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가 케이블TV 및 알뜰폰 주요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시대의 흐름에 맞는 융합 서비스 출현 등 신사업 창출의 관점에서 봐달라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 모두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결국은 밥그릇 싸움이다. 포화된 국내 통신 시장 상황을 적극적으로 떨쳐내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것이냐. 1위 기업의 독과점 양상이 더욱 굳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막을 것이냐. 정답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변화도 필요하고, 건전한 시장경쟁도 필요하다. 첨단을 걷는 ICT 비즈니스에서 보수적인 사업자의 태도는 옳지 않다. 또한 공익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은 통신 서비스 산업에서 시장논리만 펼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에서 최종 허가를 내줘야 한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할 지 섣불리 예견할 수는 없다. 다만 산업의 성장과 발전, 그리고 진흥 차원에서 큰 그림을 봐야 한다. 통신 3사는 '시대의 변화' 혹은 '공정한 경쟁 상황'을 부르짖지만 그 안에는 이권 싸움이 자리잡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관련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이 건(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과 같이 민감한 부분에 대해 외부에 의견을 말 할 수는 없다"라고 전하면서 원론적인 입장만 전달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고 인수합병으로 인해 시장과 국민에 이익이 되는 지를 보고 있다. 업체들 간의 이권 싸움에 대해서는 귀를 막겠다"고 말했다.

▲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두고 KT와 LG유플러스의 반발이 거세다.

■통신3사 날 선 쟁점...미래부 주관 토론회 개최 '팽팽'

3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SK텔레콤과 경쟁사들이 각각 4명씩 추천한 대학교수들의 난상 토론이 이어졌고, 양측의 입장은 팽팽했다.

합병시 독과점 확대로 공정 경쟁이 저해된다는 쟁점이 역시 핵심이었다.

KT-LG유플러스 측이 추천한 김종민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케이블TV 1위 사업자가 손을 잡으면 시장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면서, 이 경우 정부의 시장 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의 무선 지배력이 IPTV, 초고속인터넷으로 전이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이 추천한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초고속 인터넷 부문에서는 KT가 압도적인 1위로 시장이 안정돼 있다"고 반박했다. 즉 SK텔레콤이 결합상품을 통한 무선 지배력 전이는 과장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쟁 제한성 외에 또다른 치열한 논쟁 거리는 통신요금을 비롯한 이용자 보호 이슈였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추후 요금이 내려가 이용자 편익이 증대된다는 것이 SK텔레콤 측의 주장이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 측은 오히려 요금이 오르고 이용자의 선택권도 제한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SK텔레콤이 추천한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CJ헬로비전 인수로 인해 요금이 오르면 경쟁사들이 강하게 반발할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가격 인하 가능성 때문에 합병을 막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요금 인상이 문제가 된다면 요금을 올리지 못하도록 조건을 부과하면 된다"고 전했다.

KT-LG유플러스 추천의 이호영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요금을 올리면 법으로 규제할 수 있지만 실제 적용 사례가 거의 없어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요금은 사전 규제해야 한다고 대응했다.

이외에도 IPTV,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분야에 대한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통신3사 수장들의 '입 씨름'...합의점은 없다

이에 앞서, KT와 LG유플러스는 각 사의 수장들이 직접 나서서 이 합병에 대해 강도 높은 반대 의사를 전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통신 3사의 대립 구도가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정기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이 우리나라 미디어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전했다. 자사의 CJ헬로비전 인수가 방송통신 합종연횡의 추세를 따르는 일이며, 지금이 적기라고 재차 강조했다.

장 사장은 지난해 12월 송년회에서도 "변화와 진화를 위해서 뒤쳐지지 말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합병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전한 바 있다.

그는 "경쟁사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을 알고 있고, SKT도 경쟁사 합병 시 우려를 표한 바 있다"면서 "그런데 돌아보면 이러한 경쟁사의 주장이 미래를 우선 한 목소리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장 사장은 "이제 좀 앞을 보고 각 통신사가 잘하는 부분을 보고 자기 갈 길을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각자의 강점을 기반으로 노력하고 투자를 유발하고 선순환 생태계를 구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난 1월 황창규 KT 회장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 "미래부와 방통위, 공정위가 이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임헌문 KT 매스 총괄 사장은 지난해 12월 송년 기자간담회에 나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과 관련해서도 강도 높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임 사장은 "요즘 판을 바꾸겠다는 사업자 때문에 업계가 시끄럽다"고 운을 뗀 후, "남이 애써 일궈놓은 사업을 파괴하는 것이 진정 가꾸는 것인지. 그것이 고객들이 원하는 판인지도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며 "케이블 사업이 사라지면 요금이 올라가는 등 독점의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T는 SKT의 이번 CJ헬로비전 인수 시도가 방송통신 정책의 역행, 공정한 시장경쟁의 저해, 방송통신산업의 황폐화 및 ICT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그 피해가 국민 모두에게 가게 된다며 ‘공정거래법 제7조' 기업결합의 제한 규정 위반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CJ헬로비전의 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알뜰폰 가입자를 손쉽게 확보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방송-통신시장 전체를 장악하겠다는 SKT의 의도와 이번 인수합병이 관련업계에 미칠 심각한 폐해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정부가 인수합병 불허 등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LG유플러스 또한 시장 독점을 위한 반(反) 경쟁적 M&A는 불허해야 한다며 강력한 반대 메시지를 던졌다. SK텔레콤의 인수합병 발표 직후 KT의 공식 반발에 이어 LG유플러스도 이에 적극 동참했다.

지난달 14일 개최된 LG유플러스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취임후 처음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권 부회장은 "SK텔레콤의 독주체제가 완비돼 국내 방송통신시장이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쎈 발언을 했다.

권 부회장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허가 여부는 통합방송법이 확정된 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통합방송법이 개정 중에 있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법이 확정된 후 M&A 심사가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개정될 법에 의하면 이번 M&A는 SO지분 소유제한 규정에 위배될 수 있어 그대로 추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이어 "SK텔레콤은 방송법이 개정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인수합병을 서둘러 추진했는데, 만약 이번 M&A가 허가된다면 불공평한 경쟁"이라며 "이번 건은 정부가 법 개정 이후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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