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기성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10 프리뷰를 통해 인터넷익스플로러(IE)를 대신 할 웹브라우저 '엣지'를 선보였다. 기자가 직접 엣지를 통해 정부 사이트와 온라인 쇼핑, 인터넷 뱅킹에 접속해 봤더니 사용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문제는 액티브X 였다.

윈도10 프리뷰를 보면 엣지와 IE11이 함께 탑재돼 있다. 내달 29일 정식 버전에도 이 둘은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본 웹브라우저의 자리는 엣지가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IE가 아닌 엣지가 기본 브라우저로 자리잡게 될 경우 국내 사용자의 경우 웹사이트를 통해 쉽게 해왔던 인터넷 쇼핑이나, 금융거래, 정부 기관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일에 애를 먹을 수 있다.

▲ 윈도10 최신 프리뷰에 탑재된 '엣지' 브라우저. 최신 버전에도 프로젝트명 '스파르탄'으로 표시되고 있다.

그 이유는 국내 웹사이트 대부분이 액티브X를 비롯해 IE에 최적화된 웹 인프라를 구축해놨기 때문이다. 새로운 웹브라우저 엣지에서는 이들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MS는 엣지를 선보이며 "IE와 태생부터 다른 새로운 DNA를 가진 웹브라우저"라고 소개했다. 이 것은 여러 엔진이 혼재돼 비표준 기술에도 대응했던 IE와 달리 엣지는 표준 기술만을 지원하는 HTML5 강화 엔진을 사용했다는 말이다.

MS의 이러한 변화는 IE를 떠나는 사용자들의 마음을 돌리고, 웹 표준 기술을 준수하는 개발자들에게 어필해 표준 웹기술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려는 의도다. 이렇듯 큰 변화가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지만 국내의 반응은 이상하리 만큼 조용하다.

윈도10 출시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프리뷰 버전에 탑재된 엣지를 통해 국내 정부 사이트와 주요 온라인 쇼핑몰, 인터넷 뱅킹을 중심으로 호환성을 확인해봤다.

정부사이트는 사용자가 많이 찾는 국세청 연말정산 서비스와 민원발급 사이트, 서울시청 홈페이지 등 3곳에 접속해봤으며, 온라인 쇼핑몰은 11번가, G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 3곳에 접속했다. 인터넷 뱅킹은 국민, 우리, 신한, 농협 등 4곳에 접속해봤다.

■ 뭘 이렇게 설치할게 많은지… 엣지의 친절함 재발견

한마디로 말하자면 총체적 난국이다. 호환성을 확인할 웹사이트를 너무 잘 고른 탓인지 놀랍게도 10곳 모두 이용에 제한이 있었다. 일부 웹사이트는 둘러보는 것 까지는 IE와 별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맨 먼저 국세청 연말정산 정보조회 사이트인 홈텍스에 접속하자 엣지는 친절하게도 “해당 웹사이트는 IE가 필요합니다. IE에서 작동하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라며 IE 열기 버튼을 제시했다.

▲ 엣지는 친절하게도 "해당 웹사이트는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이용해야 한다"라고 알려준다.

이를 무시하고 엣지로 접속해보려 했으나, 더 이상 화면이 넘어가지 않아 홈텍스 사이트의 첫 화면조차 만나볼 수 없었다. 민원발급을 위한 민원24 사이트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서울시청의 경우 엣지의 친절한 메시지는 나오지만 무시하고 들어가니 정상적으로 웹사이트 화면이 나왔다. 이에 웹사이트를 둘러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민원 신청이나 시민 참여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회원가입을 시도하자 난관에 봉착했다.

서울시청 홈페이지는 회원가입 시 실명인증 수단으로 아이핀과 공공아이핀, 휴대폰인증 등을 사용하는데 인증 버튼을 누르자마자 ‘입력 값이 올바르지 않다’고 나오는 통에 결국 인증을 진행할 수 없었다.

▲ 새로 뜬 팝업창에는 아무것도 입력한 적이 없는데도 올바른 값이 입력되지 않았다고 뜬다.

이어 접속한 쇼핑몰의 경우 11번가, 옥션, G마켓 모두 웹사이트 접속에 어려움은 없었다. 회원가입 부분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는데 11번가는 회원가입 과정에 휴대폰 인증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메일 인증으로 대체할 수 있어 가입은 가능했다.

옥션은 회원가입 과정에 인증이 없어 손쉽게 가입할 수 있었다. G마켓은 회원가입 첫 단계부터 실명인증이 필요해 앞서 정부 사이트와 같이 회원가입이 불가능했다. 다행히 기존 아이디가 있어서 로그인 후 쇼핑몰이니만큼 물건을 구매해보기로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쇼핑몰의 순 기능인 구매를 목적으로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로 넘어가자 팝업이 뜨며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이전의 경험으로 볼 때 분명 보안프로그램 혹은 결제 프로그램 설치를 알리는 팝업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더 이상 결제를 진행할 수 없으니 쇼핑도 결국 실패다.

▲ 엣지를 사용하다 보안프로그램 설치로 넘어갔다면 과감하게 포기하자.

마지막으로 금융권 인터넷 뱅킹 사이트에 접속해봤다. 호환성 확인을 위해 정한 4곳 가운데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웹사이트 첫 화면까지는 접속이 가능했다. 그러나 신한은행과 농협은 첫 화면도 보지 못한 채 접속이 제한됐다.

첫 화면까지 접속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보려 로그인을 시도하자 그제서야 보안프로그램 설치화면으로 넘어갔다. 물론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보안프로그램 전체설치를 아무리 해봐도 보안프로그램 설치페이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유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니 해당 페이지 하단에 브라우저 구분이 눈에 들어왔다.

“시스템정보 Chrome,39.0.2171.71” 이들 은행 사이트는 엣지를 구글 크롬으로 인식하고 계속해서 크롬에 맞는 보안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써 새로운 웹브라우저 엣지를 통해 호환성을 알아보려 한 야심찬 계획이 허무한 결과를 얻었다.

■ 공공의적이자 엣지의 최대 난제 ‘액티브X’

이번 호환성 확인은 대중적으로 많이 찾는 웹사이트를 기준으로 했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 MS 엣지의 국내 웹사이트 호환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이것이 엣지만의 문제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MS의 설명에 따르면 엣지는 웹 표준을 준수하고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는 웹브라우저다. 따라서 엣지는 국내 웹사이트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액티브X를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액티브X는 사용자가 웹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필요한 응용 프로그램을 PC에 자동으로 설치해주는 기술이다. 다만 액티브X는 웹 표준에는 맞지 않는 방식이기에 IE 외에 크롬, 오페라 등 다른 브라우저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 구글 크롬 브라우저로 인식되고 있는 MS 웹브라우저 엣지

따라서 IE를 기준으로 웹 인프라를 갖춰온 국내 웹사이트는 액티브X를 무분별하게 활용해왔고, 웹 표준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 앞서 살펴본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부의 전자문서 솔루션이나, 쇼핑몰의 결제 시스템, 금융권의 보안•인증 프로그램 등도 액티브X 방식으로 되어 있어 엣지는 이용에 제한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엣지가 아닌 액티브X가 문제라는 것. 게다가 국내에선 액티브X를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크지만 정작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은 없다는 게 현실이다.

사실 엣지가 나온다해서 IE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엣지가 기본 브라우저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도 그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일이고, 액티브X를 지원하지 않아 불편하다면 IE를 쓰면 그만이다. 따라서 엣지에 대한 국내의 평온한 반응은 “불편한데 뭐 하러 바꿔”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박종필 세이프넷 이사는 “대체로 웹 표준을 따르려고 하나 현재까지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너무 많다”면서 ”액티브X를 당장 없애기는 너무나 어렵고 빠르면 1년, 내년 말에는 액티브X의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전문가의 말처럼 시간이 모든걸 해결해주리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다. 그러나 MS가 IE라는 이름을 버릴 만큼 파격적인 결정을 했고, 웹 표준 기술을 향한 목표도 뚜렷한 상황에서 IE에 대한 투자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공공의적 액티브X 철폐를 위한 움직임에 좀 더 힘을 실어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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