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성상훈 기자] 모바일 게임의 양극화 현상이 짙어질 조짐이다. 구글플레이 상위 매출 게임 대부분이 TV 광고를 진행할 정도로 각 게임사들은 대대적인 마케팅에 비용을 퍼붓고 있지만 재정이 열악한 중소개발사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마케팅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위인 레이븐(넷마블)을 필두로 14위에 이르는 거의 모든 게임이 TV 광고를 진행중에 있다. 1위부터 14위까지 중에서 TV광고를 하지 않는 게임은 선데이토즈의 '애니팡2'와 넥슨의 '삼검호'가 유일하다.

톱3에 올라 있는 레이븐, 세븐나이츠, 클래시오브클랜 광고는 극장, 공중파, 케이블채널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특히 클래시오브클랜은 모바일게임 TV광고 전성시대를 연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 8월 출시됐음에도 장기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클래시오브클랜이 국내에서 입소문을 탄 것은 출시후 시간이 조금 흐른 2013년 하반기부터다. 그전까지는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에 속했다. 그러나 그해 6월~7월부터 지하철과 버스 옥외 광고를 시작했고 TV와 극장가에 광고를 시작했다. 지난해 여의도 IFC몰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면 지하3층부터 지상1층에 이르는 거대한 조형물 광고를 목격한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결국 클래시오브클랜은 TV광고 효과에 힘입어 일반 유저들을 대거 영입하는데 성공했고 그해 국내 매출 1위 자리에 올랐다. 현재도 클래시오브클랜은 국내 매출 순위 2위자리에 올라있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부진했던 는 지난해 6월부터 지하철과 버스 등 옥외광고를 시작한 데 이어 TV와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애니메이션 광고를 쏟아부으면서 결국 그해 10월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달성했다.

70일동안 1위 자리를 지켰던 클래시오브클랜에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은 약 2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클래시오브클랜의 개발사 핀란드 슈퍼셀은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조8,000억원을 올렸고 국내에서만 지난해 1,300억원을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모바일 게임사 한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싸이클이 짧다는 얘기는 정말 옛말이 된 것 같다"며 "출시된지 3년이 다 되가는 게임이 지속적인 흥행을 거듭할 수 있는 것은 마케팅의 힘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구글플레이 4월 1일자 최고 매출 순위. 네이버와 넷마블이 공동으로 마케팅을 시작한 레이븐이 출시 2주만에 1위를 꿰찼다.

■레이븐-영웅, TV광고 효과 '톡톡'

국산 게임도 이에 질세라 TV 광고를 시작하며 마케팅 행보에 나섰다. 넷마블 신작 '레이븐'은 배우 차승원이 출연한 TV 광고를 시작했고 출시 5일만에 매출 순위 1위를 꿰차는 기염을 토했다.

네시삼십삼분이 서비스하는 '영웅 for kakao'도 지난 명량 버전 광고 이후 유저 수가 100만명 가까이 늘었고, 최근 씨스타 버전 광고를 시작한 뒤부터 다시 100만명이 늘어나는 등 TV 광고 시작 이후 200만명 이상의 신규 유저를 끌어모았다.

모바일게임의 TV광고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PC 온라인 게임과 달리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유저는 TV 광고를 눈으로 보는 즉시 10초도 채 안되어 다운로드를 받아보기도 한다.

넷마블 한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유저층은 기존 유저들에게는 충성도를 유지하고 TV광고를 통해 새로운 유저를 유입하는 구조가 종합적으로 이뤄진다"며 "스마트폰은 PC와 달리 항상 가까이 있다는 접근성 때문에 TV광고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마블은 레이븐 외에도 세븐나이츠,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등 다른 히트작들의 TV 광고도 함께 진행중에 있다. 게임빌도 크리티카, 서머너즈워 TV 광고를 이어가고 있고 위메이드 역시 인기 배우 안재현이 출현한 광고를 지난해 진행한 바 있다.

전국민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모바일 게임은 지금 누구나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을만큼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기발한 광고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신규 유저를 유입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마케팅 '비용'을 들인만큼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헐리우드 인기 배우 리암 니슨이 출연한 클래시오브클랜 슈퍼볼 광고(위)는 영화 테이큰을 패러디해 유저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고, 네이버와 넷마블도 배우 차승원을 동원한 레이븐 광고(아래)로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케팅 비용 점점↑, 중소 개발사 시름도↑

구글플레이 톱10에 올라있는 게임들의 마케팅 비용을 환산하면 최소 수백억원이 넘는다. 상황이 이쯤되면 중소개발사들은 한숨만 깊어간다.

최근의 모바일게임 순위를 보면 클래시오브클랜의 일례처럼 한번 히트작 대열에 올라서면 좀처럼 순위에서 내려가지 않는 고착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기존 유저들은 투자를 한만큼 플레이를 즐기는 기간이 길어지고, 개발사 및 퍼블리셔는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다시 신규 유저를 유입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출시 2주만에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한 '레이븐'만 보더라도 수십억원의 마케팅 비용이 투입됐다. 넷마블은 구체적은 액수를 밝히지 않지만 최소 40억~50억원의 비용이 투입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단기간에 투입되는 비용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대형 개발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소 모바일 게임사는 1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는데에도 호흡곤란이 올 지경이다.

광고업체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광고 없이 단지 온라인 마케팅만 진행하더라도 시장에 안착하려면 최소 2억원 이상은 필요하다"며 "시장에서 어느정도 순위 첫페이지에 오르려면 '자뻑(자사강매)'이나 CPI 부스팅이 필요한데 이것만 해도 1억원을 훨씬 넘는다"고 전했다.

최근 모바일 앱 광고전문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중소개발사를 위한 지원 펀드를 준비하는 등 중소개발사를 위한 지원책도 시장에 등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상당수의 중소개발사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게임 중소개발사 한 대표는 "굳이 상용화를 하지 않고 정부 지원금으로 개발비를 받아서 먹고 사는 업체들이나 투자금이 바닥난 업체들은 수명이 다 됐다고 볼 수 있다"며 "대형 개발사들의 마케팅 비용은 더 커지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