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최근 불거진 휴대폰 다단계 판매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의 형평성 없는 규제가 도마위에 올랐다. 방통위는 최근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이 내놓은 ‘합법적 80만원 페이백’ 프로젝트를 다단계 판매 행위로 보고 중단시켰다. 그러나 이동통신사가 운영하는 다단계 판매는 실태점검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통3사의 다단계 판매는 이미 1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이통사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 LGU+ 대리점의 전경 (사진 속 대리점은 기사내용과 관계 없음)

■ 통신협, 방통위로부터 2번 퇴짜

14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협은 이날 합법적 80만원 페이백 프로젝트를 결국 중단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단말 구매시, 별도 지원금 외 1인당 최대 80만원(판매수수료, 협동조합 이익 배당금 포함)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는 통신협이 사전승낙서를 받고 최근 불거지고 있는 다단계 영업 방식을 협동 조합 특성에 맞게 바꾼 것이다.

통신협은 지난해 이와 비슷한 ‘공짜 아이폰6’ 프로젝트를 내놓았지만 단통법 위반이라는 방통위의 지적에 따라 다시 수정해 해당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그렇지만 방통위는 지난 13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를 통해 ▲우회 보조금 ▲허위 과장 광고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프로젝트를 중단시킬 것을 요청했다.

이용구 통신협 상임이사는 “KAIT 관계자가 와서 방통위 시장조사과의 의중을 전달했고, 사전승낙서 철회도 요구하길래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며 “조합원들과 의견해 조만간 대책을 내세울 것이다”고 밝혔다.

다만, 통신협 측은 방통위의 요청이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통사의 다단계 판매는 가입자를 여전히 모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용구 이사는 “이동통신사나 통신협이나 판매수수료를 소비자에게 그대로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을 채택했다”며 “오히려 통신협은 사전에 방통위로부터 해도 좋다는 답변을 받았고,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단계 가입자도 2명 이하로 제한하는 등 안전장치까지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동일한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데 결국 통신협만 문제를 삼는다는 것은 이통사 감싸주기가 아니고 뭐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방통위측은 “통신협은 아직 다단계 영업을 시작하기 전이라서 시장이 혼탁할 것을 우려해 미리 언지를 준 것”이라며 “통신협의 다단계 방식은 단통법 위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으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고 밝혔다.

 

■ 개통만 몇 천건, 방통위 “이통사 규제 어렵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동통신사의 다단계 판매에 대해서는 가입자 모집을 금지하거나, 이통사 마케팅 담당자를 불러 경고하는 등의 별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KT와 LG유플러스는 다단계 영업을 공식적으로 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검토중이다. 정부는 현재 휴대폰 다단계 실태점검을 하고 있지만 실제 규제를 집행하기까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시장조사과 관계자는 “다단계 판매 자체는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으로 단통법 주무부처인 미래부나 방통위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며 “실태점검을 통해 다단계 지위와 판매자의 지위를 검토하는 법률적 해석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단통법이 새로 시행됨으로써 예기치 않은 단통법 위반 사항이 계속 생겨나고 있어 법 해석 작업이 가장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실태점검을 통해 다단계 판매가 단통법 위반 사항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이 후 실태조사와 사실 조사를 거쳐 제재를 가하게 될 것”이라며 “실태점검 결과는 최소 2~3주가 지나야 나올 것이다.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통사의 휴대폰 다단계 판매 가입자 모집을 중단시킬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실태조사와 사실조사 기간까지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이통사 다단계 조사 결과는 5월이 넘어서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이통사의 휴대폰 다단계 판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다단계 회원은 빠른 속도로 급증하고 있다. 가장 공격적으로 하고 있는 LG유플러스의 경우 ifci, b&s솔루션, nest 등 3개 업체와 제휴를 맺고 판매를 진행중이다. 회원수는 11만명 수준이다. 실제 개통 건수는 지난 1월 기준 2만4900건으로 파악됐다. 

KT는 'The M'이라는 업체를 3월에 설립했으며, 2~3개 업체와도 제휴를 추진중이다. SK텔레콤도 hue N shop과 다단계 판매를 추진하려 했으나 현재 방통위 조사중으로 일단 보류중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