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100명 끌어모아 지난달 수수료로 월 20만원 받았습니다”

휴대폰 판매에만 매달려서 벌 수 있는 돈은 최고 얼마일까? 풍문에 들려오는 것 처럼 휴대폰 지인판매로 집 한 채 장만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일까? 기자는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휴대폰 다단계 회사에 직접 가입해보기로 했다.

▲ 휴대폰 다단계 판매 회원 가입서

■ 휴대폰 다단계, 고위공무원부터 전업주부까지...

지난 8일 기자는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휴대폰 다단계 업체 한 곳을 방문했다. 전체 빌딩의 3개의 층을 사용하고 있는 이 업체는 LG유플러스와 공식적으로 제휴를 맺고 휴대폰 다단계 판매에 주력하고 있었다. 설립한지 15년째를 맞는 이 회사는 유무선 네트워크 관련 일을 주로 해오다 휴대폰 다단계 판매로 사업을 확대, 급격하게 세를 넓히고 있었다.

평일 늦은 오후였지만 3층 접객실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몰려 있었다. 전업주부로 보이는 아주머니들부터 앳되 보이는 남녀 대학생, 한 쪽에서는 파워포인트로 휴대폰 다단계 규칙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강의자도 보였다. 회사 측에 따르면 그는 회사에서 제일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가입자다. 통장에 찍히는 휴대폰 판매 수수료료만 월평균 2000만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회사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피라미드 형태로 후원인을 붙여준다. 회사 내부는 일반 업체와 비슷했다. 다단계라고 해서 음침한 분위기를 생각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기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혹시라도 불이익이 있는지, 회원 탈퇴를 못하는지부터 물어보았다.

후원인은 “흔히 다단계 판매라고 하면 색안경부터 끼고 본다”며 “1인 대리점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휴대폰을 개통하는데 이 곳에서 하면, 1인 대리점으로 간주되 이통사에서 단말에 주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까지 받는다. 차감이나 불이익은 없고 다만, 실적에 따라 수수료 액수가 다음달 지급이 안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원인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홍대에서 잘나가는 바를 차렸다가 생각보다 수익이 나지 않아 지난해 11월 휴대폰 다단계에 뛰어들었다”며 “백수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이름만 대면 아는 소셜커머스 공동 창업자 출신부터 심지어 방송통신위원회 변호쪽 하시는 분도 회원 가입이 되어 있다”고 귀띔했다.

▲ LG유플러스 직영점 (사진속 매장은 기사내용과 직접적 관계 없음)

■ 최소 10명은 모집해야, 고수익은 글쎄...

일단 회원 탈퇴를 막거나 수수료를 차감 등의 불합리한 행태는 보이지 않는 듯 했다. 큰 마음 먹고 회원 가입서를 작성했다. 회원 번호는 1만6000여번. 이 업체의 다단계 판매 회원은 날로 급증하는 추세다. 얼마전에는 부산 지사까지 새로 오픈했다는 후문이다. 지사 직원만 40명이다.

회원 가입을 한다고 바로 다단계 판매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당 업체에 회원 가입을 하면서 동시에 휴대폰을 개통해야 판매점 승인 코드(WD)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다단계 판매 회사의 80% 정도가 유령 회원이다. 이후 단말 판매 실적이 누적되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대리점 승인 코드를 받을 수 있다. 회원 가입만 하는 경우 회원번호를 부여 받으면서 홈페이지에만 접근 권한이 생긴다.

회사마다 직급 체계가 약간씩 다르지만, 이 회사의 경우 명목상 회원부터 가장 높은 수익을 받는 회원까지 11직급으로 나눠져있다. 본인 산하에 둘 수 있는 대리점 개수(회원)는 2개로 제한되있다. 평균 단말 개통 수수료는 3만~5만원이다. 하위 7대 라인(총 254명)까지 개통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산하 대리점 수가 늘어날수록 직급도 늘어난다. 중간에 FD라는 직급이 되면 유무선 서비스 개통(단말 포함)이 아닌 회사 매출에 대한 접수를 책정받고 이에 비례해 수당을 받는다. 매출 1000원당 1점으로 계산된다. 매 월 고정적으로 꼬박 수익을 얻는 사람들은 이 FD직급에 해당되는 사람이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FD가 되기 위해서 산술적으로 자기 밑으로 10명의 회원이 있어야 한다. 물론 10명 회원 모두 단말을 개통한 WD여야 한다. 점수로 환산하면 450만점을 달성해야 한다. 가장 수익을 많이 받는 최상위 직급의 경우 한 달 간 회사 총 매출의 7.5%를 N분의 1로 지급한다.

후원인의 경우 하부 라인 130여명의 회원이 있다. 그는 최근 4개월동안 수수료로 16만원, 7만원, 0원, 20만원을 받았다. 초창기에 시작한 지인의 경우 3개월만에 2000만원 수익을 달성했다. 하부 라인은 6000명이다. 즉, 초기에 시작한 사람이 혜택을 많이 보는 전형적인 다단계 구조이다.

후원인은 “언론에서 휴대폰 판매로 고수익을 올렸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상위 1~2%에나 해당하는 경우”라며 “휴대폰 판매도 보험판매와 같이 부지런히 고객을 유치해야 수익이 난다”고 밝혔다. 다만, 초기 자본이 필요 없기 때문에 창업가나 전업 주부, 대학생들이 많이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급증하는 다단계, 회원 10만 돌파

다단계 판매는 점점 급증하고 있다. 이 회사의 경우 직접판매공제조합에 등록되어 있으며, 매년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 제무제표를 제출하고 있다. 이통3사 중에서는 LG유플러스가 공격적으로 업체와 제휴를 맺고 다단계 판매로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인판영업팀이라는 별도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 다단계 판매 업체는 10만 회원을 돌파했다. 타 이통사 회원까지 합치면 이를 훨씬 웃돈다. 지난 1월 다단계 판매를 유치한 가입자(번호이동, 신규가입 포함) 2만5620명에 달한다. 이는 LG유플러스 전체 순증의 1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KT도 다단계 영업을 하고 있으며 2~3개 업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의 경우도 다단계 매장 오픈을 검토중에 있다.

앞서, 다단계 영업은 2000년대에 횡행하다 방통위(당시 정통부)로부터 지적을 받고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이통사의 공시 지원금 액수가 줄어들면서 다시 확대되고 있다.

다단계 영업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허위 과장 광고로 소비자 피해 발생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다. 여기에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수수료가 공시지원금과는 별도로 제공되는 ‘우회 보조금’ 소지가 있다는 것이 방통위의 설명이다. 이통사가 일부 다단계 업체에게 대리점보다 높은 수수료(7~11%)를 지급하면서 통신 유통 시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현재 진행중인 실태점검을 통해 위반 여부를 가려낼 방침이다. 휴대폰 판매자 지위와 다단계 판매 지위의 법적 해석을 통해 불법이 판명되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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