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문기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상반기 내놓은 프리미엄폰의 성적이 예상외로 저조한 가운데 이통사들이 중저가 전용폰을 앞세우는 형국이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단말 가격과 상관없이 타사 대비 더 많은 가입자를 끌어올 수 있다. 최근 제조업체도 단통법 시련을 넘기 위해 이통사와 긴밀한 관계 구축에 열을 다하고 있다.

24일 제조업체 관계자는 “단통법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을 바꿨다. 높은 가격의 제품보다는 중저가의 실리 있는 단말이 재조명 받고 있다”며, “이통사 입장에서는 타사에서 가입자를 빼앗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타사에 없는 중저가 전용 스마트폰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방향 전환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전용 스마트폰은 말 그대로 특정 이통사에서만 판매되는 단말이다. 이를테면 SK텔레콤에서 최근 출시된 LG전자 ‘밴드플레이’는 SK텔레콤에서 개통과 구입이 동시에 이뤄진다. 타 이통사에서는 구입이 불가능하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서비스뿐만 아니라 전용 단말을 통해서도 타사의 가입자를 빼앗아올수도, 또는 자사 가입자를 묶어놓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중저가 시장이 열리면서 전용 스마트폰의 활용도가 더욱 증가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제조업체 전략상 이통3사에서 동시에 출시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나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은 이통사와 협의 하에 출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판매량 10위권 내의 스마트폰 출고가 변화를 살펴보면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양새다. KT경제경영연구소 정연승 연구원에 따르면 승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격이 하락한 이유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프리미엄폰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반대로 저가폰 비중은 단말기 유통법 이후 18%나 높아졌다. 단말기 성능의 상향 평준화와 저가폰 라인업 강화, 지원금 개선 등의 영향에 따른 결과다.

▲ SK텔레콤이 단독 출시하는 삼성전자 '갤럭시A8'

실제로 지난 1월 31만9000원의 저렴한 가격을 갖춘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그랜드 맥스’는 누적 판매량 70만 대를 돌파했다. 5.25인치로 갤럭시S6보다 큰 화면과 퀄컴 스냅드래곤410 프로세서, 13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등을 장착한 모델이다. 이통사 보조금을 통해 약 5만 원 수준에서 구입할 수 있다.

지난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꾸려졌던 비수기 신규폰과는 달리 올해는 중저가 라인업이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지난해 6-7월 판매된 제품으로는 삼성전자 갤럭시S5 광대역LTE-A와 LG전자 G3 캣.6 등으로 구성됐다. 두 모델 모두 90만 원대 이상의 가격이 책정됐다. 올해는 삼성전자 갤럭시A8과 갤럭시J5, LG전자 밴드플레이, 마그나 등 60만 원에서 20만원 대 사이의 중저가 모델들로 채워졌다.

이 중 LG전자 ‘밴드 플레이’와 삼성전자 ‘갤럭시J5’ 등은 이통사의 전용 중저가폰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단말이다. ‘밴드플레이’의 경우 SK텔레콤 전용 모델로 LTE 서비스인 ‘밴드’를 그대로 가져왔다. ‘갤럭시J5’는 이통3사에 모두 출시됐지만 KT가 전용폰처럼 꾸미기 위해 다른 명칭인 ‘갤럭시 센스’로 바꿔 내놨다.

한편,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이 SK텔레콤으로 쏠리는 이유도 이통사와 제조업체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49.49%까지 점유율이 내려갔다. 16년만에 50% 선이 깨진 셈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은 불필요한 보조금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전용 스마트폰의 적극적인 도입도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이익률이 높은 프리미엄 단말의 판매량이 증가해야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중저가 스마트폰을 통한 볼륨 경쟁도 중요하다”라며, “지난해 애플 아이폰6 시리즈 도입으로 출렁였던 점유율 변화폭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도 점유율을 쌓아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