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이통3사가 LTE와 와이파이를 결합해 1Gbps급 속도의 신규 네트워크 서비스를 상용화했지만,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갤럭시S6 시리즈만 가능하며, 이용 서비스조차 제한적이다. 기술 과시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 이통3사가 LTE와 와이파이를 결합한 새로운 네트워크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사진은 KT의 기가 LTE 상용화 현장 (사진=KT)

■ 빠른 속도에 인색한 이통사
지난 6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각각 LTE와 와이파이를 결합해 최대 1Gbps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네트워크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SK텔레콤은 ‘밴드 LTE 와이파이’, KT는 ‘기가 LTE’, LG유플러스는 ‘기가 멀티패스’라 부른다. 브랜드명은 제각기 다르지만 모두 이종망 동시 전송 기술(MPTCP)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다.

이종망 동시 전송 기술을 이용하면 LTE와 와이파이를 결합해 네트워크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 이를테면 3개의 LTE 주파수를 엮어 하향 최대 300Mbps 속도를 낼 수 있는 LTE와 최대 866.7Mbps 속도가 가능한 기가 와이파이를 묶으면 최대 1.17Gbps 속도를 낼 수 있다. 이통3사 모두 가능하다.

1Gbps라는 속도는 1GB 크기의 데이터를 8.5초만에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3CA의 경우 28초, 광대역 LTE-A는 38초 정도가 소요됐다. 기존 LTE 속도보다 무려 15배나 빠른 속도다. 3GB의 무손실(FLAC) 음원 100곡은 약 21초, 18GB UHD 영화 1편은 126초만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 LTE와 와이파이를 결합해 최대 1Gbps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사진=SKT)

최근 상용화한 3CA보다 무려 4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이통사의 태도는 인색하다. 우선 단말이 부족하다. 삼성전자 ‘갤럭시S6’ 시리즈뿐이다. 기술적으로 갤럭시S6 이외에 타 단말 적용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종의 단말로 제한했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이종망 동시 전송 기술을 젹용받기 위해서는 단말의 하드웨어적 제약이 있다기 보다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해결할 수 있다”며, “갤럭시S6만 특별히 이종망 전송기술을 쓸 수 있는 태생적인 하드웨어 부품을 달고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통사 관계자도 “운영체제 측면에서의 이슈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갤럭시S6’ 사용자라도 이통사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은 T-LOL과 T-스포츠 서비스를 이용할 때만 밴드 LTE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KT는 599/699/999 요금제 가입자만 가능하다. LG유플러스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한편, LG전자도 이종망 동시 전송 기술 지원 단말을 검토 중이다. 첫 단말로 ‘G4’가 유력시된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모델이다. 갤럭시S6와 마찬가지로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원한다. LG전자 관계자는 “3분기 내 이종망 동시 전송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 기술 과시를 위한 마케팅 기법
이통사의 LTE-와이파이 결합 서비스 제한은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기술 과시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종망 동시 전송 기술은 말 그대로 LTE와 와이파이를 결합해 속도를 올려주는 기술로, 3CA LTE나 기가 와이파이가 절대 조건은 아니다”라며, “단지 마케팅 차원에서 확실한 속도 수치가 필요했고, 1Gbps라는 속도는 충분히 매력적인 수치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통3사는 지난 2011년 LTE 상용화후 1년 단위로 새로운 네트워크 서비스를 내놨다. 2012년 상반기에는 두 주파수를 넘나드는 LTE 멀티캐리어(MC) 기술을, 2013년에는 두 주파수를 엮어 속도를 높여주는 LTE-A를 상용화했다. 지난해는 광대역LTE와 기존 LTE 주파수를 엮은 ‘광대역 LTE-A’와 함께 3개의 주파수를 엮을 수 있는 3CA를 선보였다. 올해는 ‘LTE+와이파이’가 지목된 셈이다.

이통사의 프리미엄 전략과도 맞닿는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만큼 프리미엄 단말에서만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첫 단말로 ‘갤럭시S6’가 선택됐다. 즉, 당분간 보급형 단말에서는 기술적으로 서비스 지원이 가능하더라도 실제로 이통사가 지원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와이파이와 LTE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는 프리미엄 단말이 지원해줄 것"이라며, "다만, 중저가 단말까지 확대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킬러 콘텐츠 부재를 꼽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굳이 1Gbps 속도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LTE나 와이파이를 통해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며, “빠른 속도가 오히려 계륵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는 제한적인 서비스 운영에 대해 트래픽을 염두한 조치일뿐이라는 주장이다. 예컨데 1층에는 LTE를 이용하는 사용자와 2층에 와이파이를 쓰는 사용자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LTE-와이파이’ 결합 서비스 사용자는 1층에 있으면서 2층에 가방을 던져 자리를 맡아놓는 것과 비슷하다. 트래픽 수용량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트래픽을 관리해 안정적인 망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일시적인 조치일뿐 향후 서비스를 확대하고, 단말도 더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