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시장 살리기냐, 단통법 안착이냐”

방송통신위원회가 SK텔레콤 불법 보조금 단독 조사 결과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첫 단독 제재인만큼 단말기 유통법 안착을 위해 처벌 수위를 높이고 싶으나, 아뿔싸, 삼성 갤럭시S6 출시가 목전이다. 업계와 소비자의 기대감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시장에 찬물을 끼얹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26일 방통위는 오후 2시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에 대한 사실조사 결과 및 그에 따른 제재 방안을 발표한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1월 과도한 리베이트(판매장려금) 인상으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며 SK텔레콤에 대한 사실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SK텔레콤은 이통3사 모두 리베이트를 올린 정황이 포착됐는데, 자사만 제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단독 조사를 강행했다. 한 통신사만 단독 조사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내부에서 비상체재를 갖추고 대기하는 SK텔레콤은 물론 경쟁사 마저 촉각을 곤두세우고 방통위의 조사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 방송통신위원회

■ 몰매맞는 단통법, 변칙 난무 실효성↓

방통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아이폰6, 갤럭시노트4 등 주요 단말기에 대한 리베이트를 46만~51만원으로 높여 불법 보조금을 지급되도록 시장 과열을 유도했다. 시장 안정 상태의 리베이트 평균 금액은 기기당 30만원이다.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방통위는 법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강경한 기조를 보여왔다. 공시지원금(보조금)보다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는 ‘중고폰 선보상제’, 단말 구매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포인트’ 제도를 두고 우회 보조금 피해 발생이 지적되자 개선 요청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마케팅까지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냐는 비난이 있었지만 그만큼 법 안착을 위한 방통위의 기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방통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변칙 사례는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이통3사가 갤럭시S6 출시를 앞두고 마케팅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공시지원금을 줄이자, 법인특판 사칭 다단계 영업 등의 편법이 불거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방통위가 SK텔레콤의 단독 조사를 강행한 만큼, 과징금 및 영업정지 등의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업계 역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주도적으로 시장과열을 유도한 만큼 본보기성으로라도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SK텔레콤 역시 규제당국의 기조를 읽고 자세를 낮춰왔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의 50% 점유율 붕괴를 두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규제를 벗어나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분석도 제시하고 있다.

▲ SK텔레콤의 한 대리점

■ 갤럭시S6, 구세주 되나

관건은 갤럭시S6이다. 내달 10일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S6 판매가 시작된다. 그동안 신규 단말이 출시되지 못해 시장 침체는 거의 빙하기 수준 이었다. 이통사는 지난주부터 갤럭시S6 사전 예약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띄우고, 체험행사 및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단말 출시 2주일 전에 본격 마케팅을 벌이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유통점 또한 숨통이 트일 것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갤럭시S6 기능은 물론 디자인이 전작과 차별화되게 나오는 등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며 “판매 문의 전화도 많이 받는다. 발길이 끊겼던 고객이 다시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방통위가 4월 SK텔레콤 영업정지를 시행하게 되면 단기간이라도 파장은 치명적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판매량을 놔두고서라도 꽁꽁 얼어붙은 이통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조짐부터 상쇄시키면 유통점의 반발도 거셀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역시 싸게 사는데 정부가 규제한다며 냉소적인 시선을 보낼 것이 뻔하다. 이러한 이유로 방통위가 SK텔레콤 영업정지를 5월에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갤럭시S6 마케팅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방통위가 한 발 양보하지 않겠냐는 입장이다.

방통위로선 SK텔레콤 측에 손을 들어주면 ‘솜방망이 처벌’, 강력한 제재를 시행하면 ‘시장 죽이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셈이다. 그 어느때보다도 고도의 정치적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방통위의 신의 한수는 과연 무엇인 지, 통신시장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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