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신현석 기자] 삼성은 1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 6명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그 중 고동진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사장)으로 승진했다. IM부문장 대표이사와 무선사업부장을 겸직했던 신종균 부사장은 IM부문장 대표이사 사장만 맡게 된다.

고동진 사장은 정보통신부문 유럽연구소장을 거쳐 지난해 말부터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을 역임해 상품기획과 기술전략 등을 맡아 갤럭시S6, 갤럭시노트5 등 차별화된 플래그십 모델 개발을 선도해 온 인물이다.

▲ 고동진 삼성전자 부사장이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진=네이버)

삼성은 “고동진 사장은 무선사업부로 자리를 옮긴 뒤 갤럭시의 성공신화를 이끌어 온 인물”이라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와 삼성페이 등 솔루션 서비스 개발에도 폭넓은 안목과 식견을 갖춰 무선사업의 제2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삼성 스마트폰 위기론 대두... 확고한 세계 1위 다지기 성공할까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사장)에 새로운 인물이 발탁되면서 향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등 무선사업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1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모바일폰 점유율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8360만대, 피처폰 1840만대를 팔아치워 점유율 21.4%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스마트폰만 따로 집계한 시장 점유율서도 삼성전자는 23.7%로 1위를 기록했다.

▲ 2015년 3분기 세계 모바일 시장 점유율 (자료=가트너)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은 삼성전자에 반드시 유리한 국면이라고 보기 어렵다.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저가 단말이 중국시장을 기반으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에서 삼성전자는 2011년 이후 점유율 1위를 기록하다, 지난해 3분기 샤오미에 그 자리를 내줬다. 올해는 점유율이 9%로 떨어져 순위도 2위 화웨이와 3위 애플 4위 비보에 이은 5위로 내려갔다.

지난 11월 초 시장조사기관인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의 수석 산업 애널리스트 벤 바자린(Ben Bajarin)은 삼성전자가 '혁신가의 딜레마'에 막혀 5년 안에 스마트폰 사업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바자린이 말한 혁신가의 딜레마는 초기 혁신가가 훨씬 더 여유 있는 가격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는 새로운 경쟁자의 도전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정당성을 얻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바자린은 저가의 고사양 스마트폰들이 안드로이드 안에서 정착하고 있어 삼성 스마트폰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점점 낮아지는 가격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아무리 혁신적인 기능을 내세워 승부를 본다고 해도, 상향평준화된 기능을 탑재한 저가 스마트폰을 쏟아내는 기업들과의 경쟁을 반드시 낙관할 순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신흥시장서 점유율 석권을 하며 이러한 위기론을 잠재울 수 있는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지난 18일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스마트폰 신흥시장 15개국 가운데 삼성전자가 14개국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고 전해온 것이다.

▲ 해외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출시된 갤럭시A시리즈. 사진은 갤럭시A5.(사진=삼성전자)

이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15개국 중 필리핀에서만 판매량 1위를 내주고 나머지 14개국에서 여유 있게 1위에 올랐다. 그 중 시장규모가 가장 큰 인도네시아선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27.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인 현지업체 스마트프렌(13.7%)을 크게 앞섰다.

이는 동남아국이 많이 포진한 신흥 스마트폰 시장 15개국서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A시리즈 등 중저가 단말이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바자린이 밝힌 ‘삼성전자 스마트폰 위기론’에 전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근거다.

SA는 지난 3분기 동남아시아 스마트폰 시장이 10%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필리핀,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등 5개국의 스마트폰 시장은 아시아태평양지역(APAC) 전체의 13%를 차지한다. 거대한 인구와 낮은 스마트폰 보급률에 힘입어 앞으로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이는 이 동남아 5개국에서, 저가 삼성 스마트폰의 인기는 향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북미와 중국에서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거대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값싼 중국제 스마트폰들이 삼성과 애플을 억누르고는 있지만, 삼성전자가 떠오르는 신흥시장서 역량을 입증해내 향후 승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다만 바자린의 위기론이 실제 중국발 저가 스마트폰의 무서운 기세를 통해 대두된 만큼, 삼성전자의 새로운 IM부문 무선사업부장인 고동진 사장의 어깨가 다소 무거워진 것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