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화려한 총천연색의 컴퓨터 화면은 그 익숙함 만큼 오래된 것은 아니다. 사실 초창기 PC 컴퓨팅 환경은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무채색의 세계였다. 그러다 약 30년 전, PC용 그래픽 프로세서의 탄생과 함께 컬러 디스플레이가 최초로 도입됐고, 이때부터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영상과 게이밍 등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혁명이 시작됐다.
이러한 혁명은 컴퓨터의 연산 능력, 그래픽 및 비디오,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에 힘입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PC 업계는 가상현실 분야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보고, 최신 디스플레이 및 입력 장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 실용화 단계를 거치고 있는 VR 기기들은 고글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터치, 동작 및 음성 인식 기반의 입력장치 등이다.
이처럼 가상현실 분야에서는 기존 평면 디스플레이나 입력장치가 아닌, 입체적인 화면과 신체 감응 방식의 입력장치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는 보다 현실감 있는 체험 환경을 구축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달리 말하자면, 가상현실의 궁극적인 목표는 현실을 방불케 하는 몰입감 높은 가상의 공간을 구축함으로써, 서로 다른 물리적 공간에 있는 사용자들이 직접 소통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요즘 TV 광고에 등장하는 최신 스마트 기기나 웨어러블 기기 등이 이러한 첨단 기술의 기초적인 형태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실재하는 듯한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기에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궁극의 가상현실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은 무엇일까? 가상현실이란 분명 우리가 미래의 컴퓨팅 기술로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도전 과제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면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을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점점 작아지는 동시에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AMD의 최신 프로세서 기술인 HSA(이기종 시스템 아키텍처: Heterogeneous System Architecture) 기술은 CPU의 직렬 연산 능력과 GPU의 그래픽 처리 능력을 통합해, 가상현실과 같은 미래 비주얼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밑바탕을 제공한다.
AMD의 CPU와 GPU를 하나의 칩에 통합한 APU는 HSA 아키텍처를 통해 각 코어에 적합한 작업을 신속하게 분배하는 등 조화롭게 작동하며, 이는 곧 가상현실 세계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연산 및 그래픽 처리 능력을 제공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HSA 기술은 PC를 비롯한 게임 콘솔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클라우드 기반의 항공기용 콕핏 디스플레이, 의료 영상 기기 등 전문 영역에서도 채택되고 있다. 또한 AMD를 비롯한 전세계 50개 이상의 첨단기술 기업 및 대학교에서 HSA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가상현실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개발 이외에 표준을 제정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드웨어 표준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현존하는 가상현실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즉, 개발자가 다양한 OS 및 기기와의 호환성, 주어진 리소스를 최대화할 수 있는 높은 효율성을 갖춘 가상현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의 표준 수립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중요한 스포츠 경기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스크린은 이제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일부분이 되었다.
우리는 불과 수십 년 만에 흑백에서 컬러로, HD에서 UHD 디스플레이로 진화하는 급격한 발전을 경험하고 있다. 물론 디스플레이 기술이 고도로 발달함에 따라, 앞으로 사용자들이 흑백에서 컬러 디스플레이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느낀 만큼의 변화와 차이를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화면에 나타나는 시각적 콘텐츠의 형태는 물론, 이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는 분명 큰 변화를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더욱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서라운드 컴퓨팅의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더욱 혁신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콘텐츠가 개발될 것이며,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고 현실적이며 생생한 엔터테인먼트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순간이동과 스릴 넘치는 모험, 상상 속의 판타지 세계를 마치 현실처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의 공간이 우리에게 펼쳐질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