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SK플래닛과 카카오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두고 법정 공방전을 치루고 있다. 카카오에 인수된 록앤롤의 내비게이션 서비스 ‘김기사’가 SK플래닛의 T맵(티맵)의 전자지도 데이터베이스(DB)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가 골자다.
티맵과 김기사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각각 800만 명, 150만명에 달하는 모바일 네비게이션 앱 서비스다. 현재 SK플래닛은 록앤올을 상대로 ‘티맵 지식재산권 침해 중단을 요청’하는 민사소송을 10월 30일자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고 무단사용 기간에 발생한 피해금액 5억원의 보상을 청구한 상황이다.
■ SK플래닛과 록앤올의 상반된 주장.. 재판 쟁점은?
전자지도 저작권과 관련된 법정 공방은 국내서 사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 소송에 이목이 집중된다. 국내 법조계 전문가들은 SK플래닛의 티맵 지도가 다른 전자지도들과 차별되는 고유의 독창성을 인정받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도상에 나타나는 현상은 사실 그 자체에 지나지 않아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 지도에 사용되는 표현방식도 고유의 약속된 기호를 사용해야 해 독창성이 발휘될 여지가 적다.
만약 법원이 티맵을 다른 전자 지도들과 구별되는 독창성을 인정한다면, SK플래닛이 제시한 증거 자료들을 놓고 봤을 때 재판은 SK플래닛에 유리하다는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SK플래닛은 티맵의 지도가 다른 전자지도들과 얼마나 차별성이 있는지 입증하는 것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앤장 로펌 한 변호사는 “현재 상황만을 놓고 보면 SK플래닛이 공개한 증거 자료들이 명확해 록앤올 입장에서 어려운 싸움이 될것이다”며 “하지만 게임업계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카피게임’ 소송 기각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저작권 법리 자체가 애매하고 복잡한 부분이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정황이나 증거들 말고도 실제 재판에 들어간 후 핵심 쟁점이나 상황이 바뀔 수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그동안 게임 내 인터페이스, 디자인 등을 게임사 고유의 저작권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3일 영국 게임사 킹닷컴이 아보카도 엔터테인먼트의 개발 게임 ‘포레스트매니아’에 대해 자사 게임인 '팜히어로사가'의 게임 규칙, 디자인 등을 카피했다며 소송한 재판에서 승소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저작권 침해 피해를 주장하는 게임사들이 법정 분쟁에서 승소한 사례는 없다.
■ SK플래닛 “관련 증거 자료 확보한 상태”
SK플래닛은 록앤올 측이 ‘지난 6월 말 기준 티맵 전자지도 DB는 전체 삭제했다’고 밝혔으나 현재도 김기사에서 다수의 티맵 전자지도 DB 디지털 워터마크(저작권을 식별할 수 있는 고유 패턴)가 발견되고 있다고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SK플래닛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국내 모바일 내비게이션 업계의 확대와 벤처지원 차원에서 티맵의 주요 서비스를 플랫폼화해 공개했고 록앤올과 국내 대기업 가격 대비 10%(2011년), 50%(2014년)라는 최저 수준 가격으로 ‘티맵 전자지도DB’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SK플래닛은 이 계약은 지난해 2월 종료된 후 양사의 합의에 따라 계약 종료 후에도 전자지도 DB 교체 작업을 위한 13개월의 추가 유예기간을 줬지만 지난 9월까지도 김기사에서 티맵 전자지도 DB의 디지털 워터마크가 발견됐다는 게 SK플래닛의 입장이다.
법정 재판과 관련해서 SK플래닛 관계자는 “김기사가 티맵 전자지도 DB를 무단 사용했다는 증거물과 자료를 소송 송장에 전부 포함시켜 법원에 제출했고 아직 법원에서 재판 기일이 정해지지 않아 추후 일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 록앤올 “SK플래닛이 일방적인 언론플레이 펼쳐”
록앤올은 SK플래닛이 제기한 티맵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과 관련해 김기사가 티맵 전자지도 DB를 무단 도용한 것은 사실무근이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을 통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록앤올은 지난 3일 역삼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플래닛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박종환 록앤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기사 지도에 표시된 티맵의 워터마크는 자체 지도 구축 작업을 하던 과정에서 생긴 우연의 일치다”며 “SK플래닛이 김기사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자 록앤올과 계약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계약금을 인상하는 등의 갑질을 했다”고 밝혔다.
록앤올 측은 현재 김기사에 사용되는 전자 지도 DB는 한국공간정보통신을 통해 제공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록앤올 관계자는 “김기사가 티맵 지도DB 전체를 삭제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티맵과 김기사를 비교해보면 육안으로도 전혀 다른 지도가 나온다”며 “아직 법원에서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SK플래닛은 이미 김기사가 티맵의 DB를 무단 사용한 것이 사실인 양 언론 플레이를 하는데 진위는 법원에서 가릴 문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