가고 수수료도 높다”며 “그러나 블록체인은 이런 정보들을 스마트한 방식으로 분산화시켜 놓기 때문에 조작도 어렵고 디도스나 해킹 공격에도 강하며 모든 이용자가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지녀 처음 블록체인을 접했을 때는 돈이 안 될 수가 없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회상했다. 금융 정보, 결제나 계약정보 등 데이터 크기는 작지만 무척 귀중한 자료들을 보관하고 거래하는 과정에 네트워크가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을 거라 느꼈다는 것이다.
  
이후 김 이사는 이렇게 좋은 기술이 있는데 왜 많은 사람들이 쓰지 않는지 공부를 시작했다. 알고 보니 블록체인의 기본 개념인 분산 네트워크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기술이었다. 다만 여태껏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지 몰랐던 것이다.
 
비트코인에 빠진 김종환 이사는 2012년 말부터 국내에 비트코인 거래소를 세우기로 했다. 어느 정도 틀을 잡고 투자도 받았지만 문득 거래소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판단했다. 거래소의 사업이 잘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의 환율 변동 폭이 클수록 좋다. 그래야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환전할 때 생기는 차익을 챙기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종환 이사는 그런 방식으로는 비트코인이 대중들에게 화폐로써 다가갈 수 없을 것이라 봤다. 결국 김 이사는 비트코인 거래소 사업을 정리하게 됐다.
 
이후 2013년 말에 분산 네트워크를 개발하던 친구, 김원범 대표가 “아예 비트코인을 활용한 기술적인 스타트업을 만들어보는게 낫지 않겠냐”고 김 이사를 설득했다. 이에 거래소에서 완전히 방향을 틀어서 블록체인 구조와 이를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 월렛 스타트업을 만들게 됐다.
 
개발은 그전부터 진행됐지만 사업 설립은 작년 10월에 이뤄졌다. 김종환 이사는 “얼마 전만 하더라도 비트코인 이야길 하면 사기꾼이나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었다”며 “핀테크 열풍이 불고나서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도 재조명 받아 사업을 시작해도 되겠다 싶어 10월에 발을 내딛었다”고 답했다.
 
■ 비트코인 대중화의 사명을 띠고... 비트코인 업계의 아마존 될 것
 
최근 클라우드월렛은 페이게이트와 함께 비트코인PG를 구축 중이다. 비트코인PG는 이용자가 온라인 결제 시 선택할 수 있는 결제 수단에 비트코인이 추가되고 비트코인 정산을 원하면 페이게이트에서 수수료를 받고 비트코인을 매입해주는 시스템이다. 페이게이트가 비트코인 거래소 역할을 대행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김 이사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아니나 PG(전자지불결제대행) 업무를 하기 위한 자격요건도 필요하고 우리가 PG업무를 잘할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 이사는 과거 비트코인 거래소를 포기했던 것이 거래소와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줬듯이 PG업에 욕심 부리지 않은 덕분에 페이게이트 등 PG사와의 협력도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이런 사업 접근 방식의 롤 모델로 아마존 웹서비스(AWS)를 예로 들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기반의 웹서비스를 통해 웹환경을 제작할 수 있는 툴을 무료로 제공한다. 아마존 스스로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웹기반의 PG나 게임을 제작 및 서비스할 수도 있으나 아마존은 환경만 제공할 뿐이다. 김 이사는 “표준 웹 3.0을 위해 기술 기업들이 이런 식의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비트코인 보급을 위해 클라우드 월렛도 비슷한 방식을 취하려고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클라우드월렛은 자사 비트코인 플랫폼인 코인스택 API를 타업체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코인스택은 클라우드월렛 앱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이다. 김 이사는 “코인스택은 비트코인용 운영체제라고 볼 수 있고 클라우드월렛 앱은 그 위에 작동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며 “보안성 및 범용성은 코인스택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고 코인스택의 API나 SDK(소프트웨어개발 킷)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클라우드월렛 앱”이라고 표현했다. 클라우드월렛은 API를 제공한 업체들의 코인스택 플랫폼을 유지 보수 및 컨설팅하는 것으로 우선 수익을 낼 것이라고 김 이사는 답했다.
▲ 열심히 프로그램 개발 중인 클라우드월렛 개발자들 모습
 
클라우드월렛은 코인스택을 보급함으로써 우선 회사의 이익보다는 비트코인, 블록체인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비트코인이 금융 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 등 더 범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비트코인이 다양한 영역에 퍼지기 위해서는 우선 이용자들이 비트코인을 더 쉽게 쓰고 더 쉽게 사고 더 광범위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비트코인 플랫폼을 만들고 구축한다는 것이 바로 클라우드월렛의 이념이다.
 
올해 클라우드월렛의 목표는 오는 9월까지 코인스택 2.0만드는 것이다. 비트코인 서비스 개발 시의 가용성, 범용성, 안정성을 강화한 플랫폼으로 코인스택을 진화시키기 위해 클라우드월렛 구성원들은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그 다음은 투자를 받아서 회사 규모와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국내와 싱가포르 투자사들이 긍정적인 관심을 표하고 있다고 김종환 이사는 전했다.
 
김 이사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들이 향후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AWS를 운영하는 아마존 처럼 비트코인 및 블록체인 응용 분야에서는 클라우드월렛이 넘버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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