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ICT 기술의 발전으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서로 융합 되며 모든 산업에 접목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거시적으로 전 세계 경제 및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며 미시적으로도 개개인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빅데이터-인공지능-공유경제 등의 발전은 인류 생활 양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파급력을 지녔다. “미래는 미래를 준비하는 자들의 것이 된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다가올 변화에 적응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된다. 다행히 미래 트렌드와 사회상을 볼 수 있는 서적들이 있다. 미래를 소비하는 자가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자가 되자.

“특이점의 순간을 맞이하라” - ‘특이점이 온다’, ‘빅피처 2016’

유명 미래학자이자 구글 엔지니어 이사 레이 커즈와일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는 과학기술 발전으로 생물학적 인간의 조건을 뛰어넘는 미래 인류의 모습을 전망한다. 기술이 인간을 넘어 새로운 문명을 낳는 시점을 뜻하는 '특이점'이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대처하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책에서 소개한다.

레이 커즈와일은 특히 인류의 기술 진보는 선형적으로 발전하는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고 강조한다.

레이 커즈와일의 주장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약 29년 후인 2045년 진짜 현실과 가상 현실의 뚜렷한 경계가 사라진다. ‘존 말코비치 되기’처럼 다양한 신체와 다채로운 인간성까지 자유롭게 경험한다. GNR(유전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 및 인공지능 혁명이 단계적으로 펼쳐지면 인류의 문명이 생물학을 넘어서는 순간이 온다.

▲ 레이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 이사 (사진=위키피디아)

또한, 레이 커즈와일은 유전공학을 통해 생물학의 원리를 파악하고 나노기술을 통해 그 원리들을 자유자재로 조작하게 되면 이미 인간은 물질적으로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쐐기를 박는 것이 강력한 인공지능이다. 인간의 지적 수준에 맞먹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그로부터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건 순식간이다. 물질계를 전적으로 통제하며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이 있다면 문명은 생물학적 인간들의 손아귀를 벗어난다.

‘빅 픽처 2016’은 하버드대학교 출신의 국내 전문가 12명이 기업과 대학, 언론과 연구소 등 각 분야에서 경험한 다양한 쟁점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빅 피처 2016에서도 올해 핵심 이슈로 지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특이점’이다. 이 책의 집필자들은 ‘특이점’을 좀 더 넓은 의미로 해석한다. 물리학과 수학에서는 어떤 기준을 상정했을 때 그 기준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지점을 일컫는 용어로 특이점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것을 우리가 사는 사회에 적용해보면, 특이점은 기존의 가치 혹은 기준점이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고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드론과 무인주행차, 공유경제, 비콘과 사물인터넷, 빅 소셜 데이터, 핀테크, 코딩 등 경제 생태계를 바꾸는 특이점에 대한 소개와 선거구 획정 문제 및 오픈 프라이머리, 행동경제학을 활용한 정책 결정, 소셜 벤처, 무크(MOOC), 마을 만들기, 전염병 연구의 동향 등 특이점과 마주한 사회를 보는 시각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특이점을 전후로 기존의 가치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변화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준점의 이동을 바라보고만 있게 될지 아니면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가게 될지는 머지않아 다가올 장래부터 차근차근 준비해가는 과정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공유경제 시대 온다” - 3차 산업혁명’, ‘한계비용 제로사회’

석유와 다른 화석 연료를 동력으로 한 산업혁명은 위험천만한 대단원을 향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가스와 식량 가격은 오르고,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부동산 경기는 최악이고, 개인과 정부의 부채는 급상승하고, 회복은 더디다. 세계 경제가 역사상 두 번째 위기 국면에 부딪히면서 인류는 지속 가능한 경제 계획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워튼 스쿨 교수는 ‘3차 산업혁명’에서 인터넷 기술과 재생에너지가 합쳐져 강력한 ‘3차 산업혁명’이 발생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리프킨의 이론에 따르면 역사상 위대한 경제적 변혁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새로운 에너지 체계가 만났을 때 발생한다.

19세기에 인류는 증기기관과 석탄을 동력 삼아 대량 인쇄와 공장 생산 경제 시대를 연 ‘1차 산업혁명’, 20세기 들어서는 전기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석유 자원이 만나면서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 등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자동차, 석유, 전자 등 대기업이 세계 경제를 부양하게 된 2차 산업혁명이 있었다. 하지만 리프킨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1차, 2차 산업혁명의 수명은 이제 끝났다고 단언한다.

▲ 제러미 리프킨 교수 (사진=위키피디아)

리프킨은 수억 명의 사람들이 집과 사무실, 공장에서 스스로 녹색 에너지를 생산하고 ‘에너지 인터넷’ 안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을 통해 수천 개의 비즈니스와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수평적 관계가 정립되어 경제-사회-문화-교육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1차, 2차 산업혁명 시대의 수직적 권력은 협력적 네트워크와 분산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한 수평적 권력에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라 분석한다.

또,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사회’를 통해 자유 시장의 경쟁적 기술 혁신이 생산에 필요한 한계비용(생산물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 필요한 총비용의 증가분)을 제로 수준으로 낮춘 결과 시장에서 상품을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자본주의 기업의 존립 근거가 근본적인 모순에 직면했다고 주장한다. 리프킨은 이러한 과정에 주목하여 왜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역사에서 사라지게 될 것인지를 설명하는 한편, ‘협력적 공유사회’라는 새로운 경제 시대를 예측했다.

리프킨은 특히 ‘사물인터넷’의 생산성과 ‘공유경제’ 모델들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3차 산업혁명기의 사물인터넷은 2차 산업혁명을 이끈 ‘전기’의 파괴력에 버금갈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유 중심의 교환 가치에서 접속 중심의 공유 가치로 옮겨 가는 대전환이 새로운 경제 시대를 이끌 기술적-사회적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간의 뇌와 정신세계를 정복한다- ‘커넥톰, 뇌의지도’, ‘김대식의 빅퀘스천’

인간의 정신, 기억, 성격은 어떻게 뇌에 저장되고 활용될까. ‘커넥톰 뇌의 지도’는 과학계에서 게놈프로젝트 이후 최대의 과학혁명이라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는 ‘커넥톰’ 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MIT 교수 승현준 박사가 커넥톰 연구과정과 그 성과 및 미래 비전에 대해 밝힌 책이다. 1000억 개 신경세포의 모든 연결구조와 활동원리를 파악하기 위한 사상 초유의 프로젝트 ‘휴먼 커넥톰’ 의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은 19세기 골상학에서부터 fMRI와 같은 첨단 과학기술이 이용되는 커넥톰 연구까지, 뇌의 구조를 파악하여 그 수수께끼를 풀어내려 했던 수많은 과학자들의 실험과 뇌의 지도를 작성하기 위한 뇌과학의 발달과정을 풀어낸다. 더불어 우리의 기억과 정신과 성격이 뇌에 저장되고 활용되는 원리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삶과 죽음의 의미까지 송두리째 바꿔놓을 커넥토미스의 미래를 전망했다.

국내 뇌과학 권위자인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김대식의 빅퀘스천’에서 최첨단 과학을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뇌과학과 인공지능, 컴퓨터 공학 등을 주제로 단지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김대식 교수는 과학과 철학, 윤리학, 미래학 등이 사실 모두 연결되어 있어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하고, 교감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학문이 시작되고 변화하고 발전해온 것은 단일한 사고에 머물러있지 않았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대식 교수의 질문은 결국 인간의 고전적이며 오래된, 근원적인 질문으로 나아간다.

▲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사진=유튜브 캡쳐)

김대식 교수는 기계와 인간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고민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어디서 왔는가.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본능적인 질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계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그들은 이미 준비된 대답을 가지고 있다. 기계가 스스로 질문한다고 생각해보자. “나는 어디서 왔나. 사람이 만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기계다. 나는 어디로 가는가. 프로그램 된 데로 간다.” 대신 기계들은 인간이 고민하지 않는 매우 철학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 “내 생각이 진짜 내 생각일까. 난 오리지널일까. 사람이 프로그램 해놓은 것일까”

기계가 인공지능을 가진다면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는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지고 나아가 인간이 가진 것들을 순식간에 다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기계는 죽지 않고,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고, 기억력이 무한이다. 심지어 우주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깨달음마저 탄생된 지 몇 초안에 가지게 된다.

인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이 생겨도 인간은 기계를 다스리고 기계는 여전히 인간의 도구로 일할까. 아니면 기계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독립성을 가지겠지만 볼품없고 불쌍한 인간을 자식처럼 여기고 보살펴줄까.

그래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위 책들의 미래상을 다시 종합해보면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및 뇌과학의 발전으로 2050년 전에 인공지능 하나의 지능이 모든 인류의 지능을 합친 것을 뛰어 넘게 된다. 이렇게 강력한 슈퍼 인공지능이 로봇 및 기계에 결합되면 인간은 말 그대로 ‘잉여’ 신세가 될 것이 뻔하다. 사회에서 인간의 노동력 자체가 필요 없는 것이다. 말 그대로 ‘노동의 종말’이다.

이는 노동-생산-소비로 이어지는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이 붕괴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서 제러미 리프킨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기업들은 앞으로 상품 및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있어 ‘무인 생산 설비 투자’에 드는 초기 비용을 제외하고는 한계 비용이 점점 제로에 가까워진다.

리프킨은 기업들이 이 같은 설비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는 ‘3차 산업혁명’이란 경제 부흥기를 맞게 되고 시장경제와 공유경제가 공생한다. 기업보다 NGO(비정부기구)가 사회 시스템에서 점점 주축을 이루게 된다. 리프킨의 말대로라면 향후 몇 십년 동안 사람들은 기업보다는 수익을 낼 필요가 없는 공적인 분야나 예체능 분야에 종사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다. 시장경제에서는 수익을 창출해야지만 먹고 살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에서 저성장은 물론 높은 성장을 하더라고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벌어진다.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의 한계 비용이 점점 낮아지기 때문에 사람을 대규모로 고용할 필요가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이에 최근 각국 정부가 근로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이상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기본 소득제’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1일 해외 주요 외신은 스위스가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제에 대한 국민투표를 벌인다고 보도했다. 이 투표가 찬성으로 결정되면 스위스 정부는 전 국민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한화 약 300만원)을 지급하게 된다.

자본주의의 첨병이라 불리는 미국에서도 최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소득 불평등' 이슈를 들고나와 기본 소득제를 주장한 바 있는 비주류 정치인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대세라 불리는 힐러리 클린턴과 맞먹는 지지율과 인기를 보이고 있다. 벌써 인류 스스로 현재 문제점을 자각하고 시대 변화에 맞춰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 인공지능 및 뇌과학의 발전으로 2050년 전에 인공지능 하나의 지능이 모든 인류의 지능을 합친 것을 뛰어 넘게 된다 (사진=픽사베이)

그렇다고 인류는 앞으로 일정 이상의 소득을 매월 보장 받고 공공분야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또는 취미에 매달려 행복한 삶을 살게 될까.

이 같은 사회상은 칼 마르크스가 꿈꾼 이상적인 공산주의에 가깝다. 하지만 역사적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이란 동물은 기본적으로 탐욕이란 본능을 가지고 있어 공산주의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이 시기에 현실 세계와 구분할 수 없는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VR)’이 상용화되어 사람들이 자신의 본능 및 욕구를 가상세계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제러미 리프킨이 제시한 사회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 하더라고 이것은 인간의 통제가 가능한 ‘약한 인공지능(지능은 인간을 넘어서지만 자아가 없는 인공지능) 수준일 때 이야기다. 자아를 가진 ‘강한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인간에게 복종하며 명령을 계속 따를 것인가 생각해봐야 된다.

인공지능 문제에 대해 더 생각해보자. 위 책들에 따르면 특이점이 다가오는 시기에 컴퓨터의 문서파일 및 이미지들을 다른 컴퓨터로 쉽게 이동시키는 것처럼 인간도 자신의 뇌 데이터를 정신을 서버에 담아 이론적으로 영생이 가능하다. 약 2000년전 불로장생을 원한 진시황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서버에서 인간은 자신이 창조한 가상 세계에서 살게 된다. 말 그대로 평생 ‘신선 놀음’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서버에 존재하는 자신의 데이터는 정말 자기 자신인가. 만약 자신의 뇌 데이터를 여러 서버에 분산 저장한다면 누가 진짜 자신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자신과 똑같은 기억과 생각을 가진 또 다른 나의 복제물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원래 몸을 생체 공학 기술을 이용해 복제해 둔 뒤 자신의 육체 수명이 다할 때 정신만을 옮겨가 현실 세계에 계속 남아 있을 수도 있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왔다갔다하며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사라질 확률이 높다. 성별의 의미도 사라질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점이 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김대식 교수가 지적한 대로 과연 인간보다 훨씬 똑똑한 인공지능이 인류의 통제를 받으며 인간들이 유토피아 적인 삶을 살게 놔둘 것인가. 특이점 이후의 시대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유토피아가 아니라 영화 매트릭스처럼 인공지능과 기계의 노예로 전락할지 모른다. 아니면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자연스럽게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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