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C, OLED 전시회. /자료: 삼성 디스플레이 홈페이지.

<프리미엄 유료 매체 KIPOST 에 2016. 3. 4실린 기사입니다.>

3일 여의도 증권가는 삼성디스플레이의 AP시스템 지분 매각 소식으로 어수선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와중에 레이저결정화(ELA)⋅레이저탈착(LLO) 핵심 협력사 지분을 팔아 치운 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AP시스템의 협력 관계가 소원해지는 게 아니냐는 루머도 나왔다. AP시스템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경쟁사인 중국 BOE ‘B7’ 장비 발주전에 적극적으로 영업해왔고, 공급이 가시화 된 것으로 전해져 이 같은 루머는 더욱 확산됐다.

KIPOST는 향후 삼성디스플레이 투자 스케줄과 AP시스템의 라인업, 대체 공급사 유무 등을 따져 봤을 때 양사 협력 관계가 단기간에 줄어들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판단한다.

 

협력사 최대주주 부담, 전환권 100% 행사 안 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AP시스템 지분 8.59%(220만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405억원이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월 11일 전환사채(CB) 전환권을 행사해 AP시스템 지분을 획득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가 청구할 수 있었던 전환권의 총 수는 234만9961주였으나 220만주만 청구하고, 나머지 전환권은 포기했다.

남은 14만여주를 더 청구했다면 이번에 25억원을 더 벌 수 있었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최대주주인 정기로 대표의 지분(228만여주)보다 더 많아 AP시스템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핵심 협력사의 최대 주주 혹은 주요 주주로 분류되는 게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번 지분 매각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분을 보유 중인 국내 장비 업체는 에스에프에이(10% 이하 지분율)⋅에스엔유프리시젼(5%)⋅원익IPS(4%) 등 세 곳이다. 이들은 AP시스템과 달리 기존 최대 주주의 지분율과 지배력이 확고한 편이다.

▲경기도 화성시 AP시스템 본사. /AP시스템 제공

 

ELA⋅LLO, 대체 공급사 찾기 쉽지 않아

 

이번 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AP시스템의 협력 관계가 희석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 AP시스템의 주요 공급 장비인 ELA와 LLO 대체 공급사를 단기간에 발굴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ELA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본 JSW 제품을 써오다 AP시스템이 2005년 국산화한 제품이다. 비정질실리콘(a-Si)을 저온폴리실리콘(LTPS)로 바꿔주는 장비인 ELA는 결정화에 걸리는 시간과 수율이 관건이다.

세계적으로 6세대(1500mm X 1850mm) 기판용 ELA를 양산 라인에 공급한 회사가 AP시스템을 제외하면 JSW 정도 밖에는 없다. 그러나 최근 JSW는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와의 협력 강도를 높이고 있어 JSW 제품을 재도입하는 것도 탐탁치 않다.

중국 내 장비업체들 중 AP시스템 카피 제품을 공급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결정화 성능은 AP시스템의 70~80% 정도에 불과하다.

▲레이저 결정화 과정. /AP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LLO는 플렉서블 OLED를 생산할 때, 유리기판에서 폴리이미드(PI)를 떼어내는 데 사용한다. ELA에 비교하면 LLO는 국내 이오테크닉스라는 대체 회사가 있다. 이오테크닉스는 디스플레이 분야의 레이저커팅, 반도체 분야의 ELA 등 삼성과 밀접한 협력 관계를 가진 회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OLED용 LLO는 2011년 삼성디스플레이(당시 삼성모바일다스플레이)가 AP시스템과 ‘크레파스(CrePas)’ 과제를 통해 공동 개발했다. 크레파스 과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협력사에 최대 10억원의 무보증⋅무회수 자금을 지원해 기술을 개발토록 한 프로젝트다.

삼성디스플레이와 AP시스템은 당시 개발한 LLO를 플렉서블 OLED 전용 공장인 A3 1단계 라인에 적용했다. 갤럭시S6⋅갤럭시S7 엣지용 플렉서블 OLED는 AP시스템이 공급한 LLO를 이용해 생산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동 개발을 통해 이미 양산 적용한 장비를 제쳐 두고 새로운 회사의 장비를 도입할 가능성은 낮다.

업계 관계자는 “AP시스템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다면 ELA와 LLO 쪽에서 당장의 대체 회사를 찾아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AP시스템 만한 회사가 없다”며 “지분 매각이 비즈니스 관계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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