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도 여러 장르가 있듯, 핀테크(FinTech)에도 결제, 해외송금, 투자, 대출 등의 여러 분야가 있다. 2015년 2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유해사이트 분류로 사이트가 차단됐던 '8퍼센트'란 핀테크 스타트업의 장르는 대출이다. 금융감독원이 대부업법, 유사수신행위에 관한 위법의 소지를 문제 삼아 방통위에 공문을 보낸 것이다. 그 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현재 8퍼센트의 사이트는 정상 운영 중이다.

8퍼센트는 서비스명이고 사명은 ㈜헬로우월드이다. 8퍼센트란 서비스 이름에 이 회사의 서비스 전략이 온전히 녹아있다. 8퍼센트는 대출자의 평균 대출금리이다.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금리는 7~10% 사이에서 결정되지만, 평균 8퍼센트이기 때문에 서비스명이 그렇게 지어진 것이다.

▲ 편석준 착한텔레콤 이사
먼저 대출을 희망하는 사람은 사이트를 방문해 대출 신청금액과 대출기간, 대출목적과 직장 정보 등을 작성한다. 대출 신청금액은 50만원 단위로,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상환방식은 원리금 균등상환방식 하나이며, 상환일은 매월 5일, 10일, 25일, 말일 네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대출자들의 대출 신청정보와 인터뷰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투자 건당, 즉 대출 신청금액의 최대 10%까지만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분산투자가 이루어져 대출 연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리스크가 줄어든다. 투자수익률 목표는 평균 연 5%로 운영되지만, 8퍼센트가 원금과 수익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대출자로부터 평균 8%의 이자를 받고 투자자들에게는 평균 5%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남은 3% 중 2%는 수수료로 가져가고, 1%는 충당금으로 잡아둔다. 이것이 8퍼센트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원래 8퍼센트 서비스에는 ㈜헬로우월드란 법인명과 사업자번호만 있었지만 금감원의 이슈 제기로 강남구청에서 대부업 및 대부중개업 등록을 해야 했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에서 정의한 대부업은 “금전의 대부를 업으로 하거나, 대부업자나 여신금융기관으로부터 대부계약에 따른 채권을 양도받아 이를 추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것”를 말하며, 대부중개업은 “대부중개를 업으로 하는 것”을 이른다.

8퍼센트가 등록한 대부업∙대부중개업 이름은 ㈜개미대부주식회사이고, 대부업∙대부중개업 번호와 별도의 사업자번호를 등록해야 했음은 물론이다. 「대부업법」의 제3조 1항에 따라 대부(중개)업을 하려는 자는 해당 영업소를 관할하는 시∙도지사에게 등록해야 한다. 이로써 8퍼센트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유사수신법’)」의 이슈도 피해갈 수 있었다. ‘유사수신행위’는 “다른 법령에 따른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아니하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초과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것”을 말한다.

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조사한 <’14년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중개업자를 포함한 전국의 대부업자의 수는 8,794개로 ‘13년 말 대비 532개가 감소했다. 수익성이 악화된 영세 대부업자가 주로 폐업한 것으로 분석됐다. 총 대부잔액은 10조 9천억 원으로, ‘13년 말 대비 8.8% 증가했고, 평균 대부금리는 30.8%로 ‘13년 말 대비 1.1%p 떨어졌다.

2009년 9월까지만 해도 대부업자의 수는 15,723개로 1만5,000개가 넘었지만 현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다만 폐업한 개인형 대부업체들이 미등록 상태에서 불법 대부영업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등록 대부업체들의 대출 승인율이 20% 내외라고 하니, 대부업체에서도 거부당한 사람들이 갈 곳은 불법 사채시장뿐일 지도 모른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연 1.75%이고, 최근 40조원이 투입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 안심전환대출의 금리는 2%대였지만, 제2금융권조차 이용하기 힘든 상황의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대부업자의 평균 대부금리가 30.8%인 것과 비교할 때, ㈜개미대부주식회사의 금리 8%는 약 75% 저렴하다. 즉, 금리의 빈익빈 부익부 상황에서 중간 단계의 금리 시장을 포지셔닝한 것이 8퍼센트란 서비스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이자제한법은 폐지되면서 소액 신용대출 시장은 급성장했다. 시장을 본 일본계 대부업 회사들이 2000년대에 한국으로 진출했었다. 당시에 이자 부담에 대한 걱정보다는 당장에 먹고 살 돈이 없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이후 경제상황이 나아지면서 법정 상한 이자율이 낮아졌고, 동시에 평균 대부금리도 낮아지면서 대부업자의 수도 줄어들었다. 2002년 10월 전까지 법정 이자율은 66%였고, 2007년 10월까지는 49%, 그리고 2010년 7월엔 44%, 2011년 6월엔 39%였다.

2013년 12월, 대부업법은 다시 개정됐다. 김기준∙이재영∙노회찬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2013년 12월 26일에 본회의에서 의결되고, 2014년 1월 공포돼 4월 2일부터 시행되었다. 주요 개정안은 제8조 ‘대부업자의 이자율의 제한’의 1항으로 대부업자의 이자율은 연 40%를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40%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시행령(대통령령) 제5조 2항에서 연 이자율을 34.9%로 정했다. 2011년 6월에 개정된 것보다 이자율이 4.1%p 낮아진 것이다.

법정 최고이자율인 34.9%를 대부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다. 이외에도 7월 15일부터 개정된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될 예정인데, 법에 따르면 채권추심자는 연락처를 묻는 것 외에 채무자의 주변에 연락하는 행위는 금지되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의 벌금 조치를 받게 된다.

8퍼센트는 IT와 금융을 결합시킨 핀테크 서비스는 분명하다. 그러나 IT보다는 금융의 현실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8%란 이자율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금리이다. 헌데 등록 대부업체들의 대출 승인율이 20% 내외라고 하는데, 8퍼센트 역시 다른 대부업체들처럼 이들을 수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8퍼센트 홈페이지에서 현재까지 승인된 대출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흔히 말하는 좋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의 비중이 꽤 높다. 물론 이것은 정부 외에는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결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일이다.

현재, 한국의 일각에선 결제 분야의 핀테크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 알리페이(중국 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의 결제 시스템)의 역습을 두려워하고 있다. 한국에서 모바일 결제가 원활하게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신용카드 유통망의 우월함 때문이다. 한국에서 신용카드 시스템이 잘 갖추어질 수 있었던 것은, 2000년대 초반 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남발했고, 그로 인해 많은 문제도 생겼지만 동시에 사용자와 인프라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반대로 중국에서 알리페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신용카드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돌다리라도 두드려 건너라.”란 속담도 있지만, 돌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는 와중에 다리 건너의 땅이 이미 사라졌을 수도 있다. 활성화를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고, 동시에 향후 분명히 생기면 역시 과감한 해결책만이 답일 것이다. 8퍼센트 같은 서비스가 당사의 역량 문제가 아닌 오직 정부 규제 때문에 계속된 곤란을 겪게 된다면 알리바바 등의 역습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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