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4년만의 주말 재개통을 놓고, 알뜰폰 업체(이동통신재판매, MVNO)의 불만이 솟구치고 있다. 주말 개통에 따른 추가 비용을 부담하지 못한 업체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알뜰폰 업체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정부가 알뜰폰 시장 양분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대형유통-이통 자회사만 빼고 실적 ‘0’

4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 주말 개통 신규번호이동 가입실적은 2만1850건(자사 미포함, 알뜰폰 포함)을 기록했다. 알뜰폰은 1019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34개의 알뜰폰 업체 중 대형 유통사와 삼성전자 및 이통 자회사 알뜰폰 업체만 신규 가입 실적을 올렸다.

각각 SK텔링크 285건, 이마트 24건, 에스원 143건, 홈플러스 12건, 에이씨앤코리아 100건, 미디어로그 200건, 이마트 255건이다. 에이씨앤코리아를 제외하면 모두 대형 유통사 혹은 이통3사의 자회사 알뜰폰 업체들이다. 이 외 나머지 업체는 가입자를 단 한명도 모으지 못했다.

실적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대부분 알뜰폰 업체가 주말 개통에 부담을 느껴 당일 전산망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정부의 일방적인 주말 개통 통보에 영업 준비 조차 할 시간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인력 및 전국 유통망이 부족한 알뜰폰의 경우 주말 영업 시행시 추가적으로 들어야 하는 비용이 재무적으로 부담돼, 결국 대부분의 업체가 이번 주말 영업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형 유통점은 원래 주말에도 영업을 하는 곳이 많아 추가 비용 부담이 크지 않고, 이통 자회사 알뜰폰은 규모가 크고 모회사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주말 영업을 진행했다”며 “결국 주말 실적이 확연히 갈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 방통위 밀어붙이기 정책 논란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정부의 일방적인 주말 개통 정책 진행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방송통신위원회, 이통사 조정위원회와 KTOA는 전산시스템을 주말에 열기로 합의한 뒤 알뜰폰 사업자에게 사실 통보만 했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의견을 묵살한채 진행됨으로써, 전체 규모의 8%를 차지하는 알뜰폰 사업 운영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다. 방통위측은 이통사 자율적으로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통사별로도 의견이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과 KT는 찬성, LG유플러스는 마지막까지 반대 의사를 타진했다. 실제 영업을 강행해야 하는 유통 판매점 의견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통위는 여기서 더 나아가 주말 영업 이후의 월요일 개통은 허용하되, 만약 고객이 불만 사항을 제기할 경우 알뜰폰에 규제를 내리겠다고도 못박았다. 주말 개통 재개 명분으로 내세우는 소비자 편익 증대에 흠집이 나면 알뜰폰에 책임을 씌우겠다는 것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방통위는 뒤늦게 알뜰폰 사업자 대상 설명회를 첫 주말 영업이 끝난 2일 시행했다. 그러나 알뜰폰 업체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위기다.

한 알뜰폰 협회 회원사는 “소비자에게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주말 영업을 재개한 취지에 대해서는 모두 다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정책 결정은 충분한 의견 절차 수렴 없이 진행돼 시간, 인력, 준비기간, 추가 비용 발생 미검토 등 업무 진행 절차의 불합리성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이 마케팅 재원의 우위를 이용해 알뜰폰 자회사를 자사 가입 모집에 남용할 가능성도 지적하고 있다. 당분간 알뜰폰 업체들의 주말 가입자 이탈은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CJ헬로비전, 온세텔레콤, KCT 외에 독립전산을 갖추지 못한 알뜰폰 업체는 이통사가 전산을 열면 선택권 없이 오픈할 수 밖에 없다”며 “주말 영업이 알뜰폰 사업자 비용 부담으로 원가 절감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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