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올해 4K 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하반기 출시되는 삼성 갤럭시노트5와 LG 슈퍼폰 등이 4K 디스플레이를 무기로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상현실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30일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제조업체들이 지난해부터 QHD 해상도 디스플레이를 모바일 시장에서 강하게 밀고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여타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풀HD에서 멈춰있는 상황”이라며, “콘텐츠 생태계를 감안 했을 때 QHD도 무리한 오버스펙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4K는 더할 것이다. 확실한 당위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영국 런던에 위치한 국립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에서 진행된 오프닝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갤럭시 S6와 기어 VR을 통해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모습

■ 오버스펙 4K, '시기상조'
스마트폰 해상도는 2011년 이후 약 1년 주기로 다음 단계로 진화했다. WVGA 800x480 해상도가 주를 이뤘으나 2011년 LTE가 상용화됨에 따라 HD 1280x720 해상도가 부상했다. 2013년 풀HD 해상도를 구현한 갤럭시S3와 옵티머스G 프로 등이 등장한 이후 지난해 LG전자가 발빠르게 2K QHD 2560x1440 해상도 디스플레이를 G3에 장착해 시장에 내놨다.

그간의 해상도 진화 과정을 짚어보면 올해는 4K UHD 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장착될 가능성이 지목돼왔다. 하지만 올 상반기까지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4K 장착이 가능한 수준에 올라와 있는 상태이며, 언제든지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셋트업체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4K UHD에 대한 고민은 가격과 효율, 콘텐츠 생태계에 비춰봤을 때 4K UHD 구현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데 있다.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스마트폰의 가격은 더 비싸질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가격 비중은 타 부품보다 높다. 최근 중국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높은 하드웨어 대비 낮은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어, 고가 위주의 프리미엄 전략에 적색불이 켜진 상태다.

5인치 안팎의 작은 크기를 갖췄기 때문에 해상도가 올라갈 수록 효율을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제조업체별로 엇갈린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인치당픽셀수는 대략 300ppi에서 400ppi 사이다. 故 스티브 잡스 애플 전 CEO는 “인간의 망막이 구별해낼 수 있는 한계는 약 300ppi 정도”라 밝혔고, LG전자는 풀HD 해상도 스마트폰을 내놨을 때 “약 400ppi까지 식별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K QHD 해상도 스마트폰은 약 500ppi 이상이다. 갤럭시S6은 5.1인치 화면 크기에 577ppi를, LG G4는 5.5인치 화면 크기에 538ppi를 갖추고 있다. 이미 인간인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4K UHD의 경우 5인치 화면 크기에 약 881.16ppi를 구현한다.

해상도가 높아지면 GPU 성능뿐만 아니라 전력효율도 올라가야 한다. 미국IT전문매체 애플인사이더에 따르면 아이폰6 플러스가 갤럭시S6보다 소폭 높은 GPU 성능을 보여준다. 앞서 측정된 애플의 A8 프로세서와 삼성 엑시노스7420의 비교 테스트에서는 삼성이 앞섰다. 실제 모델에서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애플인사이더는 주요 요인으로 해상도를 꼽았다. 아이폰6 플러스는 5.5인치 풀HD, 갤럭시S6은 5.1인치 QHD 해상도를 보유하고 있다.

보통 4K UHD 영화 한 편의 용량은 약 60GB다. 스트리밍을 통해 감상한다면 그만큼의 데이터 사용량을 감안해야 한다. 4K 콘텐츠 활성화가 아직까지는 미비하다는 점 또한 스마트폰의 4K 해상도 향상에 걸림돌이다.

▲ 삼성전자는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S6용 기어VR를 시장에 내놨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4K, '가상현실'
스마트폰이 4K 해상도를 구현해야 하는 이유로 꼽히는 데는 ‘가상현실’이 성큼 눈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장에서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오큘러스와의 합작품인 ‘기어VR’를 지난해 공개했다. 갤럭시노트4를 모체로하는 액세서리 형태의 기기다. PC나 콘솔기기와 연결해야 하는 여타 VR기기와는 달리 선없이도 이용 가능하다는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월 삼성 개발자 포럼을 통해 VR 콘텐츠를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360도 촬영 카메라 ‘비욘드 프로젝트’를 공개하는가 하면, 미국 지역에서 VR 콘텐츠 유통 플랫폼 ‘밀크VR’도 론칭했다. 주요 영화사 및 게임업체들과의 협력도 확대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가상현실 업체 포브에 투자하기도 했다.

기어VR의 모체인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4 S-LTE’, ‘갤럭시S6’, ‘갤럭시S6 엣지’는 모두 2K QHD 해상도의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장착했다. 풀HD 해상도 수준이면 소위 도트가 튀는 계단 현상을 경험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는데, 이보다는 높은 해상도가 내장됐다.

다만, 2K로도 계단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구현 방식 때문이다. 기어VR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두 개의 렌즈를 활용해 원근감을 나타내는 스테레오스코픽 3D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기어VR 전용 콘텐츠를 재생하면 화면이 두 개로 구분된다. 통상적으로 4K 해상도가 구현돼야 풀HD 영상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애플도 가상현실 기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올해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아이폰을 넣어 사용하는 가상현실 헤드셋과 관련된 특허를 취득했다. 지난 5월에는 증강현실 전문 스타트업 메타이오를 인수하기도 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만 제조업체 HTC도 밸브와 계약을 맺고 가상현실 기기인 HTC 바이브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개발자 에디션을 배포한 상태다.

한편, 일각에서는 가상현실을 원활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4K 해상도의 스마트폰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별도의 액세서리가 필요하고, 소수의 사용자만이 이용하게 됨으로써 일반적으로 스마트폰만을 구매해 이용하는 소비자가 역차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올라가면, 그만큼의 그래픽 컴퓨팅 파워가 수반돼야 한다”며, “파워가 올라가면 배터리와 발열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기 때문에 모체가 되는 스마트폰이 4K 생태계를 얼마나 잘 유지해줄 수 있을지도 관건”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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