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반전은 없었다. 법정관리 중인 팬택의 세 번째 매각 시도가 불발되며,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게 됐다. 최근 인수 의향 의사를 밝힌 업체 3곳이 모두 자격 미달로 나타나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매각 절차를 중단한 것.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은만큼 업계서는 법원이 4번째 매각 시도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팬택의 운명은 앞으로 2~3주 후 채권단 협의 끝에 결정된다. 국내 3위 제조업체 팬택이 사라지면 이통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업계는 24년간 벤처신화를 이끌어온 팬택의 행보에 안타까움과 실낱같은 회생의 기대감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 팬택 사옥

■ ‘스카이’, ‘베가’로 한 획 긋다

지난 1991년 무선호출기(삐삐)로 통신업계에 첫 발을 내딛은 팬택은 24년 동안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존재감을 알려왔다. 일반폰은 ‘스카이’ 스마트폰은 ‘베가’ 브랜드로 잘 알려져있다.

팬택은 인수를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현대전자에서 분사한 현대큐리텔을 인수하고, 이후 스카이텔레텍 및 팬택앤큐리텔과의 합병을 통해 2009년 팬택이 공식 출범한다. 그러나 사업 확장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가 불거져,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실시한다. 2010년 8월 스마트폰 신제품 ‘베가’를 출시하며 2011년 12월 워크아웃을 종료한다.

이 때까지만 해도 팬택은 LG전자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2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워크아웃 종료 직후 프리미엄에 집중한 사업 전략은 수익성 악화와 해외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후 2013년 1분기 이통사 순차 영업정지, 2014년 이통3사 45일간의 사업정지는 팬택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판매 실적 부진으로 매출 흐름이 끊긴 것이다.

이에 팬택은 2014년 3월 워크아웃을 개시, 8월에 회생절차를 신청해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실시됐으나 참여자가 없어 유찰된 바 있다. 1차, 2차 공개 매각이 무산된 후 사실상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 3차 공개 매각도 실패했다.

▲ 팬택 스카이폰(오른쪽), 베가레이서

■ 팬택 부재, 웃는 자가 없다

팬택의 실패요인으로는 무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승부 전략, 내수 시장에 매달린 점 등이 꼽히고 있다. 500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직원의 70%가 연구원으로 이뤄질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보였으나 삼성과 LG의 자본과 브랜드 네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고가의 프리미엄이 아닌 가격을 좀 더 낮춰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어야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팬택 부채는 1조원에 달하고,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2%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팬택이 국내 이통시장에서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팬택의 존재 가치는 아이러니하게 부재로서 입증될 전망이다. 팬택의 부재는 제조사, 이통사, 소비자 등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이통사는 판매 채널 감소로 인해 향후 단말 공급 협상시 특정 제조사에 종속될 위험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10% 미만이었지만 LG전자와 함께 삼성을 견제해왔다”며 “팬택이 없어지면 삼성 독주체제가 더욱 심화되고 이통시장 경쟁체제가 무너질 것이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마케팅이 집중된다면 삼성전자의 국내 점유율이 70%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제조업체도 마냥 웃을 일은 아니다. 팬택이 사라진 자리에는 중국이나 대만 등의 외국계 업체가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팬택의 기술력이나 인력이 샤오미나 화웨이로 유출되면 삼성이나 LG전자의 글로벌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 팬택은 현재 5000여개의 특허를 보유중이며, 1만5000개 기술 특허 출원 중이다. 팬택의 청산은 국내 제조사에게 역으로 부메랑이 될 것이다.

소비자도 아쉽다. 보조금은 한정되어 있고 프리미엄 단말 체감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구형폰 베가아이언2 등의 팬택 단말 출고가 인하에 소비자가 몰린 것은 이같은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소비자는 프리미엄 성능임에도 가격이 저렴한 단말에 항상 목이 마르다. 

휴대폰 대리점 관계자는 “중국 단말 기술력이 많이 좋아졌으나 아직도 ‘값 싼’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중국 제품이 팬택만큼의 퍼포먼스를 낼지는 미지수다. 눈이 높은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어들까봐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원은 채권단 협의를 통해 2~3주 후 의견을 수렴한 뒤 파산을 결정한다. 절차기간을 고려하면 팬택 파산은 한 달 안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해당 기간동안 투자자가 나타나면 팬택은 회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통3사는 팬택 파산 이후 AS 등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 조치 수립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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