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정일주 기자]레진코믹스 사태로 ‘음란물’의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T업계는 정부가 OSP(온라인서비스제공자)들을 대상으로 음란물에 대한 처벌과 제재는 과한 반면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1일 최성준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불법 음란물은 유통이 금지돼 있는 것은 맞지만 음란물 판단기준 차이로 발생한 사건을 레진코믹스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것만으로 차단한 것은 음란물 여부를 떠나 과도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판시된 바가 있어 국가의 행정작용 측면에서 기업의 서비스를 제한하는 부분이 지나쳤다”고 말했다.

음란물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 3월 레진코믹스 사이트가 차단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레진코믹스 내 등록된 일부 만화가 불법 음란물로 신고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후 레진코믹스 사이트 접속을 막은 것이다.

▲ 레진코믹스 내 등록된 일부 만화가 불법 음란물로 신고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후 레진코믹스 사이트 접속을 막았다

차단 조치가 과하다는 여론과 행정기구서 불법여부를 정하는 것이 월권이라는 비판에 심의위원회는 잘못을 인정하고 레진코믹스 접속차단을 해제했다. 단 레진코믹스 내 콘텐츠가 불법 음란물로 방심위에 낙인찍힌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방심위는 레진코믹스 내 콘텐츠 중 일부에 성기가 그대로 노출되고 내용도 여성을 성적도구로 잘못된 성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레진 측은 해당 콘텐츠의 경우 스토리 전개상 필요한 경우에만 노출신이 있으며 이 조차도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있다고 방심위에 반박했다.

문제의 핵심은 음란물 판단기준의 차이다. 음란물 유통은 명확하게 불법이지만 음란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는 세부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 레진코믹스 성인콘텐츠도 예술적 가치가 없는 불법음란물 여부, 모자이크 처리강도 등이 논란에 쌓였지만 명쾌하게 규정된 법은 없다.

■ 네이버·다음의 음란물 규정 보니...조금씩 다르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음란’은 ①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해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②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 표현 ③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문학적, 예술적, 사상적, 과학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대법원 2008.3.13, 선고, 2006도3558 판결 등 참조)로 정의된다.

인터넷 포털 업체의 음란물 규정을 찾아보니 네이버와 다음은 조금씩 다른 기준을 보여줬다. 네이버의 경우 법적으로 금지된 불법 음란물, 성기, 국부, 음모, 항문 등이 노출되거나 반인륜적 성행위 등을 묘사, 성매매 관련 정보를 공유,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경우가 음란성 게시물로 규정됐다.

▲ 다음 사이트 내 공개된 음란물 규정 내용

다음은 과도한 신체노출 및 착의상태라도 남녀의 성기, 여성의 유두 등이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내용, 자극적인 성적 은어 및 비속어를 사용해 성행위의 방법 · 감정 · 음성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내용, 극도로 선정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일반·예술작품, 성폭력행위를 조장하거나 묘사 또는 미화하는 내용, 아동 또는 청소년을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내용, 성적대화 또는 유희의 대상을 찾거나 매개하는 내용, 성매매 또는 유흥업소를 알선·광고·유도하는 내용 등이었다.

다음의 경우 극도로 선정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일반·예술작품을 음란물로써 규제하고 있지만 무엇이 ‘극도로 선정적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게다가 예술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을 음란으로 정의한 대법원 판례와도 다르다.

최성준 사무국장은“과거 출판 경험이 있다든지 방송이나 영화 상영이 된 작품이라 하더라도 인터넷 상에서 다시 서비스했을 때 음란물로 고소되는 사례가 있어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의 경우 아예 성인콘텐츠 자체의 유통을 잘 하지 않는다”며 “음란물이 아니라 성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청소년유해물의 경우도 어떻게 서비스해야 법을 잘 지킬 수 있는지 불분명해 정부가 정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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