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호연 기자] ‘월 20달러에 음성, 문자 무제한 제공’

글로벌 이동통신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23일 구글이 내놓은 ‘프로젝트 파이’ 때문이다. 구글은 매 월 20달러(한화 약 2만원)만 내면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 파이 서비스를 120개국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알뜰폰(MVNO)을 통해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사실상 구글이 이통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글로벌 공룡 기업 구글의 파격 정책에 국내서도 음성 무제한 서비스 제공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 2만원 음성 무제한? 국내 이통사 ‘난색’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는 파격에 가까운 서비스다. 월 20달러에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데이터는 1GB당 10달러를 내면 사용할 수 있다. 다 쓰지 못한 데이터는 다음달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현재 가입자는 구글 ‘넥서스6’폰만 이용할 수 있지만 조만간 기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이통사의 주 수익원인 음성 통화를 공짜에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 사용에 따른 수익만 취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까? 국내에서는 우상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2만원대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를 제안했다가 이통사의 반대로 무산된적 있다.

우상호 의원의 요금제는 2만원대 무선전화 기본 요금을 책정한 뒤 추가 통화요금을 과금하지 않는 것이다. 데이터는 별도로 소비자들이 구매해서 쓰되, 서울시와 지자체가 공공 와이파이를 구축해 데이터를 조금만 구매해도 문제없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통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마다 음성 수익은 줄고 있지만 여전히 통신사의 주요 수익원으로서 한 순간에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우 의원의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구글은 이통사와 상황이 다르다”며 “구글의 주요 수익원은 통신이 아니다. 구글이 파격에 가까운 통신정책을 내놓은 것도 결국 사업상 전략의 하나일 뿐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입자당 매출(ARPU)는 3만원 중반인 상황에서, 해마다 망 신규투자 및 유치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있다”며 “무리한 요금 인하는 성장 불균형을 초래해 되려 질 낮은 서비스 제공으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 음성 수익 지고...무한경쟁 시작

결국 2만원 음성 무제한 요금제 도입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는 결론이다. 이통사로선 매출이나 영업이익 마이너스 성장을 감안해 안 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음성 무제한 서비스 제공은 스마트폰의 활발한 보급으로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2만원대 무제한 통신서비스가 시행중이다. 월 2만7000원만 내면 일본 내 통화가 무료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012년 제4이동통신사로 출범한 프리모바일이 약정 없이 월 2만4000원에 와이파이와 프랑스 내 유선전화 및 문자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다. 국내서도 이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자사 가입자에 한해 무료 망내 통화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지난해 제4이통에 도전장을 냈던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은 월3만원대에 음성 및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를 제시한 바 있다. 기존 음성을 기반으로 한 패킷망 요금체계를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하면 월 3만6000원에 음성과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것이 골자이다.

데이터로 음성통화를 하면 사업자가 주고받는 상호접속료와, 망 투자 및 운용 비용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업계 관계자는 “제4이통 외에도 점유율 10%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알뜰폰의 경우, 망 도매대가를 낮춤으로 해서 무제한 음성 요금 도입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성 무제한 요금제 도입은 이통사로선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사항이다. 구글이 지금은 해외에서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언제든지 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별정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이 없는 만큼, 구글이 국내 별정 2호 혹은 별정 2호로 등록하면 한국에서도 이통서비스를 할 수 있다. 정부로선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 

플랫폼 업체의 이통서비스 영역 침범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국내 이통사는 카카오톡 등의 인스턴트메신저 등으로 인해 문자 수익을 포기한 적이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때가 됐다. 최근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한 SK텔레콤의 행보는 이같은 고민을 잘 드러내고 있다. 구글의 알뜰폰 시장 진출 속내가 무엇이 됐든 통신업계에 시사한 의미가 크다. 2만원대 음성 무제한 요금제 도입은 서막에 불과하다. 안 된다고 불평만 하기에는 시간이 짧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