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기성 기자]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결합해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통합제품(어플라이언스) 전략이 IT 장비 업계의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어플라이언스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업간 협력으로 만들어진 통합 장비들의 출시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업계의 움직임은 HW와 SW 유통만으로는 성장의 한계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어플라이언스는 HW를 조립하거나 운영체제(OS)나 관리도구 등 SW를 설치하는 별도의 과정 없이 코드만 꼽으면 동작하는 가전제품처럼 전문 지식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고객사가 원하는 형태로 맞춤형 장비를 구성해 제공하여 인프라 구축의 신속성이 보장되며, 오픈소스 플랫폼을 활용해 외산 장비에 비해 총소유비용(TCO) 등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 어플라이언스 'X5-2'
이를 도입하는 기업들의 경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설치부터 구성, 테스트, 유지보수 등이 어플라이언스 공급사로 단순화되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 상당히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클이나 HP, IBM,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EMC 등의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어플라이언스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기업간 협력을 통한 어플라이언스 출시도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IT인프라기업인 LG엔시스는 클라우드 솔루션 기업인 비즈머스와의 협력을 통해 7월 중 클라우드 어플라이언스 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LG엔시스의 관제 솔루션, 유지보수, 영업 노하우와 비즈머스의 오픈소스 기반 클라우드 관리 솔루션이 통합된 어플라이언스의 출현에 업계는 벌써부터 파급력을 논하기 시작했다.

LG엔시스 노근배 상무는 “양사의 협력은 수요가 크게 증가 중인 클라우드 시장에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과 소프트웨어 전문 중소기업 간의 상생 협력모델로서도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 국내 HW(태진인포텍)와 국산 SW(틸론)만으로 이뤄진 클라우드 어플라이언스 '엘큐브'
또 스토리지 기업 태진인포텍은 D램과 플래시메모리,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등을 혼합한 고성능 하이브리드 스토리지를 활용해 가상화 솔루션 업체 틸론과 클라우드 어플라이언스 ‘엘큐브’를 출시했으며, 향후 빅데이터 등과 관련된 솔루션 기업과 신규 어플라이언스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서버기업 이트론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협력해 가상데스크톱(VDI) 솔루션을 통합한 'PIOS' 라는 어플라이언스를 출시했다. 이트론은 현재 알티베이스, 선재소프트 등과 협력해 인메모리 DB 어플라이언스까지 준비하고 있어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넥스트와이즈는 국내 클라우드 기업인 아이엔소프트와 협력해 클라우드 어플라이언스 ‘클라우드 익스프레스’를 출시했다. 또 국내 서버기업 이슬림코리아는 네트워크 보안 어플라이언스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빅데이터, DB 솔루션을 통합한 어플라이언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HW나 SW 모두 단일 제품으로는 수요가 적지만 어플라이언스로 만들었을 때 더욱 잘 팔린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판매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따라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어플라이언스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국내 기업들의 판단이다.

HW 시장의 경우 외산 업체가 과반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점차 세를 넓혀가고 있어 국내 HW 기업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SW 시장도 그리 녹록치는 않다.

이에 유망한 국내 HW기업과 SW 기업이 서로 협력해 맞춤형 어플라이언스를 만들고 이를 외산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선택을 노리겠다는 전략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로써는 유지 보수에 대한 부가적인 수익도 기대할 수 있어 한동안 어플라이언스 시장을 향한 국내 기업들의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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