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17일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27일 팬택 상암 사옥에서 만난 팬택 직원의 말이다.

▲ 팬택 상암 사옥

지난 9일 법원은 팬택의 2차 공개 매각을 알렸다. 마감일은 오는 4월 17일이다. 이 때까지 팬택은 다시 한 번 주인 찾기에 나선다.

2차 공개매각은 팬택에 있어 또 한번의 아픔이다. 지난해 11월 21일 공개매각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법원과 채권단 등은 청산보다는 인수합병에 주력하겠다며, 2차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했다. 지난해 12월 1일 열린 ‘제1회 관계인집회’에서 청산가치가 1504억9500만원으로, 계속기업가치 114억200만 원보다 더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매각의 끈을 놓지 않았다.

팬택의 매각이 가시화된 건 지난 1월 28일이다. 국내외 3개사가 팬택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그 중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자산운용사인 원밸류에셋매니지먼트의 컨소시엄이 주목받았다. 원밸류에셋 컨소시엄은 원밸류 이외에도 인터넷 쇼핑몰 투게더MS와 부동산 개발 베리타스 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컨소시엄은 예상 인수가격인 1000억 원을 참여업체들로부터 확보된 상태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물은 비어 있었다. 원밸류에셋 컨소시엄 측은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팬택 인수대금 송금을 차일피일 미뤘다. 한편에서는 팬택 인수 후 중국 진출을 통해 올해 말 매출을 정상화시킨다는 원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원밸류에셋 측의 인수대금 송금은 계속해서 미뤄져 1개월을 훌쩍 넘겼고, 법원은 지난 9일 이번 인수가 무산됐음을 알렸다.

마감일까지 약 20일 정도가 남은 27일 직접 찾아간 팬택 상암 사옥은 고요했다. 로비에는 몇몇 사람들이 눈에 띌 뿐, 비교적 한산하다. 항상 북적이던 2층 미팅공간은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제품발표 때마다 관계자와 기자들로 북적이던 체험공간은 파티션만이 남아있고 벽 한켠은 ‘베가아이언2’를 거치해둔 모형물이 기대고 있다. 론칭행사장으로 쓰인 강당문은 굳게 닫혀있다. 막 지고 있는 해 떄문인지 고즈넉한 부분위기가 한층 더 고조된다.

▲ 팬택 상암 사옥 입구

한 팬택 직원은 “기다리는 일만 남은 것 같다. 16일 드라마같은 일이 벌어지기를 고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어, “그런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있다”고 자조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오랜 시간동안 오르고 내리던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듯 하다.

한 때 팬택은 국내서 스마트폰 2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LTE 초기 시장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상반기에는 메탈 프레임을 입힌 ‘베가 아이언을’, 하반기에는 국내 첫 지문인식 LTE폰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에서야 트렌드로 부상한 메탈 소재와 지문인식 등을 팬택을 일찍부터 스마트폰에 적용해오고 있었다.

지난해 출시된 베가아이언2는 국내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내리는데 일조했다. 베가팝업노트는 단통법으로 인해 제한된 보조금 시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지로 작용했다.

오는 4월 17일까지 팬택 인수의향서가 접수되지 않는다면, 팬택은 또 다시 청산과 매각의 기로에 서야 한다. 법원에서는 다시 한번 매각에 고삐를 말아쥘 수 있겠지만 팬택 입장에서는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남아있지 않다. 지난 7월 공장 가동이 중단된 후 1400여 명의 직원 중 700여 명이 교차 휴직 상태다. 남아있는 재고를 털어내면서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을 버텨내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 팬택 사옥 내부에 걸려 있는 팬택의 지난해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베가 아이언2 포스터, 정상운영 중이었다면 올해 '베가 아이언3'가 걸려있을 자리다.

올해 상반기 출시되거나 출시될 예정인 스마트폰을 살펴보면 팬택의 부활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전략 스마트폰으로 삼성전자 ‘갤럭시S6’와 LG전자 ‘G4’만이 있을뿐이다. 외산폰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시장을 노크하는 외산업체들도 몸을 사리고 있다. 그 와중에 스마트폰 가격은 점차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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