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유료 매체 KIPOST(www.kipost.net)에 2016. 2. 4 게재된 내용입니다.>

애플이 아이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적용할 예정임은 명백해 보인다. 다만 언제 어떤 형태의 OLED를 아이폰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만 남았다.

▲애플 아이폰. /애플 홈페이지 캡처

당초 2018년 하반기로 점쳐졌던 아이폰 OLED 적용 시기는 최근 들어 점차 앞당겨지는 추세다. 애플은 원래 완전히 반으로 접히는 ‘폴더블’ OLED를 원했지만, 양쪽 끝만 살짝 휜 ‘사이드 엣지’ 타입을 우선 적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한 힌트는 LG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의 물리적 형태 변화와 소비자 만족도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 엿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 호감도, 폴더블>롤러블>>엣지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4년 디스플레이의 형태가 변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조사를 실시했다.

일반적인 평면 디스플레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100으로 놓았을 때, 혁신성⋅호감도⋅프리미엄인식에 대한 정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곡면(커브드) 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큰 호감이 발생하지 않다가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가장 큰 호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집계됐다. 종이처럼 말아서 이동할 수 있는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혁신성 점수는 높지만, 의외로 폴더블 대비 호감도는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LG디스플레이가 조사한 디스플레이 물리적 형태 변화에 따른 소비자 인식 변화. 평면 100점 기준.

 

단순히 휘는 것으로는 지갑 열기 어려워

 

소비자들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 대해 가지는 호감도와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식은 단계별로 크게 차이났다.

우선 소비자들은 곡면 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큰 호감(102.7)을 갖지 않았다. 평면 디스플레이에 비하면 어느 정도 혁신성(113.3)을 부여했으나 호감도 점수는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 2013년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라운드’와 LG전자 ‘G플렉스’가 언론 이목을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판매량은 미미했던 이유다.

소비자 호감도에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는 시점은 사이드 엣지 디스플레이부터다. 호감도가 115.4로 상승하고,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식은 128.3으로 더 크게 증가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갤럭시S6 엣지’를 출시한 이후, 예상 외로 일반 모델보다 소비자들 반응이 좋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다.

디스플레이 형태 변화에 따른 소비자 인식이 가장 크게 변화하는 시점은 완전히 반으로 접히는 폴더블부터다.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호감도는 149로, 사이드 엣지(115.4)와 비교하면 매우 큰 폭으로 상승한다.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식 역시 187.3으로 앞선 사이드 엣지 타입과 비교해 점수가 아주 높다. 소비자들은 폴더블부터 진정한 의미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라고 인식하는 셈이다.

특히 사이드 엣지 디스플레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유니크(독특)한 디자인’이라고 대답한 반면, 폴더블에 대해서는 ‘다용도로 이용 가능한 꼭 필요한 제품’이라고 답했다. 사이드 엣지는 단순히 디자인 측면에서 유용하다면,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기능적 측면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뜻이다.

재밌는 것은 롤러블 디스플레이다. 소비자들은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혁신적이라고 인식은 하지만, 이를 폴더블보다 더 선호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감도가 140.7로 오히려 낮게 측정됐다.

 

애플, ‘폴더블’ 전에 ‘사이드 엣지’ 경유할 수도

▲애플 아이폰6. /애플 홈페이지 캡처

 

이상의 결과를 살펴보면 애플이 아이폰에 구현코자 하는 궁극적인 디스플레이는 폴더블일 가능성이 크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통해 아이폰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차원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기능적 효용을 주려면 사이드 엣지 타입으로는 부족하다. 애플이 그동안 ‘기능에 복무(服務)하는 디자인’을 강조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애플이 폴더블을 전면 도입하기 전에 사이드 엣지 디스플레이를 시범적으로 적용할 가능성 또한 높아 보인다. 2016년 1분기 들어 아이폰 판매량이 급감 조짐을 보이고 있고, 처음부터 폴더블 스마트폰을 시도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번 분기 아이폰 판매량 예상치는 550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6100만대 대비 10%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아이폰 판매량이 연간 대비로 감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전에 없던 큰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이 바라는 폴더블 OLED를 대규모 공급할 수 있는 시점은 빨라야 2018년 상반기다. 애플은 이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아이폰 판매량 감소세를 버티기 힘들다.

그렇다면 남는 대안은 내년쯤 사이드 엣지 스마트폰을 니치마켓용으로 내놓고, 2018년에 폴더블 아이폰을 출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이폰 판매량 감소세를 진정시키면서, 부품 협력사들에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관련한 연습을 시킬 수도 있다.

삼성⋅LG디스플레이가 폴더블 OLED 출시 시점을 2017년 1~2분기로 잡고 있어 2018년이면 폴더블 기술이 성숙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애플로서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애플은 폴더블 OLED를 아이폰에 도입하려 했으나 최근 아이폰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며 “2017년에 OLED를 도입한다면 사이드 엣지 타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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