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신현석 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지키지 않는 일부 불법 판매점들이 보다 교활하게 음성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기자는 각종 온라인을 통해 자행되는 휴대폰 불법 판매업자들과 접촉을 시도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ㄷㅅㅇㄴㅂ(당산역 내방), ㅇㅊㅂㅍㄴㅂ(인천부평 내방), ㄷㄹㅇㄴㅂ(대림역 내방 ) 등의 자음 만으로 나타낸 초성 검색어로 고객을 유도한 뒤 카톡이나 문자를 통해 내방하도록 하는 수법을 쓴다. 실제 업장을 찾아가보니 금속탐지기까지 쓰면서 보안을 유지하며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었다.

▲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불법 스마트폰 관련 글.

얼마 전 표인봉(페이백), 현아(현금완납) 등 불법지원금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업체들이 사용하는 은어들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눈속임 영업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 초성 검색어로 유도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뽐뿌나 안드로이드 관련 유명사이트와 구글을 통해 '키워드가 되는 초성'을 검색해봤다. 많은 사람들이 사이트에 초성 검색어를 통해 휴대폰을 싸게 구입한 후기를 적은 글이 이미 존재했다.

언뜻 구입후기나 정보공유성 글인 것처럼 보이나 게시판들에 올려진 글 중 판매업자에게 카톡이나 문자를 보내도록 유도하는 부분이 포함돼있다. 확인해보니 판매 관계자가 올린 것도 많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색어는 2ㅎㅅ내방(2호선내방), ㅅㅇㅈㅅㄴㅂ(서울잠실내방), ㅇㅅㄹㄴㅂ(왕심리내방), ㄱㄷㄲㅈ(건대꽃집), ㅅㄷㅇㄱ(숙대입구), ㄱㄷㅊㄱ(건대최군), ㄱㄷㅎㅇ(건대호야), ㅅㄷㄴㅂ(사당내방), ㅂㅅㅇㄴㅂ(부산역내방) 등 다양하다.

해당 초성으로 구글이나 네이버에 검색하면 관계자와 연락을 할 수 있는 카톡이나 문자용 번호를 알 수 있다. 문자를 통해 연락하면 가까운 지역으로 상담예약을 해준다. 또한 이들은 초성 외에 휴대폰 판매 글임을 들키지 않으려는 위장 표현으로 “쥐포 47마리 24개월 동안 먹기로 했는데”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쥐포는 가격을 뜻하고 24개월은 할부를 의미한다.

■ 직접 찾아가보니..

초성을 검색하여 알아낸 번호로 문자를 보내봤다. 2분 뒤 서울의 3개 지역을 거론하며 ‘가까운 지역을 문자주시면 방문예약문자 보내드리겠습니다’고 답장이 왔다. 한 곳을 집어 답장을 보내니 길게 장문의 답장이 왔다. 

▲ 기자가 직접 연락하여 답장을 받은 불법 판매업자의 문자내용이다.

정확한 주소와 내방가능한 시간이 주중, 주말로 구분돼 상세히 적혀있다. 그 외 개통명의자 외에 동반자는 사무실 입장이 불가하며 신분증은 꼭 원본으로 지참해야 한다는 등 비교적 구체적으로 답장이 왔다.

사무실에 가보니 텅빈 네모난 사무실에 컴퓨터가 있는 책상이 6개 정도가 있었다. 5명이 연신 컴퓨터를 두들기며 일하는데 그 중 한 명이 일단 한 쪽 벽으로 기자를 부르더니 가지고 있는 모든 소지품을 바구니에 넣으라고 했다. 주머니에 있는 모든 소지품을 꺼내놓으니 이젠 금속탐지기까기 사용하며 온 몸을 수색했다.

이후 컴퓨터 앞으로 가서 네이버카페에 올려진 동영상을 틀며 이어폰을 귀에 꽂으라 한다. 10초~30초 분량의 짧은 영상이다. 사람이 말을 하는 영상인데 조잡하게 입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불법판매를 위해 손수 제작한 영상 같아 보였다. 그런데 별 내용은 없고 “수수료 5만원을 드립니다”하는 말이 반복되면서 영상 속의 외국인의 입이 꿈틀거린다.

기자가 “도대체 얼마에 준다는 말이냐”라고 물어보니 직원은 "자신은 답할 수 없다"며 모든 소개는 영상으로 대신한다고 했다. “수수료 만큼 출고가보다 싸다는 말이냐”고 물어보니 이내 직원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 법 지키는 사람만 바보

이러한 음성적인 판매가 이뤄지면서 피해를 보는 쪽은 선량하게 법을 지키면서 판매를 하는 업자들이다. 갈수록 침체되는 휴대폰 시장에서 끝까지 법을 지키는 사람이 되려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이를 제보한 박모씨는 “단통법이 생기고 나서 과징금을 물게 해도 여전히 불법영업은 난무하고 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불법, 편법 영업이 난무하는데 정부는 그냥 예전처럼 다시 가만히 있다”며 “단말기 유통법이라고 만들어놓고는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매장만 피해본다”고 분노했다.

■ 무엇이 문제인가..

단통법은 애초에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하지만 단통법 이후 모두가 비싸게 휴대폰을 구입하게 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에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론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이 시장경제원리에 비추어 나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법에 비추어 봤을 때 음성적인 불법 영업은 당연히 제재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라며 “유통협회도 불법 판매하는 '일부업자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통)협회는 단통법과 관련해 줄곧 보조금 상한제 폐지를 주장해왔다. 공시는 해도 괜찮지만 상한제는 폐지하는 것이 좋다”며 “폐지한다고 해서 바로 보조금이 급격히 오르진 않을 것이다. 상한제가 폐지되면 경쟁이 일어나 가격이 줄어 소비자도 늘고 결국 판매도 늘어 업계에 좋은 선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금제에 따라 지원금이 다른 문제도 단통법의 모순을 심화시킨다”며 “요금제를 저렴하게 하면 오히려 단말기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은 단통법이 애초에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해 나온 것임을 생각할 때 모순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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