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까지만 해도 팬택의 미래는 암울했다. 한때 세계 7위의 휴대폰 제조사로 이름을 떨쳤지만 지금은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신세다. 기업회생을 위한 매각 조차 쉽지 않았다. 무려 3수 끝에 간신히 회생 기회를 잡았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신화를 썼던 팬택이 드라마 같은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17일 오후 3시 팬택 공개경쟁입찰 인수의향서 접수 마지막날 마감 시간이었다. 그로부터 몇분 후 법원은 두곳의 국내 업체와 한곳의 미국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기업 청산 목전까지 갔던 팬택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마음 속으로 팬택을 응원하던 기자도 소식을 접하고 한결 편안해 졌다.

 
매각주간사인 삼정회계법인 담당자와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그는 1시간째 통화 중이다. 앵무새 반복하듯 뻔한 대답은 묻지도 듣지도 않기로 했다. 팬택 관계자에게 전화를 했다. 별 일 없다는 듯 전화를 받은 관계자는 담담하다는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아직 회생이 결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난 6개월간 연봉 20%를 자진 삭감하고 절반이 기약 없는 무급휴가 중인 팬택 임직원들에게는 분명 단비와 같은 소식일 것이다.

청산 위기까지 몰렸던 팬택에게 드라마 같은 반전이 일어날까. 그동안 팬택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면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팬택은 '샐러리맨의 신화'로 널리 알려진 박병엽 전 부회장이 1991년에 설립했다. 소위 지방대를 졸업하고 맥슨전자에서 입사한 그는 3년 만에 영업의 신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처럼 삐삐(무선호출기) 제조회사인 팬택을 창업했다. 당시 집을 팔아 4,000만원의 창업자금을 갖고 시작했다는 박 전 부회장은 창업 6년만인 1997년에 연매출 726억원을 기록하며 우리나라 제조업의 신화를 써내려 갔다.

이후 팬택은 휴대폰 제조에 눈을 돌렸고, 당시 최고의 휴대폰 제조사였던 모토롤라로부터 1,500만달러의 투자유치를 받으며 화제를 뿌렸다. 휴대폰으로 업종 전환을 한 팬택은 또 한번 신화를 썼다. 3년여만에 4배 가량 성장한 연매출 2,87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팬택만의 브랜드 구축을 위해 현대큐리텔과 SK텔레텍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지금도 매니아들에게 회자되는 '스카이' 브랜드를 알리는 데 성공했으며, 2004년 매출 3조원 시대를 열었다.

그렇지만 팬택의 신화는 여기까지 였다. 이듬해까지 매출의 성장은 있었지만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무리한 인수합병과 시장의 변화 등으로 2007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박 전 부회장이 지분을 포기하고 회생을 위해 직원들과 불철주야로 뛴 결과, 2011년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반짝 빛을 발했다. '베가'라는 명품 브랜드가 탄생했고 '단언컨대'라는 TV CF 마케팅이 전국민의 뇌리를 사로잡았다.

잠깐동안의 부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재편됨에 따라 팬택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2014년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회생을 위한 공개매각에 들어갔지만 2차례나 유찰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리고 3차 공개입찰, 이번에도 안되면 청산까지 거론됐던, 마지막 날에 극적으로 3곳의 기업이 투자의향을 밝혔다. 물론 아직 팬택의 미래를 희망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3곳의 투자자들은 마감 시한을 몇시간 남기지 않고 막판에 인수의향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에서 팬택의 가능성에 대한 물음표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2차 수의계약 때처럼 인수대금을 보내지 않아 무산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또 매각이 되더라도 스마트폰 제조사 부활이 아닌, 팬택의 자산을 다른용도로 활용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언제나 있다. 이날 팬택의 한 엔지니어가 자신의 블로그에 '베가 시크릿노트2'를 공개했다. 임직원들의 자부심과 애사심에 감동했다. 팬택의 관계자는 "출고를 못하는 상황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제품 개발은 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팬택의 반전,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새로운 신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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