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정일주 기자] 웹툰작가, 웹소설작가, 사진작가 등 프리랜서 작가들이 모바일을 통해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콘텐츠 수요가 늘면서 작가들은 모바일에 적합한 작품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모바일 콘텐츠 시작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여러 작가와 업계 종사자는 무엇보다 "모바일이 작가 수익구조 개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모바일 기기를 통해 웹툰, 웹소설 등의 웹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짧은 시간 틈틈이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와 5-10분 사이에 볼 수 있는 웹콘텐츠의 궁합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흐름은 '짧은 시간에 즐기는 문화생활'이란 뜻의 신조어, 스낵컬처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 모바일 만난 웹콘텐츠, 물 만난 물고기
 
27일 다음웹툰에서 '정이리이리'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이정일 작가는 "PC웹에서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전체적인 독자층이 넓어지고 많아졌다"며 "그로 인해 원고료도 올랐다"고 전했다.
 
▲ 페이지 제한이 있어 일정수의 작가만 연재할 수 있었던 출판만화와 달리 웹툰은 페이지 제한이 없다
 
작가들은 최근 웹툰시장을 최대 호황기라고 말한다. 페이지 제한이 있어 일정수의 작가만 연재할 수 있었던 출판만화와 다르게 웹툰은 작가들의 연재기회를 늘려줬다. 덕분에 웹툰작가들이 많이 등장할 수 있었다. 이어 스마트폰이라는 모바일 콘텐츠 유통채널이 많아지면서 웹툰을 보는 독자가 늘어났고 플랫폼도 다양해졌다.
 
웹소설도 마찬가지다. 웹소설 연재 사이트 문피아 김종방 편집장은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작가들의 대우가 좋아진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편집장에 따르면 종이책만 나오던 아날로그 시대에는 책의 수요에만 수익을 의존해 책 인세가 작가 수입의 전부였다. 요즘에는 책 인세 뿐만 아니라 전차책, 웹소설 유료연재 인세 등 수익채널이 다각화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문피아 웹소설의 전체 독자중 모바일 비중이 전체의 70% 이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앱 이용자가 많다.
 
'만상조'라는 필명으로 네이버에서 웹소설 '흑객'을 연재 중인 오승훈 작가는 모바일이 보급되기 전엔 한 달 500원의 연재 수익도 받기 힘들었다. 오 작가는 모바일 연재 후에는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을 만큼 벌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모바일 플랫폼의 다양화는 독자 연령층 확대도 불러왔다. 오 작가는 카카오페이지서 작품을 연재할 때 10대 초반의 학생에게 작품관련 쪽지를 받은 적도 있다. 오승훈 작가는 "10대가 읽지 않기 때문에 텍스트 시장은 안 될 거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오히려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면서 10대 독자의 유입이 많아졌다" 말했다.
 
오는 4월에는 프리랜서 사진작가들을 위한 모바일 플랫폼도 등장한다. OGQ에서 출시한 배경화면HD앱은 프리랜서 사진작가들이 자신의 사진을 올려 수익을 내는 창구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 웹콘텐츠, 모바일을 만나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다
 
모바일은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고 늘려주는 훌륭한 콘텐츠 유통채널이지만 단점도 있었다. 바로 화면이 작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화면엔 한 번에 많은 내용을 담지 못한다. 이 때문에 기존 출판만화와 달리 페이지가 아닌 스크롤 방식으로 웹툰을 제공한다.
 
비타민 필명으로 유명한 이기호 웹툰 작가는 "웹에서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웹툰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PC에 비해 작은 스마트폰의 화면 때문이었다"라며 "이런 작은 화면을 보완하기 위해 모바일에 맞춘 여러 가지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호 작가가 피키캐스트 앱내 피키툰서 연재중인 절하는 강아지의 경우 파노라마컷을 선보이기도 했다. 파노라마컷은 횡으로 길게 그린 그림을 손으로 넘기며 볼 수 있어 광대한 장면, 시간의 흐름 등을 표현하기 좋다. 추가로 피키툰은 움직이는 장면인 애니메이션 컷도 넣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결정적인 부분에 움직임을 넣어서 느낌을 살릴 수 있고 독자들이 해당 장면을 더 재밌어 한다는 것이 이 작가의 설명이다.
 
▲ 공뷰는 형태에 따라 성우들이 더빙한 더빙툰, 작품속 인물들이 메신저로 채팅하는 채팅툰, 독자 제보 사연을 웹툰으로 제작해주는 썰툰 등 크게 세 가지 장르를 모바일 앱으로 제공 중이다
 
이정일 작가도 다음카카오의 공뷰라는 플랫폼서 새로운 방식의 웹툰 '잡초이야기 : Live'를 연재하고 있다. 공뷰는 형태에 따라 성우들이 더빙한 더빙툰, 작품속 인물들이 메신저로 채팅하는 채팅툰, 독자 제보 사연을 웹툰으로 제작해주는 썰툰 등 크게 세 가지 장르를 모바일 앱으로 제공 중이다.
 
웹소설도 텍스트에만 집착하지 않고 삽화와 음악 등 멀티미디어를 삽입하면서 변화하고 있다. 네이버 웹소설 앱도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는 페이지뷰에서 스크롤 뷰로 바꿔 더 긴 삽화를 넣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웹소설은 모바일의 작은 화면을 만나 글의 구조와 문단의 길이가 달라졌다. 과거엔 한 문단에 포함된 문장이 많았다. 최근에는 작은 화면 속 글의 가독성을 살리기 위해 문단이 짧아졌고 전체적인 소설의 구조도 많이 달라졌다. 문피아에서 아마추어로 활동 중인 이재환 작가는 이런 장르문학의 추세가 출판 책도 따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뜨는 작가만 뜬다"...모바일 플랫폼 한계 극복하려면?
 
모바일 시대 작가들이 많아지면서 콘텐츠가 풍부해졌을 뿐만 아니라 작가 간 경쟁도 심화됐다. 무수한 웹툰/웹소설이 등장하면서 독자들이 특정 콘텐츠를 쉽게 고르거나 접근하기 어려워진데다가 모바일 화면에서 표시할 수 있는 작품 수도 한정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모바일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작품들만 독자의 선택을 받고 판매 수익을 올리게 된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페이지는 메인에 노출되는 작품 외에는 빛을 볼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 작가들의 평가다.
 
문피아 김종방 편집장은 이런 시장 상황 때문에 전업 작가의 수익이 천차만별임을 지적했다. 인기가 많은 작가는 한 달 4,000~5,000만 원을 벌기도 하지만 오승훈 작가가 그러했듯이 도저히 먹고 살 수 없을 만큼 월 수익을 내는 작가도 수두룩하다.
 
작가들은 이런 문제의 극복을 위해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들이 작품의 분류를 강화하고 독자들이 쉽게 보고픈 장르의 작품을 찾을 수 있도록 편의성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리디북스 앱은 태그를 이용해 작품 분류를 한다. 게다가 특정 작가의 작품을 구매한 경우 해당 작가의 신작과 연관 작품 소식을 알려주고 있다.
 
▲ 최근 웹소설들은 삽화를 넣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웹툰과 웹소설의 미래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작가들은 같은 의견을 내놨다. 바로 웹콘텐츠와 멀티미디어 소스의 접목이다. 아직 대다수의 웹소설 앱은 이펍(E-Pub)2.0 규격에 머물러 있으나 3.0 규격 적용시 더 많은 멀티미디어를 소설에 넣을 수 있게 된다. 웹툰도 기존 종이만화를 단순히 화면으로 옮긴 형태가 아니라 배경음악과 다양한 효과 등 재미를 더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이기호 웹툰 작가는 "웹에서 모바일로 넘어온 것은 예전보다 더 풍부한 만화 푸드코트의 탄생을 뜻한다"며 "그 푸드코트의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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